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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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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올라갈 때는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지지만 주가가 곤두박질하면 서로 ‘네탓’을 하며 언성이 높아진다. 평소같으면 예사롭게 넘길 일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증권사들이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바로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다.
시장 분위기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최근에도 한 증권사가 구설수에 올랐다. 코스닥 등록 기업인 나라엠앤디의 등록 주간을 맡았던 동원증권이다. 나라엠앤디의 주가가 떨어지자 주간사의 의무인 시장조성을 위해 사들였던 주식의 일부를 다시 나라엠앤디에 되팔았기 때문. 나라엠앤디는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설정한 신탁 자금으로 동원증권의 시장조성물량을 사줬다.
시장에서는 ‘등록기업이 주간사를 봐주기 위해 돈을 썼다’‘주가가 떨어지면 등록기업이 해당 물량을 되사주겠다고 사전에 이면계약한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그런 이면계약을 댓가로 주간사가 공모가를 높게 산정해줬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마디로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것.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이미 손실을 입고 있다. 등록후 1개월동안은 주가가 공모가의 8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간사가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시장조성의무의 취지는 주간사도 주가하락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등록기업에 시장조성 물량을 되넘긴다면 시장조성 의무는 있으나마나다.
그 뿐 아니다. 등록기업이 주간사로부터 주식을 되사주는데 들어간 돈은 누구의 돈인가?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끌어들인 돈이다. 설비투자를 하거나 연구개발에 투입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올려달라는 투자자들의 바램이 담긴 돈이다.
비단 이 회사 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최근 비슷한 구설수에 올라있다. 이런 구설수를 피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등록 주간을 맡은 증권사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재고 따져서 해당 기업의 적정한 가치를 산출해내는 것이다.
만화가 허영만의 작품 가운데 도박꾼의 세계를 그린 ‘타짜’라는 작품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도박판의 수법 중 대표적인 것 몇 명이 미리 짜고서 이른바 ‘호구’의 돈을 가로채는 것이다. 이 만화는 얼핏 사기도박을 미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변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짜고 치면서 남을 등쳐먹다가는 꼭 뒷탈이 난다는 것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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