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중점검 테마株-하]약세장 버팀목-투기조장 '두얼굴'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6분


증시전문가들은 △힘있는 테마―힘없는 테마 △오래 가는 테마―하루살이 테마 △실적에 연결되는 테마―분위기만 띄우고 마는 테마 등의 기준으로 테마의 등급을 나눈다.

좋은 테마란 물론 실적을 크게 향상시키고 꾸준히 주가상승을 뒷받침하는 테마다. 대개 실생활의 추세적인 변화에 잇닿아 있고 기업 체질을 개선시켜 준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이런 테마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펼쳐주기 때문에 전통적인 업종분류로 접근해서는 관련기업의 적정주가를 내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글 싣는 순서▼
(상) 말만 되면 무조건 "테마株"
(하) 약세장 버팀목-투기조장 '두얼굴'

애널리스트들이 적정주가를 매길 때 보통 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으로 기업이 벌어들일 돈을 현재의 값어치로 환산하는 것. 이 방법은 시쳇말로 ‘엿장수 마음대로’가 되기 쉽다. 그래서 대신 쓰이는 게 비슷한 종목이나 업종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마땅한 비교대상이 없는 기업이 서로 다른 업종에서 툭툭 비어져 나오고 이들 사이에 뭔가 비슷한 점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들을 ‘헤쳐 모여’시킬 수 있는 새로운 주가평가 방식을 찾으면서 일단 이들을 한데 묶는다. ‘테마’의 탄생이다.

90년대 말의 닷컴주가 그랬다. 컴퓨터업종도 아니고 서비스업종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락업종도 아니었다. 그런데 ‘닷컴’ 간판을 내건 기업들은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엄청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닷컴들에 그보다 더 엄청난 돈이 몰려갔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뒤질세라 전통업종의 기업들보다 수십배, 수백배 관대하게 적정주가를 줬다. 핑계는 ‘성장성’. 이때 만해도 닷컴주는 사회적 트렌드를 담은 힘이 넘치는 테마였다.

그런데 불과 2, 3년도 안돼 닷컴 열풍은 잦아들었다. 생존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닷컴은 ‘약발이 다 된 테마’, 즉 ‘하나의 답답한 업종’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한창때의 닷컴만큼은 못하지만 요즘 국내증시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환경관련주, 엔터테인먼트, 전자화폐주 등이다. 그 다음으로 테마다운 테마가 거시환경 변화에 맞물려 있는 테마들이다.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M&A)주, 민영화 관련주, 인수 후 개발(A&D)주 등 구조조정 관련 테마도 급부상 중이다.

최근 국내증시를 주름잡는 대부분의 테마들은 약세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으나 반대로 투기를 부추기는 악역까지 맡기도 했다. 사이비테마들은 근거가 없고 힘이 달리다 보니 약발이 하루나 이틀 이상 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우증권 이영원 과장은 “관심종목이 정말 테마에 연결되는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테마투자의 기본이자 가장 소홀하기 쉬운 요령”이라고 말했다.

▼국내증시 테마분류와 투자요령▼

테마 분류

평 가

특 징

분 류해당 테마지속성실적
연계성
사회적
트렌드
환경주, 사이버교육주, 전자화폐주, 엔터테인먼트, IMT-2000 관련주, 디지털방송 관련주, 헬스케어 등

―신규 업종으로 정착하기 전에 생활의 변화를 바탕으로 형성
―미국식 테마에 가장 가깝다
―꾸준히 주가반영이 이뤄지나 초기 과대평가 경향
―상당기간 실적이 안 나올 수도
신생
업종
닷컴주, 반도체 관련주, 통신장비주, 바이오칩, 무선인터넷주, 블루투스관련주, 홈쇼핑 관련주,게임주, 전자상거래, 셋톱박스 관련주, 스토리지 등―과거에는 사회적 트렌드를 담은 테마였다가 점차 성장성 메리트가 떨어지고 식상한 테마로 전락하거나 하나의 업종으로 굳어지는 과정
―다 꺼지지 않은 불씨 같아 이따금 강한 시세 분출
거시
환경
변화
환율상승 수혜주, 환율하락 수혜주, 금리상승 수혜주, 저금리 수혜주, 유가민감주, 경기방어주, 경기민감주 등―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문제다
―거시환경이 변함에 따라 호재가 즉시 악재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기업
구조 변화
A&D관련주, M&A주, 민영화 관련주, 화의탈피주 등×―주가반영이 초기에 일시에 이뤄진다
이벤트남북경협주, 의약분업 수혜주, 주5일 근무 수혜주, FT지수신규편입주, 액면병합주, 액면분할주,자사주매입주, 광우병 수혜주, 전자복권주, 자산재평가주, 생보사상장 수혜주, 지분법 수혜주 등××―단기 호재에 그치고 기업의 내재가치 증가로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
―내재가치 변화가 있는 경우도 수익성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표주실적호전주, 저PER주, 저PBR주, 저PEG주, 낙폭과대주, 자산주 등
××―지표를 중심으로 종목들을 묶은 것에 불과
―기업 내재가치에 변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
성격
분류
대형주, 블루칩, 옐로칩, 중소형주 등××―굳어진 분류
―테마라기보다 스타일
기타더위 수혜주, 폭설 수혜주, 청개구리주 등××―가장 질이 낮은 테마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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