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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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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이미 지난해 회수한 자금중 약 1300억원의 재대출이 나갔다. 주로 해당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재매입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요즘 이 회사의 고민은 신규로 기업어음을 인수하려고 해도 기업어음을 구할 수 없다는 것.
이 회사 권영복과장은 “요즘은 회사채 발행과 은행대출 여건이 좋아지니까 지난해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BBB’급 기업들도 단기자금원인 CP를 발행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회사채를 발행해 고리의 은행대출을 갚은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대한항공도 ‘BBB’급으로 지난해만 해도 아예 회사채 발행을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오히려 몇 군데 증권사에서 회사채 인수 제의를 해 올 정도였다. 올 9월 98년 IMF때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대량으로 돌아오는 이 회사로서는 최근 자금시장의 훈풍이 여간 반갑지가 않다.
9일로 산업은행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작동한 지 한달이 된다.
정부의 당초 의도대로 현대 쌍용 등 대기업의 신용위험이 줄어들면서 자금시장에 훈풍이 불고있다. 물론 여기에는 5%초반까지 떨어진 국고채 금리도 한몫 단단히 영향을 미쳤다. 저금리에 못 이긴 자금들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위험이 있더라도 고위험자산을 넘보고 있기 때문.
실제 한국은행이 밝힌 ‘1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1월중 회사채는 4429억원의 순발행을 기록,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발행이 상환보다 많았다.
또 지난해 11월과 12월에 8367억원과 5조2947억원의 순상환을 각각 기록했던 CP도 올 1월에는 5조3947억원이 순발행됐다.
은행의 기업대출도 3조8876억원이 1월중 증가해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의 최근 호전된 자금시장의 혜택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 ‘BB’로 투기등급에 속하는 D사는 아직까지 회사채 시장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록 회사채 발행이 재개되었지만 아직까지 투자등급과 투기등급의 선이 분명하게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장 자금수요가 없어 그동안 보유한 자금과 영업이익으로 꾸려나가고 있다”며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아직까지 투기등급채권까지는 인수하려고 하지 않아 좀더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신규투자를 억제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에는 ‘BBB’급 이상의 투자등급 업체들은 최근 호전된 자금사정을 틈타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줄을 서있는 반면 아직까지 투기등급 기업들은 기관투자가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형국이다.한국은행 강형문 부총재는 “자금시장이 호전되고 있지만 신용등급에 따른 기업 자금사정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돈을 구하려면 구조조정을 통해 스스로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