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방송위원회의 프로그램 심의의결 현황을 보면 일단 고개를 젖게 만든다. 특정 프로그램이 같은 사유로 여러번 지적받은 사례가 적지 않기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MBC TV의「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월15일 방영분에서 2인1조로 탑승한 연예인을 태운 자동차를 수영장에 빠뜨린 뒤 탈출 성공여부를 보여주는 실험장면을 내보내 방송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과 불안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요일...」은 이런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주에 무대를 한강으로 옮겨 동일한 실험을 강행, 겁에 질린 연예인들의 표정을 집중 방송했다.
또 일주일 뒤에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술을 마신 연예인들이 주차, 급제동하는 실험장면을 내보내 `경고'보다 수위가 높은 `경고 및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경고'조치를 받았다. 방송위의 징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월 방송됐던 KBS 2TV 월화 드라마「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역시 `주의' 1회, `경고' 3회 등 모두 4차례 징계를 받은 `전과'가 있다. 집단으로 싸우거나 차앞 유리창을 깨는 등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방송한 것이 문제가 됐다.
SBS「출발! 모닝와이드」도 여러 차례 징계를 받았다. 리포터가 입고 나온 옷에 부착된 특정 상표를 그대로 내보내 해당업체에 광고 효과를 주는 `간접광고'를 했다며 무려 6차례의 `주의' 또는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주의' `경고' 등의 징계가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방송위원회의 제재 수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강경론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위가 지난 7월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여자 탤런트의 젖가슴 노출장면을 그대로 방영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선정-폭력 방송프로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골자로 한 대책안을 마련한데 이어 수차례 `경고'를 받은 iTV의「김형곤쇼」에 대해 처음으로 `방송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이런 여론을 어느 정도 의식한 조치로 짐작된다.
방송위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내년부터 `건강한 방송'을 만드는데 더욱 주력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김국후 방송위 대변인은 "최근들어 방송위원회의 심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이런 분위기를 살려 심의 강도를 한층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무조건 심의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며 "방송위의 징계를 이행하지 않는 방송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조재영 기자]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