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51)

  • 입력 1997년 11월 11일 08시 11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9〉 기절하여 쓰러진 여주인에게 문지기 여자는 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하였다. 그리고 찢어진 옷을 벗기고 아름다운 새옷으로 갈아입혔다. 방문객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오, 나의 동생아. 제발 나에게로 와서 내 대신 이 일을 해 다오』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두 여자를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한 여자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요』 이렇게 말한 여자는 류트를 집어들더니 더없이 애수에 찬 곡조를 연주하면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이 가슴 찢는 고통은 언제까지 계속될 거나? 흘러내리는 이 눈물로도 그대는 흡족하지 않은가? 야속하여라, 이 가엾은 여자를 고독 속에 버려둔 그대는. 여자의 그 슬픈 노래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이 길었다. 그 긴 노래가 끝나자 문지기 여자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견딜 수 없는 듯 옷을 움켜쥔 채 쓰러지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세 사람의 탁발승이 저희들끼리 말했다. 『아무래도 이 집에 잘못 들어온 것 같아. 차라리 교외의 언덕위에서 하룻밤을 자는 게 나았을 걸 그랬어. 이 집에 들어온 덕택에 저 비통한 광경을 보고 마음이 산란해졌군!』 탁발승들이 하는 말을 엿들은 교주는 의아해하며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네들은 이집 식구들이 아닌가요?』 교주가 이렇게 묻자 탁발승들은 말했다. 『천만에요. 실은 우리도 조금 전에 이 집에 왔습니다. 하룻밤 잠자리를 빌릴까 하고요. 당신네들이나 마찬가지로 이 집에는 난생처음이랍니다. 우리는 오늘 밤 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으니까요』 이 말을 들은 교주는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네들 곁에 앉은 저 젊은이는 이 집 여자들의 사연을 알고 있습니까?』 이렇게 말한 교주는 짐꾼쪽을 가리켜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짐꾼이 말했다. 『알라께 맹세코, 나 역시 당신네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과 달리 나는 바그다드 사람이기는 합니다만, 이집 문턱을 넘어 들어와 본 적은 여태 한번도 없었습니다. 오늘밤 저 여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된 것은 얄궂은 인연이었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야말로 이집 식구인줄로 알았더니, 알고보니 당신도 우리와 같은 방문객에 지나지 않는군요』 이렇게 말하고 난 교주는 세 사람의 탁발승과 짐꾼을 향해 제의했다. 『여러분, 나는 저 여자들의 사연을 알고 싶은 호기심으로 미칠 것만 같습니다. 우리들 방문객은 남자가 일곱인데 상대는 여자가 셋뿐이오. 게다가 이 집에는 여자들을 도와줄 다른 사람들도 있는 것 같지 않소. 그러니 저 여자들의 사정을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소? 만약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힘으로라도 물어볼 수 있을 거요』 교주가 이렇게 제의하자 일동은 찬동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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