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지역 구청과 경찰서 등에는 근무의 애환을 시로 읊거나 수필로 표현하는 「습작문학」이 유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월 불법주정차 단속의 어려움을 「단속별곡」이라는 4행시로 표현했던 수성구청 지역교통과 신상길(申相吉·42·기능직 9급)씨가 이번에는 「산불별곡」과 「청결별곡」이라는 2편의 4행시를 내놓았다.
「산불별곡」은 「아침일찍 일어나서 하늘한번 쳐다보고…」, 「토요일인 모레부터 맑은날씨 된다하니/…/이번주말 가족들과 봄나들이 못가겠네」, 「사랑하는 자식들아…/아빠노릇 못해줘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라는 내용으로 시작, 산불예방 비상근무에 전념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애환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뒤 등산객과 불공객들에게 산불조심을 당부하고 산신령에게는 비를 뿌려줄 것을 기원하며 끝을 맺고 있다.
「청결별곡」은 폐수 불법배출과 생활쓰레기 무단방기, 음식쓰레기 낭비, 행락지 무질서 등을 비판하며 자원재활용과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
수성경찰서 형사과 박기백(朴基白·47)경장은 근무에 찌든 일선형사들의 자화상을 그린 시 「형사의 노래」를 월간「수사연구」10월호에 기고했다.
박경장은 이 시에서 「형사는 고독한 성직자다/…/가정을 버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외면하고」, 「형사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가다/…/배고파 빵을 훔치는 소년을 위로하고/12세 소녀가장에게 라면 한박스 쌀 됫박 팔아주며…」라고 표현했다.
또 형사를 「녹슬은 정의의 장검을 뽑아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돈키호테」또는 「시대에 귀 어둡고…충성을 강요당한 뒤 종이조각(표창장)에 만족하는 눈먼 강아지」등으로 비유하기도 했지만 「맨몸으로 카인의 후예와 대항하고 은폐된 양심을 바로잡는 용감한 전사」로 자리매김했다.
신씨와 박경장의 작품은 지금까지 각각 1백여편에 달하는데 앞으로 이를 묶어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밖에 동구청 지역경제과 가스안전계장 이현배(李培鉉·38.6급)씨는 지난 6월 시중에 떠도는 각종 우스갯소리를 인용해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은 「함께 생각하는 광장」이라는 30쪽 분량의 에세이집을 발간했다.
이 에세이집은 동구청이 실시중인 에너지 절약운동과 맞물려 구청 직원들 사이에 애독되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