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37)

  • 입력 1997년 10월 27일 06시 58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5〉 짐꾼은 세 여자들을 향하여 말했다. 『아가씨들, 제발 제 말을 들어보세요. 사원의 사탑도 기둥이 네 개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쓰러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아가씨들은 그 네번째 기둥이 없는 셈입니다. 남자가 없는 여자들만의 즐거움이란 얼마나 허전하겠습니까? 그래서 옛시인도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모르시나요, 즐거움을 위하여 없어서는 안될 네 가지를? 하프와 류트와 플루트, 오,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는 플라지올레토. 그리고 보태야 할 것은 네 가지 향기, 장미, 도금양, 아네모네, 제비꽃. 이 여덟 가지를 갖추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지. 술과 청춘, 돈과 사랑, 그중에 빠져서는 안될 것은 역시 사랑이라네. 오, 세 분 아가씨들을 위하여 진실로 필요한 네번째 것은 젊고 잘 생겼으며 분별력과 조심성을 겸비하고, 그러면서도 재치가 있고, 비밀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 남자랍니다. 그런 남자가 있다면 아가씨들은 삶의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짐꾼의 말을 듣고 있던 세 여자는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여자가 물었다. 『하지만 누가 그걸 보장해 주죠? 우리같은 처녀들이 대체 어떤 남자를 믿고 함부로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겠어요? 어느 연대기에서 읽은 적이 있는 이븐 알스맘이라는 시인의 시가 생각나네요』 이렇게 말하고난 여자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 남에게 말하지 말라, 그대의 비밀을. 한번 샌 비밀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 자기 가슴에 감출 수 없다면 어찌 남의 가슴이 그걸 지켜주리요, 그대 비밀을. 여자의 말을 듣고난 짐꾼은 말했다. 『오, 그렇지만, 아가씨! 이븐 알스맘의 시가 실린 연대기는 나도 읽었습니다만, 세상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가씨들처럼 젊고 아름다운 분들이 세상을 그렇게 의심하신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세상에는 분별있고 사려가 깊어 아름다운 것은 널리 알리고 추한 것은 가슴속 깊이 묻어두는 착한 사내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착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운이요,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가씨가 읽으셨다는 그 연대기에는 이런 시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난 짐꾼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비밀을 지키는 것은 착한 사람뿐. 착한 사람의 가슴 속 비밀은 문단속 잘한 집 같아서 자물쇠 없는 문도 굳게 닫혀 열리지 않네. 오, 행복하여라. 착한 사람의 가슴에 내 가슴의 비밀을 묻어둔다는 것은.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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