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13)

  • 입력 1997년 2월 28일 20시 24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103〉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여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으로부터 느닷없이 두들겨맞은 주인은 소리쳤습니다. 「이 무슨 짓이야? 이 반편이야!」 그러나 형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주인나리, 당신은 저를 퍽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집 안에까지 들어오게 하여 식사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십 년이나 묵은 술까지 대접해 주시니 저는 그만 취해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지체가 높으신 분이니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화를 내시지 않고 용서해 주실 줄로 압니다」 형의 말을 들은 주인은 크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 오랫동안 남을 놀려먹기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철없는 장난을 해왔지만, 당신처럼 꾹 참고 나의 주책맞은 장난에 장단을 맞출만큼 재치있고 여유있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소. 그러니 당신의 장난은 용서해주겠고 앞으로 당신을 내 술친구로 삼겠소. 내 곁을 떠나지 마시오」 이렇게 말한 주인은 하인을 시켜 진짜 음식을 차려오게 하였습니다. 조금 전에 말로 했던 그 모든 음식들을 말입니다. 주인과 형은 배부르게 먹고, 식사가 끝나자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습니다. 그 방에는 달처럼 아름다운 처녀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계속 마셨습니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친해져서 나중에는 친형제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주인은 형을 더 없이 사랑하여 근사한 옷 한벌도 내어주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두 사람은 또 부어라 마셔라 주연을 베풀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십 년이란 세월을 형은 바르마키가의 친구로서 더없는 호강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바르마키가의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왕은 그 재산을 깡그리 몰수하고 형이 저축했던 돈까지 모두 빼앗아버렸으므로 형은 마침내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형은 그 도시를 떠나 발길 닿는대로 방랑의 길을 떠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도시와 도시의 중간 쯤에 도착하였을 때 사나운 아라비아인들이 나타나서는 형의 손발을 묶어가지고 천막 안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아라비아 인들은 형을 사정없이 족치면서 말했습니다. 「돈으로 네 목숨을 사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릴테다」 형은 울면서 애원하였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저한테는 한푼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들의 포로이니까 마음대로 처분하십시오」 그러자 아라비아인은 낙타의 멱을 찌르면 목의 정맥이라도 도려낼 것 같이 날카로운 단도를 뽑아들더니 형의 입술을 썰어내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형을 산속에다 내버렸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져 있는 형을 발견한 것은 뜻밖에도 제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죽어가고 있는 사내가 저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저에게로 달려와 그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형의 소식을 들은 저는 단걸음에 달려가 형을 업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저의 여섯번째 형의 이야깁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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