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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의 종착지 봄이 오자 홀씨가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땅에 내려앉아야 하는데 승용차 사이드 미러에 자리를 잡았네요. 다시 바람을 타고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을 찾기를….―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에버랜드는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도심에서 미리 만나는 에버랜드 튤립축제’를 열고 시민들에게 튤립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공연에 참여하는 연기자들로부터 튤립을 받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에버랜드는 20일부터 ‘에버랜드 튤립축제’를 연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침에는 아직 쌀쌀하지만 봄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가지마다 매달린 꽃망울 사이 매화 한 송이가 먼저 피어났네요. 봄이 살짝 고개를 내미는 듯합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뜻밖의 장소 선택올 상반기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6·3지방 선거입니다. 국회의원 말고 지자체장들과 도의원 시의원들을 뽑는 시간이 80여 일 남았습니다. 보통 이런 정치 이벤트를 앞두면 여야 지도부의 움직임은 언론의 중요 취재 대상이 되고 사진의 주제가 됩니다. 그래서 홍보를 담당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수첩을 점검합니다. 과거 선거 이벤트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장소와 포즈 등을 꺼내 현재의 지도부와 출마자들에게 제시합니다. 그런데 올해만큼 여당과 야당의 홍보 능력에서 차이가 났던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현재 양극화는 심한 상태입니다. 두 당이 걸어온 역사에서 기인한 실력 차이이기도 하고 내부 단합 정도가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은 패턴이 있습니다. 시장을 돌고, 주민과 악수하고, 상인과 눈을 맞추는 장면은 선거철이면 늘 반복됩니다. 출근길 지하철역 입구에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경로당과 대학 캠퍼스를 찾아 나이대별 유권자들 공략하기도 합니다. 좀 과감하다 싶은 후보는 목욕탕에 들러 맨 몸으로 표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포토제닉해야 시선을 끌기 때문입니다. 공식 선거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여당과 야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번 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천시장 후보로 공천된 박찬대 의원이 인천 강화 앞바다 새우잡이 배에 함께 올랐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배에 타고, 그물을 걷는 장면까지 공개됐습니다.이 선택은 뜻밖입니다.새우잡이 배는 대체로 거칠고 고된 노동의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착취나 열악한 노동환경 같은 부정적 연상도 따라붙습니다. 그런 공간에 정치인이 들어갔다는 것, 그것도 어민 복장에 가까운 작업복을 입고 조업 장면을 만들었다는 것은 꽤 과감한 판단입니다. 누가 이 장면을 기획했는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정청래 대표와 박찬대 의원은 이날 인천 강화군 교동도 죽산포구를 찾아 조업 현장을 체험했습니다. 배 위에서는 조업한계선 문제로 인한 어민들의 고충을 들었고, 이후 시장으로 이동해 주민과 상인들을 만났습니다. 기사만 보면 민생 현장 방문입니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이 일정의 핵심은 내용만이 아니라 장면에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배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강한 메시지가 되기 때문입니다.●왜 이런 장면은 과거 선거에서 흔하지 않았을까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간도 들고, 동선도 복잡하고, 위험 부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다에는 표가 모여 있지 않습니다. 골목과 시장, 거리와 상가 앞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악수하고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취재진도 모으기가 쉽습니다. 가성비를 고려했을 때 이번 일정은 단순한 체험 방문 이상으로 보입니다.당대표가 직접 시간을 내어 후보와 한 배에 오르면서, 박찬대를 밀겠다는 당의 의지를 화면으로 강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복을 입고 같은 배에 탄 장면이 훨씬 분명합니다.이 장면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 때문입니다.정청래 대표와 박찬대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입니다. 정치에서는 경쟁의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그런데 이번 장면은 그 기억보다 현재의 연대를 앞세웁니다. 경쟁했던 두 사람이 아니라, 한 팀으로 움직이는 두 사람처럼 보이게 만듭니다.●같은 날, 다른 당은 다른 모습이었다같은 날 야당의 풍경은 대조적이었습니다. 계엄 461일 만에 가까스로 ‘절윤’ 결의문을 내놨지만, 이후 무엇을 먼저 할지를 두고 다시 이견이 드러났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쪽은 혁신 선대위와 인적 쇄신에 무게를 두고 있고, 쇄신파 일부는 강성 친윤 인사 정리를 요구합니다. 거기에 친한계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철회가 우선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도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는 논의 자체에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군용 야전 점퍼’를 떠올리게 하는 옷을 입고 등장했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어제(13일) 임명 29일 만에 전격 사퇴했습니다. 한쪽은 함께 배를 타는 장면을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어떤 배를 탈지,’ ‘누구와 탈지’ 조차 정리되지 않은 모습입니다.“우리는 보여주기식 쇼는 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정치인도 가끔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시대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미지 경쟁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큽니다. 인공지능(AI)기술이 처음으로 선거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준비된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간의 컨텐츠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에선 공약과 조직력이 중요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누가 더 선명한 장면을 만들고 그것을 반복해서 유통시키느냐가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선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인천 바다 로케이션 장면은 이번 선거에서 누가 유권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예고편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 ‘새우잡이 배’ 사진에서 무엇을 읽으셨나요? 여러분의 깊이 있는 시선을 댓글로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창가에 놓인 니퍼 하나가 창틀과 어우러져 작은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입니다.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났습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뱀이 가스관을 타고 벽을 오르는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담쟁이덩굴이 관을 휘감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네요. 어디에서든 제 길을 찾는 생명의 힘을 느낍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일 오전 서울시청 지하 서울 갤러리에서 열린 서울 청년 홈 앤 잡(Home & Job) 페어에서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서울시 서비스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 금융, 취업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봄볕 아래 장독 주택 마당 한쪽에 장독이 나란히 묻혀 있습니다. 파수꾼처럼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계절을 났습니다. 봄볕에 장이 맛있게 익겠네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빗자루에 선글라스와 리본을 씌우니 한결 멋이 납니다. 마치 파티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 같네요. 평범한 일상 용품이 하나의 작품으로 변신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X자 악수의 새로운 방식정치인이 두 명 모이면 악수를 합니다. 세 명 이상이 모여도 손을 잡습니다. 오늘은 X자 포즈 또는 가위 모양의 악수 사진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여러 명이 함께 X자로 손을 잡고 찍는 단체사진에서는 양끝 손이 남습니다. 가운데 사람들은 손을 잡을 상대가 분명하지만, 가장자리에 선 사람의 손은 갑자기 갈 곳을 잃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사진 한 장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했습니다.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단체 사진이었습니다. 한준호 의원이 X자 악수를 유지하면서도, 사이드에서 손목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고 화이팅 동작을 만들었습니다. 단체사진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남는 손이 허공을 떠다니는 순간인데, 이 사진에서는 남는 손이 역할을 얻었습니다. 응원 동작이 되면서 손이 정리되고, 손이 정리되니 사진도 정리됩니다. 결과적으로 이 단체사진에서 가장 또렷하게 기억되는 인물은 중앙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자리에서 손을 해결한 사람입니다.손이 남는다는 것은 단체사진이 생각보다 복잡한 장면이라는 뜻입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후보자 토론이 늘고, 토론에 앞서 공정을 다짐한다는 명분으로 기념촬영도 늘어납니다. 그때 가장 많이 쓰이는 포즈가 손을 잡는 장면입니다. 손을 잡아야 함께라는 메시지가 한 장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손을 잡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손의 문제도 커집니다.여럿이 손을 잡는 방식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나란히 손을 잡는 방식, 손을 포개는 방식, 그리고 X자 형태로 손을 잡는 방식입니다.● 아시아에서 시작돼 미국으로 건너 간 ‘X 자 악수 ’ X자 악수는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성패가 갈립니다. 해결책도 결국 가장자리에 집중됩니다. 어떻게 하면 어색함을 줄일 수 있을까 매번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가장자리에 서지 않으시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가장자리에 서게 된다면 몸을 가운데로 살짝 틀어 남는 손을 몸의 면으로 가려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손을 억지로 꾸미기보다 상체 각도를 10도에서 15도만 안쪽으로 조정해 손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만드는 편이 훨씬 깔끔합니다. 그리고 이날 한준호 의원처럼 남는 손을 손목과 주먹의 화이팅 동작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는 손에 역할을 부여해 어색함을 지워버리는 방식입니다.X자 포즈가 흥미로운 이유는, 서양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고 한국·일본·아세안 지역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 과거 DB 사진을 찾아보니 1990년대 말 단체사진은 손 흔들기 비중이 높았고, 2000년 전후에는 정상회담 단체컷에서 악수 연출이 정석처럼 자리 잡습니다. 2005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9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무렵 X자 형태로 손을 잡는 장면이 확인되며, 같은 시기부터 아세안 정상들 사이에서도 이 방식이 반복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국내 정치에서는 이보다 앞선 시점부터 비슷한 연출이 나타났던 것으로도 보입니다.미국에서는 이런 악수가 익숙하지 않은 편입니다. 2017년 아세안 정상회의 단체사진에서 각국 정상이 팔을 교차해 좌우 정상들과 악수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세가 익숙하지 않은 듯 얼굴을 찌푸리며 불편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공개돼 빠르게 퍼진 적도 있습니다. 2017년 마닐라 아세안 정상회의 단체 교차 악수 장면에서 트럼프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널리 보도된 사진입니다.X자 악수가 선택되는 이유는 뭘까요. 단체사진에서 함께라는 메시지를 가장 빠르게 만들고, 동시에 화면에 패턴을 만들어 단조로움을 줄이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가운데 주인공이 확실한 사진에서 밋밋하게 손을 잡는거보다는 팔의 동작을 넣는게 시선을 끌기엔 좋습니다. 그래서 선거철처럼 단체사진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이 포즈가 더 자주 등장합니다. 이번 봄에도 아마 현장에서는 이런 고민이 많을겁니다. 여러분은 정치인 단체사진을 보실 때 무엇이 먼저 보이시나요? 혹시 여러분이 생각하는 악수의 대안이 있으신가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폐타이어를 겹겹이 쌓아 놓았네요. 촘촘히 맞물린 모양이 마치 씨줄과 날줄로 짠 천처럼 보입니다. 누가 쌓았는지 몰라도 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음식지기’ 숟가락이 ‘창고지기’로 탈바꿈했습니다. 옆을 보니 식당에 딸린 창고네요. 물건의 쓸모는 주인 하기 나름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외벽 광화문글판에 김소연 시인의 수필 ‘한 글자 사전’에서 가져온 “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기적”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부터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 오고 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봄비가 내린 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산으로 비바람을 막으며 걷고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전국에 눈비가 오면서 평균 낮 기온이 전날 대비 2∼6도가량 떨어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콘크리트 위에 흰 페인트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마치 인공 둔덕을 뛰어넘어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처절한 몸짓처럼 보이네요.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규격화된 북한 권력자들의 얼굴북한 미용업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번 주 제가 본 것은 ‘검은 머리’입니다. 9차 당대회 직후 공개된 간부들의 칼라 증명사진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에서, 머리색은 거의 예외 없이 검정으로 정렬돼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규격화된 권력의 얼굴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이번 주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는 북한이 새로운 지도부를 출범시키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동족관계로 얽히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이었습니다.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 21일 9차 당 대회 보고에서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고착시키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전격적으로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백두산 천지 앞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손을 들어 카메라를 향해 웃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을 생각하면 대체 어떤 심리 변화인지 의아한 독자들도 많으실 겁니다. 아무튼 북한은 이번 주 9차 당 대회를 마치고 기념 열병식까지 치뤘습니다.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가 도로 위에서 경례를 하는 군인들을 향해 박수를 치는 김주애의 가죽 점퍼 모습도 시선을 끌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지도부들의 모습도 아마 북한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뉴스였을 것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26년 2월 24일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3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하면서 간부들의 칼라 증명사진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국기를 배경으로 스튜디오 조명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입니다. 이틀 후인 26일에는 김일성 김정일 묘역에 가서 새로운 지도부를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선대의 묘역, 즉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하는 것은 새 판이 열렸다는 신호를 보내는 의식입니다. 북한 내부의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참석자들의 얼굴을 먼저 훑어보았을 겁니다. 증명사진들과 참배사진을 보면 또 하나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머리색이 거의 예외 없이 검정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염색이 일상화된 만큼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 또는 사회적 활동이 많은 사람들이 흰머리를 드러내는 것이 한국에서도 일종의 금기에 가깝듯, 북한도 지도부의 얼굴은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최룡해의 퇴장이번 9차 당대회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읽힌 변화는, ‘공식 의전서열 2위’로 불리던 최룡해가 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졌다는 보도였습니다. 중앙위원은 물론 후보위원 명단에도 이름이 없었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당연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해온 자리인 만큼 ‘상임위원장에서도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곧바로 나왔습니다. 최룡해와 함께 리수용, 리병철 등 원로급 인사들이 줄줄이 빠진 점도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됐습니다.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그를 실제로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세 사람이 전용기를 타고 갑자기 인천공항에 내려온다는 소식에 하루 종일 바빴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최룡해는 ‘상당히 액티브’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도, 식당에 들어가고 나올 때도 거침없이 행동하는 모습이 도드라졌습니다. 최룡해는 ‘혁명 2세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아버지 최현은 최근 북한은 5000t급 신형 구축함의 이름을 ‘최현호’로 명명할 정도로 북한 역사에서 상징적 인물 중 하나입니다. 혁명 1세대의 아들이라는 출신의 후광, 김정일·김정은 정권을 거치며 이어진 요직 경력, 그리고 늘 권력 가까이에 서 있던 오래된 습관이 사진에 드러나는 사람이었습니다. 2015년 한때 지방 농장으로 추방돼 고된 노동을 하는 혁명화 조치를 받기도 했지만, 당내 실권을 가진 조직지도부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최룡해는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자격으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은 노무현 대통령을 현장에서 영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는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1950년생, 우리 나이로 76세의 최룡해는 더 이상 북한 체제를 대표하는 얼굴이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 새로운 권력자들이 만들어 갈 한반도의 미래는?1984년생(추정)의 김정은, 2013년생(추정)의 김주애가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는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이제 그가 북한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은 머리는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될테니 그의 머리 염색 주기도 늘어날 것입니다. 3세대 권력에 이어 김주애라는 ‘4세대’까지 권력 이양의 준비가 진행되는 듯한 북한의 변화는, 한반도의 미래를 다시 계산하게 만드는 변수입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와 우리의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 백년사진은 새 얼굴의 등장이 아니라 퇴장하는 최룡해의 사진을 골랐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추운 계절을 버티라고 화분을 빨간 헝겊으로 감싸 두었네요. 길가에 놓인 작은 꽃다발 같습니다. 봄에 더 푸르게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붉은 담벼락 위, 밖을 향해 세워진 농구대 하나. 코트도, 3점 라인도 따로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누군가의 슛 한 방을 기다립니다. ―서울 중구 남산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26년 2월 20일 아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심판 결과를 보도한 신문 1면의 ‘주요 사진’은 서울중앙지법이 생중계한 영상을 ‘캡처’해 만든 이미지였습니다. 사진이 카메라가 아니라 모니터에서 태어난 셈입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역사적 재판에서 제대로 된 사진이 왜 없었는지 누구의 허락이 필요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1996년 내란 재판과 2026년 내란 재판 사진의 질감차이30년 전 촬영된 이 사진은 한국 현대사에서 ‘단죄 받은 권력’이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얼굴로 남았는지 보여줍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 손을 맞잡은 순간을 포착한 사진에서 왼쪽 노태우 대통령은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겨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말보다 오래 남는 기록이 되었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점은 ‘사진’으로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1심 법정 모습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시청하던 시각,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난감했습니다. 화면은 넘쳤는데 정작 지면에 올릴 ‘사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이날 언론사 사진기자와 영상기자의 법정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자체 영상 장비로 현장을 생중계 했고, 신문사는 몇 순간을 스크린 캡쳐해 지면에 실어야 했습니다.각 신문 1면과 종합면에 실린 사진 아래에 붙은 한 줄의 출처 표기 “서울중앙지법 제공 영상 캡쳐”는 단순한 사실 고지가 아니라, 오늘 사법과 언론의 관계를 보여주는 문장처럼 읽힙니다.● “불법”이 아니라 “허가”의 문제법정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라기보다, ‘재판장의 허가 없이는 금지’라는 형태로 설계돼 있습니다.법원조직법 제59조는 법정 안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촬영·중계방송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동시에 대법원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피고인 동의가 있으면 허가할 수 있고,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허가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작년도 재판 과정이 사진으로 남겨진 것도 재판장이 허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형사 사건의 재판 과정 촬영은 “법의 잣대로는 불법”이라기보다, “허가를 받지 못하면 불가능하다”입니다. 그리고 그 ‘허가’는 법이 아니라,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 사진은 의례(ritual)다사진은 때때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일종의 ‘의례(ritual)’입니다. 권력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에서, 사진은 그 의례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도장입니다. 반대로 권력이 끝나고 단죄되는 순간을 완성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내려진 그날은 사진이 빠졌습니다. 영상이 있는데 왜 사진이 필요하냐고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영상은 흐르고 사진은 정지됩니다. 그건 모니터에서도 그렇지만 기억 속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문 지면 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서도 한 프레임을 캡쳐해서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그날 각 신문사 편집국에서는 ‘칼무리’ 같은 캡쳐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동영상을 순간적으로 연속해서 캡쳐했습니다. 그리고 신문의 논조에 맞춰 ‘심각하거나’ ‘허탈하게 웃거나’하는 전 대통령의 모습을 선택해서 지면에 실었습니다. 그러나 클로즈업을 하지 않은 영상에서 클로즈업된 캡쳐를 뽑아내다보니 인물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입니다. 신문 속 사진 한 장은 다음 날에도 다음 세대에도 살아남습니다.그래서 내란 사건처럼 “역사적 특수성”이 큰 재판에서 해상도 높은 사진은 꼭 필요했습니다.● 법원 입장의 ‘이득’법원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엄숙한 상황에서 최대한 노이즈 없는 화면을 만들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법정은 갈등의 현장이고, 언론의 존재만으로 과장된 연출이나 오버액션이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배제된 진행은 법원에겐 분명 다음과 같은 이득이 있습니다.- 통제된 프레임: 법원이 설치한 영상 장비가 잡는 화면은 ‘정해진 구도’입니다.- 책임 분산: “촬영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공개는 했다”는 형태로 비난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현장 소란 최소화: 취재진의 부산한 움직임, 장비 반입 문제, 돌발 상황에 대한 부담을 줄입니다.● 법원 입장의 ‘손해’ ‘편집된 쇼츠’가 재판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론장에서 제기돼온 것도 사실입니다. 법원이 이런 위험을 과대평가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도 있습니다. 공개했는데도 흐리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왜 이렇게밖에 못 보게 하지?” “애매한데” 이 질문은 곧바로 법원의 의도에 대한 의심으로 번집니다. 선고 다음날,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나왔다며 재판부를 향해 “철딱서니 없는 판결”, “세상 모르는 법원” 같은 거친 표현이 공적 공간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법원이 촬영과 공개 방식을 두고 더 보수적으로 판단할 유인이 커집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록의 선명도와 절차의 합리성을 높이는 것은 더 중요해집니다. 정치권의 공격으로부터 사법부를 지켜줄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법원의 소극성 또는 소탐이 앞으로의 여론전에서 불리한 나비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입니다. ● 당사자의 이득과 손해화면 속 당사자에게도 득실이 갈립니다. 당사자인 전직 대통령과 장관들은 고해상도 사진이 남기는 ‘굴욕의 디테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땀, 눈의 충혈, 미세한 떨림 같은 것들 말입니다.하지만 선명한 사진보다 흐린 캡쳐가 더 잔인한 조롱으로 번질 때가 있습니다. 고해상도 사진은 잔인하지만 정직하고, 저해상도 캡쳐는 덜 잔인해 보이지만 더 많은 상상을 부릅니다.게다가 국민 세금으로 제작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한 영상은 쉽게 가공됩니다. 언론사들의 공동취재로 만들어진 영상과 사진은 그나마 저작권과 책임이 정부 제공 영상보다는 분명합니다. ● “역사의 기록”을 말하면서, 기록을 줄이는 아이러니이 날 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17세기 영국 국왕 찰스 1세를 언급했습니다.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던 하원의원 5명을 체포하겠다며 약 400명의 무장 병력을 이끌고 직접 하원 의사당에 들어갔고 결국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역사적 사건입니다. 영국 국왕의 내란죄 단죄 사례까지 언급했다면, 그 메시지는 분명 “역사의 기록”을 향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의 기록을 말하면서 기록의 핵심 도구인 사진을 최소화하는 장면을 마주하면 그 자체가 이율배반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공개’는 했지만, ‘신뢰’는 남지 않는다“서울중앙지법 제공 영상 캡쳐”라는 한 줄은 단순한 출처 표기가 아닙니다. 역사의 한 장면이 언론의 현장 취재가 아니라, 법원이 제공한 화면을 통해 기록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개는 이루어졌지만, 기록의 품질과 방식이 제한되었다는 흔적이 남았습니다.이번 선고를 앞두고 한국사진기자협회는 공보관을 통해 “영상 캡처와 사진의 기록 가치는 비교 불가하다. 이번은 단순 재판이 아닌 ‘내란 사건’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다. 사진기자 3명의 취재인원이 문제라면 ‘사진기자 1인 극소수 풀’만이라도 허용해 달라”고 법원 당국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는 특혜 요구가 아니라, 훗날 역사가 될 장면을 어떤 질감으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결국 핵심은 단순합니다. 법정은 엄숙해야 하고, 동시에 기록돼야 합니다.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기준도 분명합니다. 역사적 사건일수록 기록은 선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진이 있어야만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이 없으면 기억은 더 쉽게 흔들리고 해석은 더 쉽게 갈라집니다.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법원이 제공한 화면 캡쳐가 현실적인 공개였다고 느끼셨습니까, 아니면 기록의 축소로 보셨습니까.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 주세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여러 길을 달렸던 타이어가 이제는 낡은 한옥 지붕 위에 놓였습니다. 땅을 떠나 바람을 막아내는 또 다른 삶을 시작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