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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발생한 공항테러 사건으로 러시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과 2018년 월드컵을 앞두고 수많은 외국인이 오가는 주요 관문이 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받은 타격은 더욱 크다. 허술한 보안 문제는 물론 테러 동기로 추정되는 북캅카스 지역의 독립을 둘러싼 분쟁까지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가 벗지 못하는 테러의 멍에’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확정짓는 공식 서류에 최종 서명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사건 다음 날인 25일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스위스의 다보스 포럼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하려던 시점이기도 하다. 그는 다보스 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뉴욕타임스는 “민감한 시기에 터진 이번 사건이 국제도시라는 모스크바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줬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로 벌써부터 소치 겨울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는 칼리닌그라드나 우랄 지역 도시의 공공장소가 향후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경찰과 정보 당국은 이번 테러가 북캅카스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서남쪽에 자리 잡은 북캅카스는 체첸과 다게스탄, 잉구셰티야 공화국 등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요구해 온 자치공화국의 분리주의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무장 분리주의자들은 최근 모스크바의 주요 공공기관 같은 러시아의 심장부로 공격 타깃을 옮기고 있으며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대응책은 미흡하다. 테러가 발생한 도모데도보 공항은 2004년에도 비행기를 폭파한 테러리스트들에게 뚫린 적이 있다. 더구나 정보 당국이 사전에 이번 테러를 모의하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날선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 푸틴에게 던져진 ‘북캅카스 딜레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5일 “나는 이 범죄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보복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푸틴 총리의 정치미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체첸의 독립 시도에 대한 무력진압을 주도했던 그는 이 지역 분리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진압과 치안 확보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북캅카스 지역에 대규모 투자와 경제개발을 통한 민심 달래기를 시도했다. 올해만 13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테러사건은 그의 ‘당근’ 정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준 것이다. 푸틴 총리가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테러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푸틴 총리가 사건의 희생양을 찾아내고 강경 무력 진압하는 과거식 대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만 이제는 그 어느 쪽으로도 러시아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외신들은 한국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구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21일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표 내용과 군 당국의 브리핑, 전문가 등을 인용해 구출 당시 상황도 상세히 전했다.AP통신은 “대담하고도 보기 드문 이 공격이 한국에 깜짝 놀랄 성공을 안겼다”며 “이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지나치게 유약하게 대처해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AFP통신도 한국 해군이 선원 21명을 구출하고 해적 8명을 사살했다는 군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구출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그동안 가슴 졸였던 선원 가족들의 반응도 함께 전했다. 이어 “작년 연평도 포격 이후 강한 비판에 직면했던 한국군의 사기가 이번 작전의 성공에 힘입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욕타임스는 “이런 구출 작전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대부분의 국가가 선원 안전을 고려해 이런 시도를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와 미국 CNN 방송 등도 구출 작전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찍은 사진들과 함께 인질범들의 구출 소식을 빠르게 보도했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한국 특수부대가 높은 파고를 뚫고 드라마틱한 구출 작전을 벌였다”며 “이는 지난해 북한의 두 차례 공격에 약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강한 비판에 직면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쁜 소식”이라고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중 정상회담과 국빈만찬, 의회 방문 등 정치적 일정을 마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찾았다.○ 양국의 우호를 다지는 스케줄 후 주석은 20일 오전 워싱턴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미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지도자들과 만났다. 전날 국빈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대대표,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 등이 후 주석을 맞았다. 중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전날 만찬에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이날도 중국의 인권 문제와 경제정책, 이란 핵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후 주석은 시카고로 건너가 리처드 데일리 시카고 시장과 이번 방문 일정 중 마지막 만찬을 했다. 만찬에는 시카고의 정재계 인사가 총출동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이 시카고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매우 기쁘다”며 “1월의 시카고는 매우 추운데 시카고에 가는 후 주석은 정말 용감하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시카고의 지역 언론들은 “후 주석의 시카고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뢰감의 표시이자 미국 중서부 경제의 중심지인 이 지역 경제인들의 반중(反中)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지극히 미국적인 만찬” 이에 앞서 19일 후 주석을 위해 미 백악관이 연 국빈만찬은 ‘세기의 대화’로 불리는 이번 정상회담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중국의 꿩 깃털로 멋을 낸 꽃 장식, 황금빛 테를 두른 접시,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드레스가 만찬장을 장식했다. 음식 메뉴와 데코레이션은 물론 만찬을 함께할 초대 손님 225명을 선정하는 것도 세심하게 준비됐다. 중국풍의 의상을 고를 것인지 관심을 모았던 미셸 여사가 이날 만찬을 위해 선택한 옷은 영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이 디자인한 꽃잎 무늬의 이브닝드레스. 빨간색이 중국인들에게 행복과 번영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붉은 드레스는 후 주석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을 담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후 주석은 턱시도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비즈니스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만찬 메뉴로는 배를 넣은 샐러드와 염소치즈 같은 애피타이저에 립아이 스테이크, 바닷가재, 크림으로 요리한 시금치와 감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애플파이 등이 선보였다. 요리에 사용된 꿀과 야채는 미셸 여사가 직접 가꾸는 백악관 텃밭에서 나온 것. 외부의 유명 요리사를 부르지 않고 백악관의 전속 요리사들이 요리를 전담했다. 미국 주요 인사들과 중국계 거물급 유명인사들이 대부분 만찬에 초대됐다. 홍콩 영화배우 청룽(成龍), 첼로 연주자 요요마를 비롯해 피겨스케이트 스타 미셸 콴,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 등도 참석했다. 3개 방에서 진행된 만찬이 끝난 뒤에는 재즈 연주자 허비 행콕과 트럼펫 연주자 크리스 보티,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랑랑 등의 콘서트가 이어졌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월가 대형 은행들의 길들이기 효과가 나타나는 신호탄?’ 최근 잇따라 발표된 월가 은행들의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더딘 경기회복세 탓도 있지만 월가 금융기관들의 수익구조와 연관된 다른 이유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고삐를 죄어온 버락 오바마 정부의 금융개혁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9일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은 23억90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49억5000만 달러)보다 52%나 줄었다. 수익이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토막이 난 것은 142년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급락세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86억4000만 달러로 10% 줄어들었다. 씨티그룹도 지난해 4분기에 13억1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긴 했지만 주당 순이익은 4센트로 시장 예상치(주당 7센트)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 증가세도 주춤해 전분기보다 11% 준 183억 달러에 머물렀다. 웰스파고와 US뱅코프는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놨지만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형 은행들의 부진한 실적은 과거 주요 수익원이었던 외환, 원자재 등의 트레이딩과 투자은행(IB) 분야의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월가의 대표 주자였던 골드만삭스의 경우 이 두 분야의 매출액이 각각 48%, 10% 감소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월가와의 전쟁’을 선언하다시피 한 정부의 강력한 금융규제 시도가 기업들의 영업 패턴과 실적 추이를 바꿔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 등을 규정한 이른바 ‘프랭크-도드 법’으로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가 제한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은행들은 이미 법안에 맞춰 내부업무 조정에 나선 상태다. 은행이 자기 자본으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볼커 룰’에 대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가 18일 보고서를 통해 금융개혁의 세부 방안들을 점검한 것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의 이번 성적표에 대해 “금융 당국의 새 규제가 골드만삭스의 실적을 옥죄었다”고 보도했다. 노무라증권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붐을 찾아볼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이날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미국 보통 가정 수입의 8배에 이르는 1인당 평균 43만 달러의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안무가’로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사진)가 주목받고 있다. 헌츠먼 대사는 양국에 정상회의 관련 조언을 해주고 자문에 응하며 세세한 준비과정에까지 관여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후진타오 주석 바로 옆에서 그의 행보를 돕게 될 이번 정상회의의 안무가”라며 헌츠먼 대사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그가 성공한 경영인 출신으로 유타 주지사 등을 지내 진작부터 차기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쟁 후보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이번 미중 회담에서의 역할이 더 관심을 모으는 분위기다. 헌츠먼 대사는 지난해 양국 외교마찰로 중국 외교부에 소환됐을 당시 자전거를 타고 청사에 들어가는 ‘튀는 행동’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평소 중국의 길거리 음식을 즐겨 먹고 매운 쓰촨요리를 먹기 위해 동네 식당에 줄을 서는 격식 없는 스타일로 중국인의 호감을 샀다. 야채시장에 버려진 중국 아기를 자녀로 입양해 중국 언론의 관심도 모았다. 그의 집안이 운영하는 플라스틱 제조업체 ‘헌츠먼 코퍼레이션’은 중국 내 5개 생산기지를 둔 잘나가는 기업이다. 미중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 시기에 주중 대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기 위해 그는 자신의 배경과 경험을 총동원했다고 한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양국 관계를 인간미 있게 조율하는(humanize)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의 성과가 그의 향후 정치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유럽연합(EU)이 연초부터 카펫 한 장 때문에 시끄럽다. 최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 깔린 카펫의 지도 무늬가 영토분쟁과 전쟁을 경험했던 일부 유럽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문제의 카펫은 올해 상반기 EU 순번 의장국인 헝가리가 EU 이사회 건물 로비에 깔아놓은 것. 200m² 크기의 이 대형 카펫에는 헝가리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하에서 지금보다 넓은 영토를 소유하고 있었던 1848년 당시 중부유럽 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에 대해 중부유럽의 회원국들은 “과거 자국 영토에 대한 향수와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헝가리가 제1차 세계대전 후 자국 영토를 체코슬로바키아와 같은 주변 독립국에 떼어 주도록 한 1920년의 ‘트리아농 조약’에 대한 불만을 카펫에 담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빅토르 오르번 헝가리 총리의 최근 행보는 회원국들과의 마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우파 정당의 압승으로 총리에 오른 직후 트리아농 조약이 체결된 6월 4일을 ‘국민 통합의 날’로 지정했다. 또 과거 헝가리 영토였던 주변국에 살고 있는 헝가리 민족에게 여권을 지급하는 시민법안을 밀어붙여 논란을 키웠다. 최근에는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미디어법안을 통과시켜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들이 납치한 선박을 풀어주는 대가로 받아 챙긴 몸값이 전년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의 국제단체 ‘원 어스 퓨처(One Earth Future)’ 재단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지급한 선박당 평균 몸값은 2009년 340만 달러에서 지난해 540만 달러로 늘었다.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삼호드림호 석방을 위해 지급한 950만 달러로 사상 최고액이었다. 피랍 선원들의 평균 억류 기간도 2009년 55일에서 지난해 150일로 늘어났다. 몸값에 대한 소말리아 해적들의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협상이 지연된 결과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들이 납치한 선박을 풀어주는 대가로 받아 챙긴 몸값이 전년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의 국제단체 '원 어스 퓨처(One Earth Future)' 재단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지급된 선박 당 평균 몸값은 2009년 340만 달러에서 지난해 540만 달러로 늘었다.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삼호드림호에 지급된 950만 달러다. 피랍 선원들의 평균 억류 기간도 2009년 55일에서 지난해 150일로 늘어났다. 몸값에 대한 소말리아 해적들의 기대치는 높아진 반면 거액의 몸값을 지불해야 하는 쪽의 부담은 커지면서 협상이 지연된 결과다. 해군 경호 같은 안전조치가 강화되면서 해적들의 선박 납치가 어려워진 점도 몸값 상승의 요인이라고 재단은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모든 게 순식간이었다. 쏟아지는 폭우에 산비탈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13일 오전 3시 폭우와 진흙더미가 산허리에 자리 잡고 있던 빈민가를 덮쳤다. 잠옷 차림의 주민들은 피할 새도 없었다.브라질 남동부를 휩쓴 사상 최악의 폭우 희생자가 14일 500명을 넘어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리우 주의 노바프리부르구와 테레조폴리스, 페트로폴리스 등 피해지역에서는 생후 2개월짜리 영아를 포함해 사망자가 506명으로 늘어났다. 수천 채의 가옥이 매몰됐고 이재민도 1만4000명에 이른다. 생존자와 구호 인력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통신 두절과 교통 마비 등으로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는 맨손으로 흙을 파내는 상황이다. 구호 활동이 본격화되면 사망자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현지 관계자들은 “이번 폭우 피해가 브라질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자연재해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열대우림 지역에도 한 달 동안 내릴 강수량(약 260mm)이 하루 만에 쏟아졌다는 것. 살인적인 폭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는 산등성이에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던 불법 주거지들 때문에 더 커졌다.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에 “(산사태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고 전했다.피해 지역에서는 거리마다 천에 싸인 시신이 즐비해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 의료진을 급파했지만 병원들은 넘쳐나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이다. 구호 요원들은 “식수와 식량, 의약품이 크게 부족하다”며 “전염병이 퍼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도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긴급 구호자금으로 4억7000만 달러를 지원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효율적인 피해 복구와 지원을 공언하며 대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취임 2주 만에 터진 이번 재해로 호세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열대우림 지역에서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배분된 예산이 부정부패 때문에 전용됐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 애리조나 주의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 피격사건으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노리는 페일린 전 주지사의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정치홍보 공세가 이번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것. 페일린 전 주지사의 정치활동 단체인 ‘세라팩(Sarah PAC)’은 지난해 봄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뒤 법안에 찬성투표를 한 민주당 의원 20명을 낙선 대상 ‘살생부’에 올리고, 사격 과녁판 표시로 사용되는 십자선을 이들의 지역구에 표시한 지도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자신의 지지자를 상대로 트위터에 “후퇴하지 말고 재장전하라(Don't Retreat, instead RELOAD)!”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지목당한 20명 중에는 기퍼즈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기퍼즈 의원은 당시 불쾌감을 표시하며 “이런 식의 행동은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했었다. 이 때문에 일부 누리꾼과 언론은 페일린 전 주지사의 과격한 정치 선동이 이번 총격사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사이트 페이스북에 따르면 현재 자사 사이트에는 ‘페일린에게 책임이 있는가’라는 내용이 화두로 올라와 있을 정도. 블룸버그가 “세라 페일린이 기퍼즈 의원 총격사건으로 타격받았다”고 전하는 등 언론들도 십자선 지도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페일린 전 주지사 측은 “상징적인 그림과 표현이었을 뿐 폭력적 행위를 유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제럴드 포스트 조지워싱턴대 교수(정치심리학 전공)는 “다양한 청중 중에는 상징적인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2차에 걸친 39년간의 내전으로 대학살과 인종 청소, 가뭄과 기아가 상징어가 돼버린 비극의 나라 수단이 역사적인 재출발을 앞두고 있다. 수단 남부의 분리 독립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가 9일부터 일주일간 실시된다. 전체 4394만 명의 수단 인구 중 850만 명의 남부 주민 대다수가 분리 독립에 찬성하고 있어 새로운 독립국가 탄생이 확실시된다.○ 수단 남부, 새 국가 탄생 확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투표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400만 명가량이다. 남부가 따로 독립하려면 등록 투표자의 60% 이상이 투표에 참가해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독립으로 결정 나면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7월경 새 국가 출발을 선언할 수 있다. 외신은 “남부 수단이 독립 후 유엔 가입을 신청하면 193번째 신생 회원국이 된다”고 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2005년 기독교계가 다수인 남부의 반군세력과 북부의 이슬람 세력 중심인 정부가 오랜 내전을 끝내고 맺은 평화협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남부 자치정부는 85%에 이르는 남부지역의 문맹률을 감안해 그림으로 된 투표용지를 도입했다. 한 손만 그려진 칸은 분리 독립 ‘찬성’을, 두 손을 맞잡은 그림이 있는 칸은 ‘반대’를 의미한다.○ 투표 제대로 될까…기대 속 불안 관건은 투표의 공정하고 평화로운 진행이다. 남부의 독립에 반대해온 북부의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은 지금까지 투표 추진에 공공연히 훼방을 놓았고, 실제 지난해 수단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재연된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투표가 또 다른 내전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를 의식한 듯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4일 남부 수단의 중심도시인 주바를 방문해 “선거 결과에 따라 남부 수단을 지원하겠다”며 “통합을 원하지만 이는 무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표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3000여 명의 국내외 참관단이 투표 현장을 감시한다. 수단 평화운동가로 활동해온 미국의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도 참여한다.○ 석유 등 남북 이권 걸린 난제 많아 남부 주민이 분리 독립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독립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60억 배럴의 석유매장량 중 70%가 남부에 몰려 있지만 이를 수출하려면 북부의 송유관을 거쳐야 해 석유 이득을 남북이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게 가장 큰 쟁점이다. 국경을 긋는 문제나 수력발전소 건설 등 화이트나일 강의 개발 여부를 둘러싼 다툼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큰 난제 중의 하나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9.4%로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해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미 노동부가 7일 발표했다. 미국의 지난해 실업률은 9.5∼9.8%를 오르내리다 처음으로 9.5%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달에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10만3000개로 당초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15만∼17만5000개에 비해 미흡한 수준을 나타내 고용사정의 개선이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민간 부문의 일자리 증가 규모는 11만3000개였으며 정부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1만 개 감소했다. 정규직 채용의 선행지표 성격인 임시직 고용은 1만5900개 증가했다. 한편 2010년 연간 실업률은 9.7%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하면서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의 연간 일자리 증가 규모는 110만 개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하락한 데다 자동차 등 소비재 판매도 증가 추세를 보인 만큼 올해 미국 경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그라민’이라는 이름의 은행이 전 세계 빈곤층에게 희망의 상징이던 때가 있었다. 빈민에게 소액을 빌려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세계에 확산시킨 대표적인 금융기관이었다.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에게 2006년 노벨평화상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 이제는 지구촌 곳곳에서 호된 시련에 부닥쳤다. 사업자의 부정거래와 부패 의혹, 비효율 등의 문제가 잇따르면서 거친 비난과 함께 “대출금을 갚지 말자”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그라민은행이 탄생한 방글라데시는 물론이고 인도, 니카라과, 파키스탄, 볼리비아 등지에서도 역풍이 거세다.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최근 그라민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빈곤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빈민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라민은행은 1990년대 후반 세금 부담을 줄이려고 노르웨이에서 지원받은 1억 달러를 계열사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인도에서는 최근 소액 대출자가 급감하면서 이 분야의 투자와 지원도 줄어드는 추세. 일부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들이 빈민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대출을 강권한 뒤 이자를 뜯어낸다는 비판이 잇따른 결과다. SKS마이크로파이낸스라는 회사가 지난해 주식을 팔아 무려 95배의 수익을 올린 점도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겼다. 신흥국이나 저개발국의 경우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에 대한 정치 공세도 거세다. 사업자가 약자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로 공격당하는 경우도 많다.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2008년 농민들이 “빚을 못 갚겠다”며 벌인 ‘노 페이(no pay)’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니카라과 법원은 최근 주요 마이크로크레디트 회사인 ‘방코 델 엑시토’의 청산을 명령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의 지나치게 빠른 성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한다. 2009년 말까지 이들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대출받은 사람은 9100만 명. 인도에서는 이들 은행의 연간 성장률이 최대 100%나 됐다. 인도 ‘그라민 금융서비스’는 몇 달 전 사업을 확장한다며 600명의 직원을 한꺼번에 신규 채용했다가 대출금이 급감하면서 일손이 남아도는 처지다. 빈민들이 대출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상당수 대출자는 빌린 돈을 사업 종잣돈으로 투자하는 대신 빚을 갚거나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데 쓰고 있다. 또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영세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돼 당초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통념(conventional wisdom)은 늘 그러려니 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는 생각이란 뜻이다. 흔히 세상은 통념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니얼 드레즈너 터프츠대 교수 등이 내놓은 12가지 통념에 대한 반박논리는 신랄하고 도발적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최신호는 2011년을 맞아 경제 국제 사회 부문에서 통념을 뒤집는 두 교수의 12가지 ‘독창적 지혜(unconventional wisdom)’를 제시했다.》[1] 경제성장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00여 년간 그랬듯 앞으로도 인류가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주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먹을 양식조차 부족해질 수 있다. 환경과 자원 고갈 문제로 이번 세기 내에 세계의 경제성장은 멈추게 될지 모른다. [2] 글로벌 경제는 회복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극복해 경제가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은 틀렸다. 모든 시스템은 수명이 있고 현재의 자본주의 위주 경제는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생산비용이 너무 높아졌고 이로 인한 수익 쥐어짜기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돼가고 있다.[3] 중국의 부상이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스파르타의 불안이 펠로폰네소스전쟁을, 독일의 성장에 대한 영국의 공포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이에 대한 미국의 공포가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겨루기에 앞서) 경제성장, 빈부격차 등 내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양국이 글로벌 협력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4] 중국은 미국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정치를 휘두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두려움은 위험하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기준으로만 따지면 미국은 중국보다 여전히 250배 강하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존재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 소비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도 미국에 함부로 할 수 없다.[5] 은퇴 연령은 낮은 게 아니라 높다. 수명이 늘어나니 은퇴를 늦추고 더 일해야 한다는 선진국의 주장은 가장 위험한 통념 중 하나다. 연금이나 복지수당이 필요한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수명이 짧다.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노동자가 더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은퇴 연령을 높이는 것은 구직활동에 드는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게 만든다.[6] 각종 보안 조치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미 정부가 공항 검색대 같은 각종 보안 조처를 강화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각종 테러 음모를 적발한 것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승객이나 승무원, 정보기관의 첩보 등이었다.[7] 주권은 약해지기는커녕 되레 강화됐다. 국제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개별 국가의 주권이 약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각 나라의 주권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이 2010년 자국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결과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주권 침해”라고 반발한 것이 대표적이다.[8] 역사 이해는 평화 정착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해묵은 갈등은 이 지역의 오랜 역사와 분쟁의 원인을 이해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영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역사적 근거는 되레 분쟁을 부추겼다. 1993년 오슬로 협약 같은 평화정착 시도의 성과는 과거의 역사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결과였다.[9] 부자는 가난한 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자선에 앞장서는 부자들조차 자신들의 욕구 충족과 계급 유지가 우선이다. 인도 같은 나라는 국제회의에서 자국 빈민을 이유로 들며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빈곤층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커피 값을 올려봐야 도소매업체와 마케팅업자들 배만 불릴 뿐 아프리카 원두 농장에는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또 [10] 미국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11]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할 가치가 여전히 있다 등이 제시됐다. 마지막 12번째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그래도 통념은 여전히 옳다’이다. 부정적인 통념대로 되지 않도록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관심,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설명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이 2009년 11월 말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당시 청융화(程永華) 주한 중국대사가 이를 ‘시장 통제를 강화하려 한 경솔한 시도(ill-advised attempt)’라고 평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미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미국 비밀 외교전문 25만 건 중 재미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가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를 통해 입수했다고 밝힌 2009년 12월 24일자 주한 미국대사관발(發) 전문에서 확인됐다. 전문에 따르면 청 대사는 2009년 12월 21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만찬에서 북한의 화폐개혁을 ‘경솔하다’고 평가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의 예를 들면서 “덩샤오핑은 개방의 창문을 열어젖혔을 경우 파리나 모기가 몇 마리 들어온다고 해서 창문을 닫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 당국자과 만났을 때의 답답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처음에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 시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리니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참사관은 북한이 현대경제학과 무역원칙에 대해 초보적 수준의 이해력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자 중 다른 누구보다 서방 경제에 많이 노출된 강석주 내각 부총리조차 무역적자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천 참사관은 폐쇄적인 북한의 대외정책을 두고 “한국(남북한 통칭)에는 시대에 뒤처지는 역사적 전통이 있다”며 “조선이 청나라가 명나라를 대체한 100년이 지나도록 명나라 왕실에 조공을 보내고 명나라의 풍습과 전통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나라인 한국은 변화에 굴복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급격히 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때 움츠러든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북한에서 공부한 중국 외교부 내 시니어 외교관들조차도 북한보다는 일이 더 실질적이고 다이내믹하며 삶의 질이 나은 남한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한다고 전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떠오르는 신흥강국 브라질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두 개의 기업을 현지 취재했다. 심해유전개발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페트로브라스와 세계 3위의 철광석 회사인 발레사. 브라질의 ‘희망’이기도 한 양대 기업은 10년 후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 덴마크 섬의 전기차 실험발트해의 청어(靑魚) 씨가 마르면서 몰락해가던 ‘어부의 섬’이 정보기술(IT)과 전기자동차를 끌어들여 첨단 스마트그리드 실험무대로 부활했다. 강한 바닷바람도 석유를 대체할 섬의 에너지원으로 거듭났다. 덴마크 보른홀름 섬의 ‘에디슨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 美석학들의 통념 깬 지혜세계경제의 성장은 끝났다? 테러방지용 보안 조치는 아무 소용 없다?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은 낭비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경제 국제 사회 등 각종 현안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12가지 도발적인 주장을 내놨다. ■ 2011 샛별 소설가 최제훈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신인 작가 최제훈 씨의 소설은 “당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의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지난해 큰 주목을 받은 최 씨는 새해의 각오가 어느 때보다 다부지다. 새해 들어 세 번째로 만나는 문화계의 ‘새★ 새꿈’ .}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내전이 격화되던 1990년 한인 교포인 박정달 씨(사진)는 가족을 모두 이웃나라 코트디부아르로 피란 보냈다. 잇단 유혈충돌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작정 오른 피란길. 박 씨의 가족은 빈손이었다. 그때 그의 가족과 라이베리아 교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의 배려를 그는 잊지 못한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라이베리아 한인회장이 된 박 씨와 교민들은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극심한 정쟁 때문에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한인들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키로 한 것. 박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이 라이베리아로 긴급 철수할 경우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대사관에 전달했다”며 “6개월이고 1년이고 언제까지라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이 넘어올 경우 자신의 집과 선교회관을 개방해 숙식을 제공하고 자금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도 할 계획이다. 이 결정은 라이베리아 교민들이 함께 회의를 해 이끌어냈다. 현재 이곳의 교민은 45명뿐. 하지만 이들이 전부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을 돕겠다고 나선 만큼 40∼50명의 교민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코트디부아르에는 교민 160명 중 40여 명이 출국해 현재 120명 정도가 남아 있다. 박 회장은 “과거 내가 어려웠을 때 도와준 코트디부아르 교민은 이제 내 친척과 다름없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 교민들도 과거 자신들에게 최장 6개월 이상 무료 숙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이후 돌아갈 여비가 없는 사람에게는 비행기표를 사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의 도움으로 당시 코트디부아르에 정착한 이들도 있다. 주코트디부아르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아프리카 교민들끼리는 서로 잘 알고 지낼 뿐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대사관 측은 “아프리카 정세가 혼란스럽다 보니 교민 간 협력도 절실해진 결과일 것”이라며 “이웃나라 가나의 한인회에서도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유엔은 코트디부아르를 탈출하는 피란민이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퇴진을 거부한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에게 군사력 투입을 경고하면서 프랑스 등은 자국민의 철수 지원을 시작했다. 3일 그바그보 대통령과 ECOWAS와의 최후 재협상마저 실패할 경우 대규모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올해 8월 미국인 도나 프록터 씨는 아들 조지프 씨(32·사진)의 느닷없는 사망 소식을 통보받았다. 멕시코에 살던 아들이 국경지역에서 멕시코 군의 차량 검문을 거부한 채 총을 쏘고 달아나다 숨졌다는 것. 프록터 씨는 “편의점에 가는 길이었다던 아들이 그렇게 죽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묵묵부답이었다. 범죄 용의자로 낙인찍힌 채 숨진 아들의 시신 앞에서 어머니는 진실을 밝혀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4개월 뒤인 28일 외신은 프록터 씨의 모정이 아들의 부당한 죽음과 사건 조작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비밀주의로 무장한 ‘완강한 성역’ 멕시코 군을 상대로 한 싸움은 험난했다. 멕시코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며 “군은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조지프 씨에게 총을 쏜 군인 1명이 뒤늦게 군사재판에 회부됐지만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프록터 씨는 줄곧 “상세한 재판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멕시코 군은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안 된다”며 거부했다. 프록터 씨는 미 정부 관계자 및 의회 의원에게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또 조작된 사건 경위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멕시코 국방부에 답변을 요구했다. 최근 멕시코에서 식당을 열려던 아들이 “멕시코 경찰과 군의 뇌물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 점도 강조했다. 이런 압박 아래 이뤄진 재수사에서 멕시코 군이 숨진 조지프 씨의 손가락에 AR-15 소총을 끼워 그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위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멕시코 군은 사건을 조작한 군 관계자 2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최근 이를 통보받은 프록터 씨는 “총을 싫어하는 내 아들이 그렇게 하다 죽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며 “아들이 열심히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최근 대선 이후 남북 간 내전 양상을 보이는 코트디부아르에서 무력충돌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이웃나라인 라이베리아로 대거 피신하고 있다. 26일 영국 BBC방송은 유엔난민기구(UNHCR)의 발표를 인용해 현재까지 약 1만4000명이 라이베리아로 넘어 갔다고 보도했다. UNHCR는 피란민이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국경을 넘은 주민 대다수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의 지지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투마타 르젠카바 UNHCR 대변인은 “지난달 대선 이후 코트디부아르를 떠난 피란민의 대다수는 서쪽 지역 주민”이라며 “이들은 정쟁의 불안이 더 큰 폭력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 며칠씩 걸어서 탈출했으며 지금도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대선 이후 폭력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200명에 육박한 상황.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재취임을 강행하면서 2명의 대통령과 지지자 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2002년 당시 내전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에라리온과 카보베르데, 베냉 등 서아프리카 3개국 대통령은 28일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해 그바그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그바그보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군사력을 사용해 축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바그보 대통령은 “무력을 앞세운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사임 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현지 교민들에게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철수를 권고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탈출 계획을 마련한 상태라고 26일 밝혔다. 현지에 체류하는 교민들은 사업가와 선교사 등 모두 150여 명이다.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여행경보단계는 2단계(여행유의)에서 3단계(여행제한)로 상향조정됐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영국 정부가 최근 런던에서 스파이 활동을 해오던 러시아 외교관을 전격적으로 추방했다. 이에 발끈한 러시아가 자국 내 영국 외교관을 맞추방하면서 양국 외교 갈등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21일 “영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이 첩보활동을 한 명백한 증거를 찾아냈다”며 10일 그를 추방한 사실을 밝혔다. 헤이그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영국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해온 것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러시아대사관의 다른 일부 직원도 러시아로 불러들일 것을 러시아 측에 공식 요청했다.러시아 정부는 이에 맞서 6일 뒤인 16일 모스크바에 있는 영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을 추방했다. 왜 추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두 외교관은 각자 근무지를 떠나 본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문제의 러시아 외교관이 특정 인사에게 접근해 정보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선을 넘는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헤이그 장관은 이번 조치가 최근 불거진 러시아 미녀 스파이 사건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영국 정부가 미녀 스파이 사건 이후 러시아의 첩보활동에 경계 및 감시를 강화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이달 초 마이크 핸콕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예카테리나 자툴리베테르 씨(25)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카티아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이 여성은 하원의 국방특별위원회 소속인 핸콕 의원에게 접근해 국방 관련 정보를 빼내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영국과 러시아의 외교관계는 2006년 런던에서 발생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전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요원의 독살 사건으로 크게 악화됐다. 영국 검찰이 체제 비판적이었던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인 것에 대해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한 것. 용의자의 신병 인도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던 양국은 2007년 자국 주재 상대국 대사관 직원 3명씩을 추방하며 날카롭게 대립했다.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내년 초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키로 하는 등 두 나라는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스파이 사건으로 양국 협력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다시 타격을 받게 됐다. 더구나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전문으로 영국 내 러시아의 첩보활동이 부쩍 강화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MI5는 영국에서 잠행하는 러시아 첩보원이 냉전 당시만큼 많은 35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