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 포린폴리시에 ‘12가지 독창적 지혜’ 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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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지속? 자원고갈로 자신 못해!

《통념(conventional wisdom)은 늘 그러려니 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는 생각이란 뜻이다. 흔히 세상은 통념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니얼 드레즈너 터프츠대 교수 등이 내놓은 12가지 통념에 대한 반박논리는 신랄하고 도발적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최신호는 2011년을 맞아 경제 국제 사회 부문에서 통념을 뒤집는 두 교수의 12가지 ‘독창적 지혜(unconventional wisdom)’를 제시했다.》
[1] 경제성장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00여 년간 그랬듯 앞으로도 인류가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주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먹을 양식조차 부족해질 수 있다. 환경과 자원 고갈 문제로 이번 세기 내에 세계의 경제성장은 멈추게 될지 모른다.

[2] 글로벌 경제는 회복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극복해 경제가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은 틀렸다. 모든 시스템은 수명이 있고 현재의 자본주의 위주 경제는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생산비용이 너무 높아졌고 이로 인한 수익 쥐어짜기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돼가고 있다.

[3] 중국의 부상이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스파르타의 불안이 펠로폰네소스전쟁을, 독일의 성장에 대한 영국의 공포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이에 대한 미국의 공포가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겨루기에 앞서) 경제성장, 빈부격차 등 내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양국이 글로벌 협력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

[4] 중국은 미국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정치를 휘두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두려움은 위험하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기준으로만 따지면 미국은 중국보다 여전히 250배 강하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존재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 소비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도 미국에 함부로 할 수 없다.

[5] 은퇴 연령은 낮은 게 아니라 높다.


수명이 늘어나니 은퇴를 늦추고 더 일해야 한다는 선진국의 주장은 가장 위험한 통념 중 하나다. 연금이나 복지수당이 필요한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수명이 짧다.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노동자가 더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은퇴 연령을 높이는 것은 구직활동에 드는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게 만든다.

[6] 각종 보안 조치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미 정부가 공항 검색대 같은 각종 보안 조처를 강화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각종 테러 음모를 적발한 것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승객이나 승무원, 정보기관의 첩보 등이었다.

[7] 주권은 약해지기는커녕 되레 강화됐다.

국제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개별 국가의 주권이 약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각 나라의 주권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이 2010년 자국 반체제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결과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주권 침해”라고 반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8] 역사 이해는 평화 정착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해묵은 갈등은 이 지역의 오랜 역사와 분쟁의 원인을 이해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영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역사적 근거는 되레 분쟁을 부추겼다. 1993년 오슬로 협약 같은 평화정착 시도의 성과는 과거의 역사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결과였다.

[9] 부자는 가난한 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자선에 앞장서는 부자들조차 자신들의 욕구 충족과 계급 유지가 우선이다. 인도 같은 나라는 국제회의에서 자국 빈민을 이유로 들며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빈곤층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커피 값을 올려봐야 도소매업체와 마케팅업자들 배만 불릴 뿐 아프리카 원두 농장에는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10] 미국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11]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할 가치가 여전히 있다 등이 제시됐다.

마지막 12번째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그래도 통념은 여전히 옳다’이다. 부정적인 통념대로 되지 않도록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관심,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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