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軍 조작 밝혀낸 美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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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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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검문 거부하고 먼저 총 쐈을리 없어”
‘부당한 죽음’ 재수사 촉구… 추가기소 이끌어내

올해 8월 미국인 도나 프록터 씨는 아들 조지프 씨(32·사진)의 느닷없는 사망 소식을 통보받았다. 멕시코에 살던 아들이 국경지역에서 멕시코 군의 차량 검문을 거부한 채 총을 쏘고 달아나다 숨졌다는 것. 프록터 씨는 “편의점에 가는 길이었다던 아들이 그렇게 죽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군은 묵묵부답이었다. 범죄 용의자로 낙인찍힌 채 숨진 아들의 시신 앞에서 어머니는 진실을 밝혀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4개월 뒤인 28일 외신은 프록터 씨의 모정이 아들의 부당한 죽음과 사건 조작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비밀주의로 무장한 ‘완강한 성역’ 멕시코 군을 상대로 한 싸움은 험난했다. 멕시코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며 “군은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조지프 씨에게 총을 쏜 군인 1명이 뒤늦게 군사재판에 회부됐지만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프록터 씨는 줄곧 “상세한 재판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멕시코 군은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안 된다”며 거부했다.

프록터 씨는 미 정부 관계자 및 의회 의원에게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또 조작된 사건 경위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멕시코 국방부에 답변을 요구했다. 최근 멕시코에서 식당을 열려던 아들이 “멕시코 경찰과 군의 뇌물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 점도 강조했다.

이런 압박 아래 이뤄진 재수사에서 멕시코 군이 숨진 조지프 씨의 손가락에 AR-15 소총을 끼워 그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위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멕시코 군은 사건을 조작한 군 관계자 2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최근 이를 통보받은 프록터 씨는 “총을 싫어하는 내 아들이 그렇게 하다 죽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며 “아들이 열심히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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