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분기순익 1년새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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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도 매출 석달새 11%↓
고위험 고수익 투자제한 등 월가 고삐죄기 효과 분석

‘월가 대형 은행들의 길들이기 효과가 나타나는 신호탄?’

최근 잇따라 발표된 월가 은행들의 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더딘 경기회복세 탓도 있지만 월가 금융기관들의 수익구조와 연관된 다른 이유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고삐를 죄어온 버락 오바마 정부의 금융개혁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9일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은 23억90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49억5000만 달러)보다 52%나 줄었다. 수익이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토막이 난 것은 142년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급락세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86억4000만 달러로 10% 줄어들었다. 씨티그룹도 지난해 4분기에 13억1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긴 했지만 주당 순이익은 4센트로 시장 예상치(주당 7센트)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 증가세도 주춤해 전분기보다 11% 준 183억 달러에 머물렀다. 웰스파고와 US뱅코프는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놨지만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형 은행들의 부진한 실적은 과거 주요 수익원이었던 외환, 원자재 등의 트레이딩과 투자은행(IB) 분야의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월가의 대표 주자였던 골드만삭스의 경우 이 두 분야의 매출액이 각각 48%, 10% 감소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월가와의 전쟁’을 선언하다시피 한 정부의 강력한 금융규제 시도가 기업들의 영업 패턴과 실적 추이를 바꿔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 등을 규정한 이른바 ‘프랭크-도드 법’으로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가 제한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은행들은 이미 법안에 맞춰 내부업무 조정에 나선 상태다. 은행이 자기 자본으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볼커 룰’에 대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가 18일 보고서를 통해 금융개혁의 세부 방안들을 점검한 것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의 이번 성적표에 대해 “금융 당국의 새 규제가 골드만삭스의 실적을 옥죄었다”고 보도했다. 노무라증권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붐을 찾아볼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이날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미국 보통 가정 수입의 8배에 이르는 1인당 평균 43만 달러의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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