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내전이 격화되던 1990년 한인 교포인 박정달 씨(사진)는 가족을 모두 이웃나라 코트디부아르로 피란 보냈다. 잇단 유혈충돌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작정 오른 피란길. 박 씨의 가족은 빈손이었다. 그때 그의 가족과 라이베리아 교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의 배려를 그는 잊지 못한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라이베리아 한인회장이 된 박 씨와 교민들은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극심한 정쟁 때문에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한인들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키로 한 것. 박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이 라이베리아로 긴급 철수할 경우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대사관에 전달했다”며 “6개월이고 1년이고 언제까지라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이 넘어올 경우 자신의 집과 선교회관을 개방해 숙식을 제공하고 자금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도 할 계획이다.
이 결정은 라이베리아 교민들이 함께 회의를 해 이끌어냈다. 현재 이곳의 교민은 45명뿐. 하지만 이들이 전부 코트디부아르 교민들을 돕겠다고 나선 만큼 40∼50명의 교민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코트디부아르에는 교민 160명 중 40여 명이 출국해 현재 120명 정도가 남아 있다.
박 회장은 “과거 내가 어려웠을 때 도와준 코트디부아르 교민은 이제 내 친척과 다름없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 교민들도 과거 자신들에게 최장 6개월 이상 무료 숙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이후 돌아갈 여비가 없는 사람에게는 비행기표를 사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의 도움으로 당시 코트디부아르에 정착한 이들도 있다.
주코트디부아르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아프리카 교민들끼리는 서로 잘 알고 지낼 뿐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대사관 측은 “아프리카 정세가 혼란스럽다 보니 교민 간 협력도 절실해진 결과일 것”이라며 “이웃나라 가나의 한인회에서도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유엔은 코트디부아르를 탈출하는 피란민이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퇴진을 거부한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에게 군사력 투입을 경고하면서 프랑스 등은 자국민의 철수 지원을 시작했다. 3일 그바그보 대통령과 ECOWAS와의 최후 재협상마저 실패할 경우 대규모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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