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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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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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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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키치 “아버지, 보셨죠” 선발 나선 두산전 부친이 시구… 시즌 8승 선물

    미국에서 6월의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부모에게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미국 출신의 LG 외국인 투수 벤저민 주키치는 ‘아버지의 날’인 10일 부모님께 뜻 깊은 선물을 했다. LG와 두산의 서울 라이벌전이 열린 잠실구장. LG는 이날 시구자로 주키치의 아버지 마크 주키치 씨를 초대했다. 마침 선발 투수 역시 주키치였다. 마크 씨는 경기 전 마운드에서 아들을 따뜻하게 포옹한 뒤 포수 미트를 향해 차분하게 공을 던졌다.전날까지 주키치는 7승 무패에 평균자책 2.17로 다승과 평균자책은 물론이고 승률까지 세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날 주키치는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1회초 두산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좌중간 3루타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6이닝 동안 8피안타에 3점을 내줬다. 하지만 화끈한 타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승리 투수가 됐다. LG는 0-1로 뒤진 1회말 2사 1, 2루에서 최동수의 적시타로 간단히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2사 만루 찬스에서는 김태완이 두산 선발 김선우의 8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LG 타선은 5-3으로 쫓긴 7회말 다시 한 번 불을 뿜었다. 한 이닝 동안 13타자가 7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묶어 대거 9득점한 것. 정성훈, 서동욱, 김태군, 이병규(7번), 이병규(9번) 등 5명의 타자가 2루타를 쳐 역대 한 이닝 최다 2루타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LG는 14-4로 대승을 거두고 지난해 6월 11일 이후 1년 만에 단독 2위에 올랐다. 또 올 시즌 두산과의 경기에서 7승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했다. 8승 무패에 평균자책 2.34가 된 주키치는 세 부문 1위를 굳게 지켰다. 한화는 12일 만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가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는 동안 타선의 지원을 얻으며 넥센을 8-1로 꺾었다. 박찬호는 시즌 3승(4패)째. SK는 삼성을 11-3, 롯데는 KIA를 6-3으로 각각 이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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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눈-폼 3박자… 이유있는 ‘꿈의 4할’

    “타율 4할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한화 김태균(30)의 4할 타율 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 수도권 한 구단의 전력분석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야구에서는 3할만 쳐도 수준급 타자 소리를 듣는다. 4할 타자는 ‘타격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한 번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78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누구도 4할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이 0.412를 기록했다. 백인천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했던 건 1994년의 이종범(0.393)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까지 일본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이 3개월째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49경기를 치른 7일 현재 타율 0.414(169타수 70안타)이다. 타격 2위 넥센 강정호(0.343)에게 큰 격차로 앞서 있다. 기술적으로 김태균은 4할에 가장 근접한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콘택트 능력과 파워를 갖췄고 선구안도 좋다. 4할을 치려면 볼넷을 많이 골라야 하는데 김태균은 7일까지 32차례나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넥센 박병호(33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김태균 특유의 타격 자세도 타율 유지에 유리하다. 김태균과 같은 오른손 타자들은 대개 왼쪽 발을 들었다가 몸 전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공을 친다.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태균은 국내 타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제자리 턴’을 한다. 최대한 몸을 투수에게서 멀리 떨어뜨린 준비 자세를 취한 뒤 공이 날아오면 왼발을 들지 않고 제자리에서 허리를 돌려 간결하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힘도 좋아 시즌 초반까지 1010g짜리 방망이를 썼다. 요즘엔 체력 배분을 위해 930g으로 방망이 무게를 줄였지만 다른 타자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무거운 편이다. 4할 도전의 최대 변수는 부상과 체력 저하다. 김태균은 5월 말 감기몸살을 앓은 뒤 며칠간 타격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도 이겨내야 할 숙제다. 요즘 김태균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장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집중적으로 몸쪽 깊숙한 공을 던진다. 6일 경기에선 롯데 투수 김성배로부터 허리를 강타하는 공을 맞기도 했다. 4할을 치고 있지만 김태균은 자신의 성적이 불만족스럽다. 홈런(6개)과 타점(36개)이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 않아서다. 6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김태균은 “안타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집중력으로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그런데 홈런은 힘과 밸런스, 자세 등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나온다. 그 느낌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또 그는 “기회가 왔을 때 4할에 한번 도전하려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팀의 4번 타자로 홈런과 장타를 더 많이 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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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 ‘깜짝 선발’ 송창식 시즌 첫승 만점投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승리였다.” 한대화 한화 감독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6일 롯데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3-2로 신승한 뒤의 일이다. 이날 경기는 한 감독의 생각대로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로테이션대로라면 이날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야 했다. 그런데 막상 선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전날까지 2군에 머물던 송창식이었다. 여기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었다. 류현진은 한국 최고의 왼손 투수지만 유독 낮 경기에서는 부진했다. 상대 선발이 롯데 에이스 송승준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한화로선 에이스인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류현진이 패하면 1패 이상의 악영향이 미친다. 이날 송창식의 피칭은 한 감독의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1군에서 단 1승도 없던 송창식은 막강 롯데 타선을 맞아 5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3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고 시속 147km의 빠른 공을 주무기로 슬라이더와 커브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타선 역시 송승준을 효과적으로 무너뜨렸다. 0-0이던 2회 2사 1, 3루에서 오선진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1-1 동점이던 5회에는 강동우의 중전 적시타와 한상훈의 2루타로 승부의 균형을 깼다. 한화는 6회부터 바티스타-정재원-마일영-안승민으로 이어진 불펜을 총동원해 3-2,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깜짝 선발’ 송창식은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8월 21일 잠실 두산전 이후 290일 만의 선발승을 따냈다. 2연승을 거둔 한화는 7일 류현진을 내세워 롯데와의 3연전 싹쓸이에 도전한다. 넥센은 강정호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LG를 5-3으로 꺾었다. 홈런 선두 강정호는 15, 16호 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리며 9경기 만에 홈런 갈증을 풀었다. 삼성 이승엽도 KIA와의 경기에서 8회 시즌 12호 2점 홈런을 치며 팀의 12-3 대승에 일조했다. 두산은 연장 10회에 터진 김동주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SK를 2-1로 이겼다. 한편 이날 경기가 열린 4개 구장에는 6만4305명의 관중이 찾아 역대 최소인 190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305만7899명)했다. 광주, 목동구장(이상 1만2500명)과 대전구장(1만3558명)은 만원을 기록했다.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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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궁합 딱… 유원상 ‘쌍둥이’ 부양

    2000년 겨울의 어느 날. 서울 송파구 잠신중학교에선 네덜란드 올림픽대표 출신 왼손 투수 유리안 로베주의 공개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그를 보기 위해 8개 구단 스카우트가 총출동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로베주는 들러리였다. 얼굴에 솜털이 가득한 한 중학생 투수가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쌀쌀한 날씨에서도 최고 시속 134km의 직구를 던져 스카우트들을 놀라게 했다. 로베주의 최고 구속(131km)보다 더 빨랐다. 그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아들 유원상(26·LG)이었다. 이듬해 메이저리그로 연수를 간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간 유원상은 고등학교 때 이미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2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억5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성장은 더뎠다. 공은 빨랐지만 투구가 들쭉날쭉했다. 어떤 날은 누구도 치기 힘든 공을 던지다가도 다음 등판에선 초반에 무너지곤 했다. 타고난 재능을 살리지 못한 채 평범한 투수가 됐다. 한화는 지난해 시즌 도중 그를 LG로 트레이드했다. 그런데 이 트레이드가 그의 천재성을 새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올해 유원상은 LG는 물론이고 8개 구단 오른손 투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구위를 뽐내고 있다. 그는 5일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8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2세이브를 거뒀다. 평균자책은 1.14에 불과하다. 홀드도 11개나 기록해 박희수(SK·15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유원상의 올해 투구는 전국구 에이스인 KIA 윤석민과 닮았다. 유원상은 불펜 투수고 윤석민은 선발 투수라는 것 외에 둘은 모두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140km가 넘는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는 몇 안 되는 투수기도 하다. 올해 유원상은 최고 143km, 윤석민은 144km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유원상은 “지난해까지 선발로 주로 나서면서 완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볼펜으로 보직을 바꾼 올해는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지고 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해도 공격적인 피칭을 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의 LG는 허약한 불펜 때문에 뼈아픈 역전패를 자주 당했다. 하지만 올해 LG는 셋업맨 유원상-마무리 봉중근으로 이어지는 막강 뒷문을 갖췄다. 깨질 듯하면서도 깨지지 않는 LG의 ‘5할 본능’의 핵심은 단연 유원상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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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사자기 고교야구]10년 도전 금빛 결실… 북일 ‘황금사자’ 되찾다

    1977년 창단한 북일고는 지난해까지 전국 대회 우승만 23번 차지한 야구 명문이다. 김태균(한화)과 고원준(롯데), 유원상(LG) 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하지만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1990년대까지는 결승전 무대도 밟지 못했다. 2002년 창단 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를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 후 3차례(2003, 2007, 2009년)나 준우승에 그쳤다. 2009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이정훈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 손으로 꼭 다시 한 번 황금사자를 품고 싶다. 준비도 충분히 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대회에서 10번 결승전에 진출해 5번 우승했다. 하지만 단일 언론사 주최 고교 야구 대회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황금사자기를 차지하지 못한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었다. 이 감독은 부임 첫해 이 대회 결승에서 충암고에 0-3으로 완패한 아픈 기억도 있다. 황금사자에 목말랐던 북일고가 10년 만에 금빛 황금사자의 주인이 됐다. 북일고는 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장충고를 4-2로 꺾고 대회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상대 장충고는 2007년 이 대회 결승에서 북일고에 0-3 완패를 안긴 팀. 북일고는 5년 만에 열린 리턴매치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이날 양 팀 모두 에이스를 선발로 내세우지 못했다. 북일고 에이스 윤형배는 전날 덕수고와의 경기에서 9이닝을 완투하며 무려 147개의 공을 뿌렸다. 장충고 에이스 조지훈 역시 충암고와의 준결승에서 138개의 공을 던졌다. 이들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양 팀 제2선발 중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북일고에서는 이 역할을 선발 투수 정혁진이 해냈다. 왼손 투수인 정혁진은 7명의 왼손 타자가 포진한 장충고 타선을 맞아 5와 3분의 2이닝을 3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3-1로 앞선 6회 2사 3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윤형배는 수비 실책으로 1실점(비자책)을 내줬을 뿐 3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나 볼넷을 1개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승리를 지켰다. 북일고 타선은 1회부터 3회까지 매회 1점씩 뽑아내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5번 타자 신승원은 3-2로 앞선 9회초 1사 1, 3루에서 귀중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포수 신승원은 수훈상과 타격상(0.533), 최다타점상(10개)을 휩쓸었다. 4경기에 등판해 3승에 평균자책 0.41을 기록한 윤형배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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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호… 속에 불난 4월, 손에 불난 5월

    “이승엽과 김태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로 연수를 갔던 노석기 LG 전력분석팀 과장(당시 SK 전력분석 코치)의 말이다. 당시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승엽(현 삼성)과 롯데 김태균(현 한화)은 연일 고전 중이었다. 이들의 실력이 모자라서 한 얘기가 아니었다. 노 과장은 “일본 투수들은 한국 선수에게 홈런 맞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았다. 한국 선수에게 홈런을 맞은 투수를 2군으로 보낸 감독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투수들은 한국 선수와 승부를 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만 해도 29일 현재 양 리그에서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 중인 선수가 13명이나 된다. 이들이 던지는 유인구는 스트라이크와 볼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이승엽의 회고 한 토막. “한국에선 2스트라이크 3볼 상황이면 웬만하면 스트라이크를 던진다. 그런데 일본 투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포크볼로 유인구를 던지더라.” 유인구를 참지 못하면 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안 좋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고 스윙 밸런스가 무너진다. “용병으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이승엽은 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15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율이 0.201에 그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호의 4월도 잔인했다. 일본 투수들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은 공으로 살짝 시험해 보더니 정규시즌이 되자 투구 패턴을 180도 바꿨다. 유인구 일변도의 승부를 한 것이다. T-오카다 등의 부진 속에 집중견제를 받은 이대호는 4월까지 홈런 2개에 타율 0.233에 머물렀다. 4월 18일 소프트뱅크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1할대(0.196)로 추락하기도 했다. 단 하나 고무적이었던 건 이대호가 인내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타율은 안 좋았지만 볼넷을 14개나 골랐다.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5월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 투수들이 이대호에게 정면승부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대호가 만만해져서가 아니다.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19일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선 1-2로 뒤진 9회 2사 후 상대 마무리 토니 버넷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2점 홈런을 쳤다. 이튿날 경기에선 2-1로 앞선 9회 오시모토 다케히코를 상대로 쐐기 2점포를 터뜨렸다. 25일 히로시마전에선 3-3 동점이던 연장 10회 무사 1, 2루에서 일본 무대 첫 끝내기 안타도 날렸다. 5월 들어서만 8홈런에 타율 0.312(80타수 25안타)의 상승세다. 일본 투수도 완벽할 순 없다. 10개를 던지면 실투가 한두 개 나오기 마련이다. 이대호는 먹이를 기다리는 맹수처럼 참고 기다리다 실투가 들어오면 좋은 타구로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투수들의 유인구까지 안타로 연결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투수들이 쫓기게 된다. 노 과장은 “원래 좋은 타자였지만 일본처럼 타자들에게 불리한 현실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타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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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 ‘공’ 이잖소… 108개의 실밥, 타고난 백팔번뇌… 인생같구나, 야구공의 생로병사

    2009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기억하시나요. 9회말 SK 투수 채병용의 손을 떠난 저를 KIA 나지완이 받아쳤지요. ‘딱∼’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저는 잠실구장의 밤하늘로 떠올랐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양 팀 선수단은 물론이고 만원 관중의 눈이 저 하나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지요. 제가 왼쪽 스탠드에 내려앉는 순간 KIA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난리가 났습니다. 반면 SK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더군요. 제 몸짓 하나에 이날 경기를 지켜본 수백만 명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야구공’입니다. 흔한 말로 저는 요즘 ‘대세’입니다. 저를 보러 매일 수만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죠. 얼마 전엔 역대 최소인 126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도 저를 보러 왔고요.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도 손자 손녀와 함께 야구장 나들이를 했지요. 쑥스러운 얘기지만 인기 그룹 ‘소녀시대’도 제 팬이라고 하네요. 몸무게가 145g밖에 되지 않는 저의 어떤 점이 이처럼 많은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것일까요. 치명적인 저의 매력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생하얀 가죽에 빨간 매듭을 지은 단순한 겉모습과 달리 저는 무척 속이 깊답니다. 가장 안 쪽에는 코르크와 특수고무로 이뤄진 코어가 있습니다. 방망이에 부딪칠 때 딱∼ 소리가 나는 건 바로 이 코르크 때문입니다. 또 고무로 인해 반발력이 생기죠. 여기서 중요한 게 고무의 배합입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공이 너무 잘 튀고, 적게 넣으면 잘 날아가지 않지요. 요즘 일본 프로야구에선 ‘날지 않는 공’ 때문에 말이 많죠. 반발력이 잘 생기지 않도록 고무를 배합했기 때문입니다. 코어는 양털 실로 감싸 둥그렇게 만듭니다.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공은 양털 함유량이 90% 이상이어야 합니다. 양털실을 감은 뒤엔 소가죽을 씌워 공 모양을 만들죠. 여기까지의 공정은 모두 기계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소가죽을 꿰매 매듭을 만드는 작업만은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기계로는 매듭의 간격과 높이 등을 일정하게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제 몸의 매듭은 정확하게 108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왠지 ‘백팔번뇌(百八煩惱)’가 연상되지 않나요. 그래서 흔히 야구가 인생에 비유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108개의 매듭은 야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투수들은 직구 외에도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데요.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 건 바로 이 매듭 때문입니다. 매듭이 공기의 저항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거든요.●로이렇게 태어난 저는 각 팀의 주문에 따라 경기장으로 보내집니다. 프로야구에 사용되는 공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로고가 찍혀 있죠. 현재 스카이라인과 빅라인, 맥스 등 3개 업체가 NC를 포함한 9개 구단에 경기용 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팀마다 차이가 있지만 각 팀은 연간 3만 개 내외의 공을 사용합니다. 프로야구 구단만 계산해도 연간 약 30만 개의 공을 쓰는 셈이지요. 제 기억에 유독 강하게 남아 있는 분은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입니다. 김 감독은 2007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SK 지휘봉을 잡았는데요. 그분이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건 다들 아시죠. 훈련을 많이 하니 저를 더욱 많이 필요로 했지요. 다른 팀이 3만 개를 쓸 때 SK는 4만 개로도 부족했습니다. 아침 먹고 훈련, 점심 먹고 훈련, 저녁 먹고 훈련, 심지어는 경기 끝나고도 훈련을 했거든요. 가끔 선수들의 수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직접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 주는 것)를 하기도 하셨죠. 저,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병프로야구 한 경기에 사용되는 공은 100∼120개입니다. 이 가운데 경기가 끝난 뒤 수거되는 공은 절반 정도죠. 나머지 반은 팬들이 가져갑니다. 제가 홈런이나 파울 등으로 관중석에 떨어졌을 때 주워 가는 것이죠. 이런 공은 복 받은 친구들입니다. 공을 주운 팬들이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특히 롯데 경기를 좋아합니다. 롯데 팬들 사이에 ‘아주라 응원’이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 관중석에 파울볼이 떨어졌을 때 어른이 공을 잡으면 롯데 팬들은 입을 모아 “아주라”를 외칩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아이에게 공을 주라’는 뜻으로 애정 어린 강요인 셈이죠. 공을 건네받은 어린이 팬의 환한 얼굴을 보는 건 더할 수 없는 기쁨이랍니다. 야구 관계자들에 의해 수거된 공들은 재활용 과정을 거칩니다. 경기에서 한 번 사용된 공은 거의 새 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공들은 경기 전 타자들의 감을 살려주기 위한 배팅볼로 쓰이죠. 배팅볼을 많이 쳐 낡으면 실내연습장의 티(tee) 배팅장으로 이동합니다. 주로 실내에 머물지만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일 때는 다시 야외의 신선한 공기를 맡기도 해요. 그런 날에 새 공을 쓰는 건 아깝기 때문이랍니다. 저희 가운데 몇몇은 미국이나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각 팀의 스프링캠프나 마무리 캠프에 따라가거든요.●사경기용→배팅볼용→티배팅용을 거친 저희들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나 사회인 야구 선수들에게 KBO 마크가 찍힌 저희는 여전히 귀하신 몸입니다. 프로 구단들은 자신들이 쓸 수 없는 공들을 따로 모아 지역 내 고교나 대학 야구팀에 보내곤 합니다. 너무 많이 써 매듭이 풀리고 실밥이 터진 공이지만 어린 선수들은 정성스레 저희를 꿰매 다시 씁니다. 어린 선수들의 손길은 어찌 그리 따뜻한지요. 또 저희 중 일부는 캄보디아나 베트남같이 공이 귀한 나라로 기부되기도 합니다. 쿠바로 간 친구들도 있답니다. 몇 해 전 아마 최강인 쿠바 선수들이 친선 경기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경기 후 낡았다고 버림받았던 저희들을 대거 챙겨갔다고 해요. 국내건 해외건 저희는 방망이에 맞고 흙바닥에 긁히기 일쑤죠. 하지만 이 또한 저희들의 기쁨입니다. 저희를 통해 실력이 좋아진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거든요. 끝으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빌려 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야구공의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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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호 10호 홈런… 日 퍼시픽리그 단독 선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가 퍼시픽리그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28일 요코하마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인터리그 경기.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한 이대호는 0-2로 뒤진 4회초 상대 선발 후지이 슈고의 3구째 한가운데 낮은 체인지업을 퍼 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시즌 10호 홈런으로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9개)를 제치고 리그 홈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대호는 이날 2루타 1개를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팀은 1-2로 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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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현 ‘괴물’은 잡고 ‘승’은 놓치고

    한화의 ‘괴물 투수’ 류현진은 어지간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 넥센에 입단한 메이저리거 출신 김병현과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된 뒤엔 “오랜만에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그에겐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었다.25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둘의 맞대결은 모든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빅 매치였다.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만원 관중(1만2500명)이 구장을 가득 메웠다.명불허전이었다. 둘은 모두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누구 한 명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18일 삼성전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선발 등판한 김병현은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최근 몇 년간의 실전 공백 탓에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와중에도 힘 있는 구위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1회초 1사 후 몸에 맞는 볼 2개와 볼넷 1개로 맞은 1사 만루에서 폭투로 한 점을 내준 게 이날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계속된 1사 2, 3루 위기에서는 최진행과 김경언을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6이닝 2안타 4사구 5개, 1실점의 호투. 최고 시속 146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삼진은 5개를 잡았다. 김병현은 팀이 2-1로 앞선 7회초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박성훈에게 넘겼으나 불펜진의 난조로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류현진도 불운하긴 마찬가지. 7이닝 6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수비진의 고질적인 실책성 플레이 때문에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또 8회까지 최진행의 역전 2점 홈런 등으로 4-2로 앞섰지만 마무리 투수 바티스타가 9회에 2점을 내주며 그의 승리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구석구석을 찌르는 최고 시속 151km의 직구와 가장 느린 100km의 커브는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삼진도 10개나 잡았다.한화는 연장 10회에 터진 백승룡의 적시타에 힘입어 5-4로 승리하며 최근 6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한편 롯데는 박종윤의 투런포를 앞세워 두산을 8-4로 꺾었고, 삼성은 1회부터 SK를 몰아치며 7-1로 대승했다. SK는 최근 4연패. KIA는 LG에 5-2로 역전승하며 시즌 첫 4연승을 내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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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女골퍼 정신력 일본과 차원이 달라”

    “한국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은 차원이 다르다.”20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주오TV 브리지스톤 레이디스 오픈이 끝난 뒤 일본의 간판 골퍼 아리무라 지에가 한 말이다. 이 대회에서는 이지희가 우승했다. 3라운드 내내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일궈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한국 선수의 일본 투어 우승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안선주만 해도 지난 2년 연속 일본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이날 이지희의 우승이 일본 선수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최근 3대회 연속 우승컵을 한국 선수들이 가져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일본 무대에서 한국 낭자들의 선전은 눈부실 정도다. 지난주까지 열린 11개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은 여섯 번 우승했다. 나머지 5개 대회는 모두 한국 선수의 차지였다. 이지희가 2승을 거뒀고 이보미 안선주 박인비가 1승씩을 올렸다. 상금 순위로 따지면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4004만8000엔(약 5억9400만 원)을 벌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선주를 필두로 2위는 전미정(3802만7166엔), 3위는 이지희(3522만6000엔)다. 박인비(2827만4666엔)와 이보미(2559만5666엔)는 각각 5, 6위다. 4위 류 리쓰코를 빼면 상금 랭킹 상위 6명 중 5명이 한국 선수다. 안방을 한국 선수들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하자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통렬한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리무라는 “한국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확실히 스코어를 줄일 줄 안다”고 평가했다. 상금 9위인 핫토리 마유는 “샷이 흔들릴 때조차 곧장 자세를 수정한 뒤 공을 똑바로 쳐내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은 “강한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긴 안목으로 보면 일본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지만 위기감은 감추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25일 일본 니가타 현 요넥스CC에서 시작되는 요넥스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시즌 6승째에 도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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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리, 초대받은 ‘맨발 투혼’

    14년 전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가 ‘맨발 투혼’을 선보였던 18번홀의 연못은 이제 잔디로 메워졌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던 그 장면만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다. 박세리가 23일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미국 위스콘신 주 쾰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을 다시 찾았다. 14년 만에 다시 이 골프장에서 열리는 올해 US여자오픈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골프장 측에서는 박세리를 ‘모시기’ 위해 전용 비행기까지 제공했다. 1998년 당시 LPGA 신인이었던 박세리는 이 대회에서 제니 추아시리폰과 92홀까지 치르는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특히 18홀 연장전 18번홀에서 양말을 벗어던지고 연못에 들어가 멋진 샷을 선보여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세리는 18홀 연장전에서도 비긴 후 서든데스 연장전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기어이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7월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박세리를 비롯해 지난해 우승자 유소연과 준우승자 서희경 등 24명의 한국(계) 선수가 출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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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야구? 몰라요~

    ‘삼성과 일곱 난쟁이.’ 프로야구 시즌 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난해 챔피언 삼성의 독주를 예상했다. 2연패를 점친 전문가도 많았다. 삼성의 대항마로는 KIA를 꼽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삼성과 KIA는 6, 7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 꼴찌 후보 LG는 3위다. LG와 탈꼴찌를 다툴 것으로 보인 넥센은 선두 SK에 1경기 뒤진 2위다. 지난해에도 전문가들이 우승 후보로 꼽았던 두산은 포스트시즌에도 못 나갔다. 삼성은 4강 턱걸이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2년 연속 틀린 건 왜일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적을 비롯한 기본 전력을 바탕으로 시즌을 예상한다. 그것도 각 팀의 베스트 전력을 상정한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로또’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할진 누구도 모른다. 부상이란 돌발 악재도 존재한다. 기존 선수도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삼성이 올해 최강으로 꼽힌 이유는 지난해가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선발은 잘 굴러갔고, 불펜은 철벽이었으며, 홈런왕 최형우가 버틴 타선은 짜임새가 있었다. 여기에 8년간 일본에서 활약했던 ‘국민타자’ 이승엽까지 가세했으니 당연히 ‘A학점’이 쏟아졌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 보면 지난해 삼성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120% 발휘했다고 봐야 한다. 마무리 오승환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오승환은 1승 47세이브에 평균자책 0.63의 성적을 올렸다. 블론 세이브는 단 한 번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 성적은 역대를 통틀어도 첫 손가락에 꼽힐 대기록이다. 두 번 다시 이만 한 기록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성적을 바탕으로 예상을 한 것이다. LG와 넥센의 기대 밖 선전 역시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못했다고 올해 못하리라는 예상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무명 선수 몇몇이 툭툭 튀어나와 주면 팀 전체의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진다. 야구는 꼴찌가 1등을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한 번 이기면 우연이지만, 두 번 이기면 실력이 된다. 예상과 다른 양상이 전개되는 게 야구의 재미이자 매력이다. “야구, 몰라요∼”가 야구계 최고의 명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헌재 스포츠레저부 uni@donga.com}

    • 201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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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틀 연속 투런 이대호, 이대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사진)가 이틀 연속 9회 결정적인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20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인터리그 경기. 이대호는 2-1로 앞선 9회초 야쿠르트의 3번째 투수 오시모토 다케히토의 3구째 한가운데 높은 직구(시속 140km)를 밀어 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쐐기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7호 대포로 팀의 4-1 승리에 기여한 소중한 한 방이었다. 이대호는 전날 야쿠르트전에서도 1-2로 뒤진 9회초 전날까지 평균자책 0점을 기록 중이던 상대 마무리 토니 바넷을 상대로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팀은 연장 11회 접전 끝에 6-3으로 이겼다. 4월까지 단 2개의 홈런에 그쳤던 이대호는 5월 들어 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7경기 4홈런의 상승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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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호 첫 3루타

    ‘빅 보이’ 이대호(오릭스)가 일본 프로야구 진출 후 첫 3루타를 날렸다. 전날까지 센트럴리그 다승 및 평균자책 1위를 달리던 스기우치 도시야를 상대로 친 인상적인 3루타였다.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인터리그 경기. 1회 초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이대호는 상대 왼손 선발 스기우치의 6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시속 123km)을 통타해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3루타를 쳤다. 걸음이 느린 이대호에겐 보기 드문 3루타다. 이대호는 한국 롯데 소속으로 11시즌 동안 홈런 225개를 쳤지만 3루타는 5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이후 3타석에선 무안타에 그쳤다.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시즌 타율은 0.252. 오릭스는 이날 2-4로 지면서 최근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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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문 NC 감독 “내년 1군 가서 동네북 될수야”

    “퓨처스리그(2군) 1위? 지금 전력으로 1군에선 2할대 승률이다.” 내년 시즌 1군 참여가 확정된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요즘 잘나간다. 지난 주말 지역 라이벌 롯데 2군과의 경기에서 2연승하며 14일 현재 17승 8패(승률 0.680)로 남부리그 1위다. 북부리그 1위 경찰청(0.667)보다도 승률이 높다. 신인과 방출 선수가 주축인 팀치고는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하지만 김경문 NC 감독(사진)의 평가는 냉정했다. 창원 마산구장에서 만난 그는 “NC는 내년에 1군에서 뛸 팀이다. 퓨처스리그 우승이 목표다. 하지만 1군은 냉혹한 무대다. 지금 전력으로는 3할대 승률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 ‘공룡(다이노스)’은 아직 배고프다 NC는 창원에선 이미 인기 팀이다. 2군 경기임에도 안방경기 때 5000명이 넘는 관중이 마산구장을 찾는다. 지난 주말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2군과의 방문경기에는 NC 유니폼을 입은 팬 수십 명이 원정 응원을 왔을 정도다. 김 감독은 “많은 관심이 큰 힘이 된다. 선수들도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내년 시즌에 자칫 ‘동네북’이 될 수 있다. 기존 8개 팀의 타깃이 되선 안 된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NC는 올겨울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 3명을 데려온다. 또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씩의 선수를 넘겨받는다. 외국인 선수는 4명까지 보유(출전은 3명)할 수 있어 사전에 수준급 선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NC는 신인 우선 지명권 2장도 갖고 있다.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윤형배(북일고), 송주은(부산고), 조상우(대전고) 등이 유력한 영입 후보다. ○ “열정만은 우리가 최고” 방문경기를 다녀온 14일 마산구장의 NC 라커룸은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많은 선수가 웨이트 트레이닝 등 보강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NC 관계자는 “집에 일찍 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NC에는 정성기(전 애틀랜타), 문현정(전 KIA), 김동건(전 SK) 등 전 소속팀에서 방출된 뒤 제2의 야구인생을 살아가는 선수가 많다. 이들의 힘의 원천은 바로 절실함이다. 나성범, 이민호 등 신인들에게는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기회의 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정신력과 의욕, 팀워크는 어느 팀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프로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다. 열심히 부닥쳐 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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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역전승 다리놓은 151km 괴력투… ‘괴물’ 꿈꾸는 대전고 조상우

    1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대전고와 부천고의 황금사자기 1회전. 3-4로 뒤진 6회말 2사 2루에서 조상우가 대전고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자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조상우(사진)는 윤형배(북일고) 송주은(부산고)과 함께 고교투수 가운데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빅3’ 중 한 명이다. 그는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첫 타자 김준모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직구 스피드도 140km대 중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2사 1, 2루에서 최고 149km의 강속구를 던지며 후속 김성모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에는 공이 더 빨라졌다. 선두 타자 진사무엘에게 던진 4구째 직구는 스피드건에 151km가 찍혔다. 여기에 110km대 커브와 120km대 슬라이더까지 곁들이며 부천고 타자들을 요리했다. 조상우는 3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7-4 역전승을 이끌었다. 삼진을 6개나 잡았지만 제구력이 흔들리며 볼넷을 3개 내준 게 옥에 티였다. 조상우는 “공을 던질 때 고개를 위로 드는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프로에 간다면 류현진(한화)이나 송승준(롯데)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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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서울라이벌 창-방패 대결… 덕수고 완승

    “4강에서 만날 법한 팀들인데….”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13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덕수고와 서울고의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덕수고는 올해 황금사자기 전에 치러진 주말리그 서울권 A리그에서 2학년 투수들인 안규현과 한주성을 앞세워 6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서울고 역시 에이스 장현식과 배재환을 앞세워 서울권 B리그에서 5승 1패로 우승했다. 각각 서울권 A리그와 B리그를 제패한 양 팀이 공교롭게 대회 초반에 맞대결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운 덕수고의 6-2 완승이었다. 덕수고는 0-0으로 맞선 3회 1사 2루에서 유영준의 중전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1사 1루에서는 3번 타자 김경형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3루타를 쳤다. 덕수고 김진엽은 4회 2사 후 좌익선상 2루타를 치면서 주말리그에서 0점대 평균자책(0.75)을 기록했던 서울고 에이스 장현식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덕수고는 3-1로 앞선 8회 공격에서 안타 2개와 볼넷 1개, 상대 실책 등을 묶어 3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투수진에서는 깜짝 선발 김용인의 호투가 빛났다. 왼손 투수 김용인은 막강 서울고 타선을 상대로 3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무실점한 뒤 에이스 안규현에게 바통을 넘겼다. 4회 무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한 언더핸드 안규현은 4, 5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6일 강릉고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해 6이닝 1실점하며 승리한 데 이어 이번 대회 2승째를 거뒀다. 6회부터 등판한 한주성은 4이닝을 2실점(1자책)으로 막고 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경북고는 순천효천고를 상대로 안타 9개와 4사구 19개를 묶어 대거 12득점하며 12-0,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4번 타자 이지우는 7회 2사 만루에서 좌중간을 꿰뚫는 싹쓸이 3루타 등으로 4타점을 올렸다. 톱타자 조준영도 4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동성고는 에이스 이현재의 완투에 힘입어 울산공고를 3-1로 꺾었다. 이현재는 최고 시속 138km의 직구에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9이닝 동안 1안타 4볼넷 13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대전고는 부천고에 7-4로 역전승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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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사자기 고교야구]그들의 9회 말, 졌지만 천국같은

    그들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었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뒤 지길 바랐다. 콜드게임이 아니라 9회 말까지 경기를 하는 게 꿈이었다.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는 2002년 창단 후 전국대회와 지역대회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하기야 선수 대부분이 고교에 와서 야구를 시작한 멤버로 이뤄진 팀이 다른 팀을 이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1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부산고와의 1회전. 충주성심학교는 이날도 패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집념은 ‘소리 없는 반란’이라 할 만했다. 영화 ‘글러브’의 실제 주인공인 충주성심학교가 영화보다 더한 진한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충주성심학교는 올해 황금사자기 전에 치러진 주말리그 중부리그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다섯 번 모두 콜드게임패였다. 전국 최강으로 평가받는 천안북일고와의 경기에서는 1-35란 참담한 스코어로 5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지난 10년간 충주성심학교가 9회까지 경기를 치른 건 2005년 무등기와 지난해 주말리그 등 단 두 번밖에 없었다. 공교롭게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 만난 부산고는 경상권A에서 우승한 강팀이었다. 지는 건 당연해 보였다. 몇 점 차로, 몇 회 콜드게임으로 질 건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전혀 뜻밖의 내용이 전개됐다. 충주성심학교 2학년 투수 양인하(사진)는 110km 전후의 느린 직구로 막강 부산고 타선을 적절하게 막았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기 전인 7회까지는 3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힘이 떨어진 8회와 9회 2점씩 내주긴 했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144개의 공을 혼자서 역투했다. 10개의 안타와 5개의 4사구, 13개의 도루를 허용하면서도 9회까지 내준 점수는 7점밖에 되지 않았다. 수비수들 역시 몸을 던져 공을 막아냈다. 난생 처음 조명탑을 켠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른 탓에 어처구니없이 뜬공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했지만 몸을 날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것도 여러 차례였다. 9이닝 동안 안타는 하나도 치지 못했지만 4회 말 공격에서 천금같은 첫 득점을 했다. 선두타자 서길원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김권세의 보내기번트 때 3루를 밟은 뒤 김준호의 1루수 앞 땅볼 때 홈을 밟았다. 1-7로 졌지만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의 얼굴엔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양인하는 경기 후 수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좀 더 열심히 연습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컨트롤을 더 가다듬어 프로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창단 때부터 지휘봉을 잡아 온 박상수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이상 발휘했다. 좋은 야구장에서 강팀을 상대로 9회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다는 건 선수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탑고는 원주고를 6-0으로 이기고 2회전에 진출했다. 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 201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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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철 끝내기… 두산, 9회말 투아웃에 ‘뒤집기’

    올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 불펜은 철벽이었다. 그중 핵심은 단연 왼손 투수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9일 현재 13경기에 등판해 3승 8홀드를 거뒀다. 단 1실점도 하지 않아 평균자책은 0이었다. 마무리 투수 정우람도 든든했다. 11경기에 나와 6세이브를 따냈고 9이닝 동안 2점만 내줘 평균자책은 2.00에 불과했다. 그런 SK 불펜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철벽’을 무너뜨린 팀은 전날까지 4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두산이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경기. 두산은 8회초까지 5-8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더구나 마운드에는 8개 구단 왼손 불펜 투수를 통틀어 가장 구위가 좋다는 박희수가 서 있었다. 하지만 선두 타자 양의지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며 포문을 열었다. 임재철이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대타로 들어선 윤석민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쳐내며 1점을 따라붙었다. 무실점 행진 중이던 박희수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속 허경민까지 우중간 적시타를 치면서 스코어는 한 점차로 좁혀졌다. SK는 정우람을 급히 투입해 불을 껐다. 7-8로 뒤진 두산의 9회말 마지막 공격. 대타 이성열의 몸에 맞는 볼과 최재훈의 좌전 안타로 맞은 2사 1, 2루. 직전 3타석에서 3연속 삼진을 당한 임재철은 정우람의 바깥쪽 초구 체인지업을 밀어 쳐 우중간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전진 수비를 하고 있던 중견수 김강민이 끝까지 따라가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공은 글러브에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2타점 끝내기 3루타였다. 넥센은 목동 홈경기에서 서울 라이벌 LG를 2-1로 이기고 4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목동구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만원 관중(1만2500명)이 들어찼다. KIA는 한화를 4-1로 꺾었고 삼성과 롯데는 12회 연장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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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보다 빛난 ‘땀 방울’… LG, 이유있는 돌풍

    선수 시절부터 카리스마로 유명했던 이 남자. 한 번 화가 나면 누구도 못 말릴 것 같은 ‘열혈남아’였다. 그런데 그는 기대를 저버렸다. 아직 한 번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나면 항상 웃는 얼굴이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하니 내가 할 말이 없네요”라는 게 고정 레퍼토리다. 올 시즌 LG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고 있는 김기태 신임 감독(43·사진)이 그렇다. ‘덕장(德將), 지장(智將), 용장(勇將)…’. 세상에 많고 많은 장수 중 제일은 단연 ‘복장(福將)’이라는 게 프로야구판의 진리다. 해태와 삼성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통산 10번 우승을 차지한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김 감독은 지지리 복도 없다. 팀을 맡자마자 조인성(SK), 이택근(넥센), 송신영(한화) 등 주축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났다. 스프링캠프 도중에는 에이스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LG를 올 시즌 꼴찌 0순위로 꼽았다. 10년 연속 4강 탈락도 기정사실화했다. 운을 타고났다는 김 전 사장도 ‘(선)동열이고 없고, (이)종범이도 없는’ 상황에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야구는 역시 알 수 없었다. LG는 8일 현재 13승 10패로 4위다. 선두 SK와는 0.5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대체 LG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출귀몰한 용병술이라곤 말하기 힘들다. 신개념 4번 타자 정성훈이 ‘거포’로 거듭났고 톱타자 박용택 카드도 성공적이지만 야심 차게 추진했던 리즈의 마무리 투수 전환은 상처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 부분이 과거의 LG와 달라진 점이다. 예전엔 한 곳에 틈이 생기면 와르르 무너졌지만 요즘은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틴다. 그것도 이처럼 단단한 잇몸이다. 리즈가 물러난 뒷문은 봉중근과 유원상 한희 등이 메우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포수도 그렇다. 방출 선수 출신의 심광호와 2년차 신예 유강남이 마스크를 쓰지만 조인성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투수에선 ‘괴물’ 류현진(한화)을 이긴 최성훈과 이승우 등이 자리를 잡았다. 스타 선수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무명 선수들에겐 ‘기회의 땅’이 됐다. 김 감독은 공평하게 기회를 줬고 철저하게 실력으로 평가했다. 현재 LG는 누구든 열심히 하면 1군에 설 수 있는 팀이다. 오히려 스타가 없기에 최선을 다하는 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마흔 살이 넘은 류택현과 최동수도, 이제 갓 스무 살의 임찬규나 유강남도 실력에 따라 기회를 얻고 있다.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이런 팀워크를 만들어 낸 게 김 감독의 능력이다. 스스로 복을 만들어 낸 김 감독. 그를 바로 ‘신개념 복장(福將)’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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