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주장 이병규(등번호 9번)는 28일 KIA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머리를 빡빡 밀고 잠실구장에 나타났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료 선수들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전날까지 팀은 속절없이 5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시즌 후 줄곧 상위권이던 성적도 6위로 곤두박질쳤다.
이 모습을 본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삭발 대열에 동참했다. 훈련을 일찍 끝낸 몇몇은 구장 인근 이발소로 가 머리를 밀었다. 시간이 모자란 선수들은 정성훈의 라커룸에 비치돼 있던 전동 트리머(일명 바리캉)로 손수 머리를 깎았다. 입단 11년 차인 한 선수는 “모든 선수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삭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LG 선수들이 이처럼 모두 빡빡머리가 되면서 경기 직전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풀 때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KIA 선수들 역시 까까머리 일색이었던 것이다. KIA 선수들은 22일 SK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단체로 삭발을 했다. “짧은 머리로 분위기를 일신해 보자”는 고참 포수 김상훈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이날 경기는 LG 대 KIA의 대결이었지만 헤어스타일로 보면 ‘서울고’와 ‘광주일고’의 대결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연패 탈출을 위한 LG 선수들의 결의는 높이 살 만했지만 결과는 뜻처럼 되지 않았다. 이진영과 정성훈, 마무리 투수 봉중근 등 부상으로 결장한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정신력으로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날까지 4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KIA 타선은 초반부터 LG 선발 우규민을 두들겼다. 1회와 2회에 각각 2점을 뽑는 등 5회까지 7점을 얻었다. 7-3으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서는 이적생 조영훈이 LG의 두 번째 투수 이성진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13으로 패하면서 6연패의 늪에 빠진 LG는 KIA에 6위 자리를 내주고 7위로 내려앉았다.
롯데는 선발 사도스키의 7이닝 2실점 호투와 강민호의 쐐기 2점 홈런을 앞세워 한화를 5-2로 꺾고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은 SK에 6-0 영봉승을 거뒀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수확하며 다승 단독 선두에 올랐다. 두산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넥센을 6-4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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