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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불이 났으나 선원 7명이 침착하게 대처해 전원 구조됐다. 여수시 삼산면 백도 동쪽 18km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경남 사천 선적 저인망 어선 ‘205흥성호’(39t급)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6일 0시 10분경. 어선에는 선장 천모 씨(56)를 비롯한 한국인 5명과 베트남인 1명, 중국인 1명 등 7명이 타고 있었다. 선원 장모 씨(40)가 기관실 쪽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기관실 문을 열었으나 이미 불길이 번진 상태였다. 선원들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 했지만 불길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소화기 2개의 안전핀을 뽑은 뒤 기관실에 던져 넣고 문을 닫았다. 불길이 갑판으로 번지고 기관실 쪽에서 물이 차오르자 선원 이모 씨(38)가 여수해양경비안전서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 사이 선장은 퇴선 결정을 내렸고 갑판장인 김모 씨(64)가 구명 뗏목을 바다로 던진 뒤 차례로 뛰어내렸다. 구명 뗏목은 바닥이 있는 대형 튜브에 천막처럼 원뿔 형태의 덮개가 있는 구조물이다. 선원들은 배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노를 저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2, 3m 높이의 파도가 덮치는 데다 구명 뗏목 덮개를 펴는 지퍼가 고장 나 강한 비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뗏목 안으로 바닷물이 들이치자 플라스틱 물병을 잘라 번갈아가며 물을 퍼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휴대전화의 ‘라이트’로 사방을 비추는 사이 해경과 함께 수색에 나선 ‘208흥성호’가 선원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오전 3시 47분경 사고 해역에서 북서쪽으로 10km 떨어진 곳까지 표류하다 사고 발생 3시간 30여 분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 여수와 제주를 잇는 뱃길이 11년 만에 다시 열린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은 ㈜한일고속이 여수∼제주 노선에 ‘한일 골드스텔라호’(1만1588t급)가 이달 공식 취항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여객선은 길이 180m, 너비 27m 규모로 승객 823명, 승용차와 화물차 250여 대를 실을 수 있다. 운항 소요 시간은 5시간이다. 177km 항로를 하루 1회, 23노트(약 43km) 속력으로 운항한다. 여수엑스포항에서 매일 오전 8시 20분, 제주항에서 오후 5시를 전후해 각각 출항할 예정이다. 운임은 어른 기준 5만5000원이다. 승용차를 실을 경우 약 14만 원의 운임을 더 내야 한다. 취항을 기념해 일정 기간 요금 할인 이벤트가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항한다. 여수∼제주 노선은 2000년 3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남해고속 카페리호가 운항한 이후에 뱃길이 끊겼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제주항 측과 구체적인 취항 일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며 “늦어도 이달 안에는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국 최초의 한우 광역브랜드인 ‘지리산 순한한우’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15 대한민국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다. 지리산 순한한우는 청정 지역인 지리산과 한려수도에 인접한 전남 동부권 8개 시군 7개 축협이 2005년 8월 출범시킨 한우 브랜드. 현재 500여 회원 농가가 5만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지리산 순한한우는 그동안 굵직한 축산물 관련 상을 휩쓸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대상 수상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최우수상(농림부장관상)과 사업평가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2006년부터 3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다. (사)소비자시민모임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우수 축산물 브랜드로 인증할 정도로 ‘명품’이 됐다. 소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2005년부터 롯데쇼핑과 전담 공급 계약을 체결해 110개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지리산 순한한우의 모든 회원 농가는 무항생제 사료를 먹인다. 항생제 잔류 물질 검사를 해당 농가와 가축위생시험소에서 까다롭게 진행한다. ‘동물 복지’ 개념을 도입해 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리당 7m² 이상의 충분한 사육 공간을 갖추고 있다. 소가 먹는 물도 지하수 수질 보전에 관한 규칙에 따라 생활용수 수질 기준에 적합한 물만 사용한다. 생산과 유통에서도 ‘3통(統)과 3고(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00% 인공수정을 통해 혈통을 관리하고 30개월 이상 비육한 1등급 이상 한우만 시장에 내놓는다. 지리산 순한한우는 순천 여수 곡성 구례 등 4곳에서 명품관을 운영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해발 809m)은 영암군과 강진군을 경계로 동쪽으로 장흥군을 바라보는 곳에 우뚝 솟아 있다. 월출산 고개인 밤재 감재 도갑재를 통해 영암과 장흥, 강진은 하나로 연결된다. 영암에서 발원한 탐진강은 월출산 달빛에 젖어 달려온 금강과 만나 장흥 들판을 적신 뒤 강진 구강포 앞을 지나 남해로 흘러든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활문화권이 같은 영암군과 장흥군, 강진군은 예부터 이웃사촌처럼 친하게 지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구 개편으로 3개 군이 하나로 묶인 것도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지역발전 상생 협력 모델 영암군과 장흥군, 강진군의 협력사업이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다. 농산물 판매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직거래장터 운영, 스포츠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지역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7월 3개 군은 지역 자원과 역량을 결집한 공동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영암·장흥·강진 상생협력 정책협의체’를 결성하고 7대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현재 일부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자치단체 간 상생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들 군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와 도농 상생협력을 위한 우호교류 협약식을 열었다. 협약을 통해 공예산업(장흥 목공예, 강진 청자 빚기, 영암 생활공예) 활성화, 농·특산물 직거래 확대, 관광·축제 활성화 등 3개 공통사업과 시군별로 특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영암군의 경우 매년 초중학생이 서울과 영암을 찾아 역사·문화·농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진군은 올해 서울시 공직자를 대상으로 ‘다산 공직관 청렴교육’을 하기로 했다. 장흥군은 내년에 개최되는 ‘2016 장흥국제통합의학박람회’(9월 29일∼10월 31일) 지원을 요청했다. 3개 군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을 서울시가 개최하는 ‘농부의 시장’ ‘서울장터’ 행사 때 판매하기로 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자치단체 간 연대가 해법이라는 인식을 함께하고 손을 맞잡았다”며 “공동사업이 성과를 내면 3개 군의 발전에 탄탄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웰빙 농산물 유통망 구축 3개 군은 1월부터 세종시에 공동 사무소를 마련하고 군별로 6, 7급 1명씩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지도 공동 발간, 종합관광안내판 설치, 시티투어 등의 사업도 올해 안에 시행하기로 했다. 스포츠 공동 마케팅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11월 3일 3개 군에서 청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개 군이 3000만 원씩 모두 9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암 왕인문화축제, 장흥 물축제, 강진 청자축제 등 지역 대표 축제 때 문화예술단체 교차공연과 농·특산물 홍보부스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광주에 있는 전남도공무원교육원이 영암·장흥·강진으로 이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3개 군이 각각 장점과 논리를 내세워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로 했다. 공무원교육원이 어느 지역으로 오더라도 이를 수용하고 이전에 협조하기로 했다 웰빙 농산물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한 ‘한마음 2·5·4 농부장터’는 협력사업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2·5·4 농부장터’는 3개 군이 돌아가며 수도권 대도시에 여는 직거래장터다. 전통 장날(장흥 2일, 영암 5일, 강진 4일)의 숫자를 따왔고 ‘이날 오셔서 사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청 앞 문화의 거리에서 개최한 한마음 농부장터에서는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3개 군은 지역을 대표하는 농·수·축산물 200여 품목을 시중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의 반향이 컸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중 독신자를 제외하고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10명 중 3명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경기 고양덕양을)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공공기관들의 혁신도시 이전에 따른 지역별 가족 동반 이주 현황’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13개 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23.7%로 조사됐다. 전국 10곳의 혁신도시 가족 동반 이주율은 32.7%였고 빛가람혁신도시는 전국에서 6번째였다. 가장 높은 이주율을 보인 곳은 제주(54.9%)였으며 전북(34.3%), 부산(31.5%), 대구(27.2%), 울산(26.2%)이 뒤를 이었다. 빛가람혁신도시 이전 기관별 가족 동반 이주율을 살펴보면 국립전파연구원이 41.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농식품공무원교육원(33.3%), 한전KPS㈜(30.7%),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27.8%), 전력거래소(27.4%), 한국전력공사(25.8%) 순이었다. 가족 동반 이주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12.9%)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15%)이 뒤를 이었고 한전KDN(18.3%), 한국문화예술위원회(19.5%)도 20%를 밑돌았다. 김태원 의원은 “교육시설, 병원, 편의시설 등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전 기관 임직원 배우자의 직장을 파악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인 경우 근무지를 가까이 배치하거나 지역 이전이 쉽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28년 전 ‘배추머리 개그맨’ 김병조 씨는 ‘일요일 밤의 남자’였다. 시청률 60%를 자랑하는 MBC ‘일요일 밤의 대행진’을 진행하며 “지구를 떠나거라∼”, “나가 놀아라∼” 등 숱한 유행어를 히트시켰다. 한마디로 잘 까불었다. 전라도 말로 하면 ‘귄 있게’(매력 있다는 뜻의 사투리) 놀았다. 대중은 삶의 철학이 담긴 그의 유머에 열광했다. 인기 가도를 달리던 그가 언제부턴가 공중파에서 자취를 감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더위가 한풀 꺾인 20일 그를 전남 장성의 고향집에서 만났다. 살이 많이 빠져 몸이 가벼워 보였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배추머리’는 짧게 다듬어져 있었다. 올해 나이 66세.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서 ‘한학자’의 풍모가 느껴졌다. “그동안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TV에 안 나오니까 무슨 병이 들었네, 숨어서 사네 등 말이 많던데 이렇게 멀쩡합니다.” 그는 “어릴 적 꿈꿨던 훈장 노릇을 하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현재 그의 직함은 조선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다. “1998년부터 평생교육원에서 명심보감 강의를 했으니 벌써 20년이 다 돼 가네요. 시간 날 때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무원이나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도 합니다.” 그가 일정이 적힌 수첩을 보여줬다. 9월 한 달 동안 사흘을 빼고는 모두 강연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일주일 중 수요일이 가장 빠듯하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사는 그는 매주 수요일 새벽 고속철도(KTX)를 타고 광주로 내려온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았어요.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웃음). 항공편은 상황에 따라 결항할 위험이 있잖아요.” 매사가 철두철미하다 보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강의를 거르지 않았다. 그는 오전에 평생교육원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명심보감 강독을, 오후에 학부생과 교육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그의 강의는 수업을 몰래 듣는 ‘도강생’이 많기로 유명하다. ‘현대생활과 명심보감’을 주제로 한 학부 수업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수강생이 많아 시간대를 나눠 가르칠 정도였다. 김 교수는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는다. 대신 아버지에게 양말 한 켤레 사 드리는 것을 숙제로 낸다. 효도는 행동으로 옮길 때 가치가 있다는 명심보감의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는 딱딱한 한자어 속에 감춰진 내용을 특유의 입담과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명심보감 제6편인 안분(安分)편을 설명할 때 셰익스피어를 인용하는 식이다. “안분은 분수를 지킨다는 말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각자에게 주어진 배역이 있다는 뜻이죠. 배역 즉 그 역할에 충실한 것이 바로 분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김병조의 명심보감’은 1995년 조선대 평생교육원 개설 이후 가장 성공한 강좌로 평가받고 있다. ‘개그맨이 하는 강의다 보니 웃기겠지’ 하며 신청했던 수강생들은 그의 열정과 박식함에 감탄해 외지에서 ‘원정 수강’을 온다. 그의 강의를 12년째 듣는 ‘열성 팬’도 있다. “저한테 개그 무대와 강단은 크게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관객이 곧 학생이고, 대본이 교재니까요. 개그맨이라고 무시할까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수업 준비를 합니다.” 홀연히 방송계를 떠난 그가 왜 하필 명심보감을 들고 나타났을까. 지난해 말 동양 인문학의 진수인 ‘청주판 명심보감’을 직접 해석하고 풀어 쓴 ‘김병조의 마음공부’ 상·하권(평역)까지 출판했으니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심보감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칼날처럼 벼리고 솜이불처럼 품어야 할 최소한의 도리와 진리들을 다 담고 있습니다. 저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고 재기할 수 있게 힘이 돼 준 게 바로 이 책이죠.” 1987년 인기 절정의 그에게 일생일대의 시련이 닥쳤다. 그해 6월 10일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한 “민정당은 정(情)을 주는 당이고, 통일민주당은 고통을 주는 당”이라는 발언이 화근이었다. 정당 측에서 써준 원고를 별 생각 없이 읽었지만 발언의 대가는 혹독했다. 위협적인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가족이 한동안 도피생활을 해야 했을 정도로 시달렸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안구 혈관까지 터지는 바람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어버렸다. 그 후 몇몇 TV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으나 자책감 때문에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세치 혀를 잘못 놀려 한방에 ‘훅’ 날아간 것이었다. 좌절의 시기에 의지하고 기댈 수 있었던 것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명심보감이었다. 명심보감은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고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는 ‘지식 충전소’였다. 1993년 우연한 기회에 KBC 광주방송의 ‘열창무대’ 진행을 맡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온함 삶이었다. 광주를 자주 찾으면서 조선대와 맺은 인연이 ‘명심보감 전도사’가 되는 계기가 됐다.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그 일 덕분에 고향에서 강의도 하고 ‘명강사’라는 이름도 얻게 됐잖아요.” 그는 명심보감 정기(正己)편에 나오는 ‘도오악자 시오사(道吾惡者 是吾師·나의 단점을 말해주는 사람이 나의 스승이다’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수년 전 TV에서 전당대회 기사를 쓴 기자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그가 가보처럼 품고 다니는 명심보감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뭘까. ‘안분신무욕(安分身無辱)이요 지기심자한(知幾心自閑)이라.’ 분수를 알고 지키면 일신에 욕됨이 없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면 마음이 절로 한가해진다는 뜻이다. “언젠가는 고향으로 내려와 선친처럼 후학들을 가르치며 지역에 봉사하고 싶어요.” 그의 이름을 딴 학당에서 회초리를 들고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배추머리 개그맨’을 볼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주경야독(晝耕夜讀)의 힘든 과정이겠지만 오랜만에 캠퍼스에서 공부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네요.” 한국전력공사 영업처 영업계획실 김상진 차장(38)은 올해 처음 전남대에 개설된 ‘한전 MBA 과정’에 입학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입사 8년 차인 김 차장은 최근 치열한 사내 경쟁을 뚫고 ‘한전 MBA 과정’에 합격했다. 김 차장 등 한전 임직원 30명은 다음 주부터 내년 12월까지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전문석사 학위 과정(4학기)을 밟는다. 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경영전문대학원 복수학위도 취득하게 된다. 김 차장은 “MBA 과정을 밟으며 에너지 전문지식을 쌓아 한전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밸리 조성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한 한전과 전남대 간 교류협력 사업이 첫 결실을 봤다. 전남대는 27일 오후 2시 교내 용지관 경영전문대학원 광주은행홀에서 ‘2015학년도 한전 MBA 과정 입학식’을 열었다. 앞서 총장실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복수학위 수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전 MBA 과정 개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뒤 지역사회와 공공기관이 펼치는 상생협력 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전남대는 이를 계기로 빛가람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교류협력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롯데장학재단은 27일 백화점 3층 별관 교육장에서 지역 대학생 17명에게 장학금 5000만 원을 전달했다. 광주점은 어려운 형편에도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들과 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2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줬다. 김혜림 씨(21·여·조선대 2학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장학금을 받아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도움을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큰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25일 전남 장성군 장성읍 고려시멘트 앞 오거리 회전교차로. 장성의 관문인 이곳은 온통 노란색 물결을 이뤘다. 장성의 특산품인 사과를 형상화한 ‘애플 조형탑’ 주변에 심어진 메리골드가 화사함을 한껏 뽐냈다. 회전교차로에서 장성역에 이르는 4차로 거리의 간판은 노란색 계통으로 산뜻하게 정비돼 있었다. 장성역 광장도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장관을 이뤘다. 장성4H동문회, 귀농인협의회 등이 조성한 동산에는 2만5000여 본의 루드베키아가 바람에 하늘거렸다. 박언정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실용화개발담당(44·여)은 “장성을 노란색으로 디자인하기 위해 군을 비롯해 사회단체, 유관기관, 주민이 일궈낸 결과물”이라며 “전국 최초의 컬러 마케팅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황룡강의 재발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음식이나 특산물, 관광지 등에서 특색 있는 브랜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성군은 노란색에서 답을 찾았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특정 색을 가지고 관광자원화에 나선 것은 장성군이 처음이다. 왜 하필 노란색일까? 장성군의 젖줄인 황룡강의 지명 유래에서 착안했다. ‘강 깊은 곳에서 황룡이 살았다’는 황룡강 전설을 모티브 삼아 ‘옐로우 시티(Yellow City)’라는 새로운 지역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지역에 연중 노란색 꽃이 활짝 피는 꽃동산을 만들어 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자연친화도시,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활기찬 도농 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옐로우 시티’ 특허를 출원하고 올해 초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본격적인 조성에 나섰다. 4억 원을 들여 장성역 광장, 장성대교 등 읍면 20곳에 3월에는 튤립, 4∼8월에는 메리골드, 루드베키아, 해바라기, 웨이브 피튜니아 등을 심었다. 9∼10월에는 국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팬지를 심어 연중 노란색 꽃이 활짝 핀 꽃동산을 조성하기로 했다. 장성군은 옐로우 시티 조성 사업에 필요한 꽃을 화훼농가로부터 구입하거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해 조달하고 있다. 연간 65만 본의 꽃을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예산 절감 효과도 크다.○ 민관 참여형 모범 사례 장성군이 사업을 추진하지만 관(官) 주도에서 탈피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장성군은 사회단체와 유관기관, 주민과 협력해 별도의 민간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옐로우 시티’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고 직접 꽃을 심고 가꾸게 하는 등 참여를 유도해 ‘민관협력 네트워크’(거버넌스)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원이 530명인 의용소방대 장성군연합회는 5월 장성읍 쌈지공원 경사면을 메리골드 꽃동산(약 760m²)으로 꾸몄다. 남기록 회장(55)은 “잡초가 우거지고 쓰레기로 뒤덮인 공간을 꽃밭으로 가꾸면서 뿌듯함을 느꼈다”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한 달에 서너 번 잡초를 뽑는 등 지역 명소로 가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유례가 없는 색 마케팅은 대외적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6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주최·후원하는 ‘2015년 대한민국 경영대상’에서 창조경영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개최된 ‘2015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도 공약이행 분야 우수상을 받았다. 장성군은 앞으로 상가 간판과 건물, 버스, 택시에 노란색 옷을 입히고, 옐로우 시티를 상징하는 해바라기빵, 황룡빵, 꽃차, 꿀차 등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옐로우 시티 원년을 맞아 10월 15일부터 25일까지 장성공원과 애플탑∼장성역 광장 일대에서는 ‘제1회 장성 가을 노란꽃 잔치’가 열린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상의도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고 서운해하던 딸들이 이제는 아빠가 무척 자랑스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네요. 허허.” 전남 나주경찰서 금성지구대장인 강성대 경감(56·사진)은 올해 초 아내(54)로부터 딱한 사연을 전해 들었다. 부인과 함께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A 씨(58·여)가 4년 전 간경화 판정을 받은 후 다발성 간암으로 악화돼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내용이었다. A 씨와 친자매처럼 지내온 강 경감의 부인은 지난달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강 경감은 “내가 더 건강하다”며 선뜻 자신의 간을 떼어 주겠다고 나섰다. 부부는 직장에 다니는 두 딸이 걱정할까 봐 병원에 가는 날까지 쉬쉬했다. 강 경감은 직장에도 “술병이 나 한 달간 병가를 낸다”고 말한 뒤 수술대에 올랐다. “간 이식이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직계가족과 남편조차 이식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수술을) 서둘러 달라고 했지요.” 그는 10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간 일부가 없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간 70%가량을 잘라내는 그야말로 대수술이었다. 강 경감은 18일 퇴원해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A 씨도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누구도 모를 것 같았던 미담은 A 씨의 남편이 12일 경찰청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리며 알려지게 됐다. ‘꺼져가는 우리 가족에게 새 생명을 주신 경찰 공무원이 있습니다. 본인은 한사코 비밀에 부쳐 달라고 했지만 감사한 마음 표현할 길이 없어 글을 올립니다. 대한민국의 따뜻한 치안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A 씨 남편은 “(강 경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천사 같은 공직자가 어디에 있을까. 내 아들도 경찰공무원에 합격해 교육을 받고 있다. 경찰 가족이 된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31일 출근하는 강 경감은 “10여 년 전 장기기증 서약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장기 기증은 고귀한 생명 나눔으로 누구든지 나눔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꼭짓점인 전남 진도는 인근 해역보다 4, 5도 낮은 차가운 냉수대가 넓게 분포하고 있다. 256개 크고 작은 섬이 자연 제방 역할을 해주고 빠른 조류의 영향으로 퇴적물이 쌓이지 않아 청정 수산물이 풍부하다. 해상 오염원이 없고 냉수대가 흘러 적조 피해도 없는 ‘진도의 바다’가 전복과 해삼 양식의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전략단지인 ‘전복 양식섬’ 사업이 본격화되고 국내 수산 분야 최초로 외국 자본을 유치해 종패 배양장을 건립하는 등 ‘수산 양식 1번지’로 도약하고 있다.○ 수출전진기지 전복 양식섬 진도군이 추진하고 있는 전복 양식섬 조성사업이 10월 말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진도군은 진도읍 전두리∼군내면 나리 일대에 177ha 규모의 전복 양식섬 조성사업이 현재 7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150억 원이 투입된다. 전복을 키우는 가두리양식장이 36ha(5244칸), 다시마 등 먹이시설인 해조류 양식단지가 141ha(3471줄)다. 전복 양식섬은 태풍 등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는 내파성 가두리 시설로 건설되며 올해 말 어린 전복(치패)을 입식한다. 전복 양식섬은 어민 71명이 설립한 ㈜진도전복섬이 운영한다. 양식섬 조성이 끝나면 연간 174t(70억 원)의 전복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진도에서는 어민 220명이 연간 1200t(420억 원)의 전복을 생산하고 있다. 전복 양식섬 사업은 어가별 소규모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과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2년 해양수산부에서 진도지구를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추진됐다. 전남도와 해양수산과학원, 진도군, 진도군수협은 최근 ‘전복 양식섬 민간이양에 따른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전남도는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해양수산과학원은 양식섬 준공, 진도군은 어업인 대상 설명회 및 어업면허 처분, 수협은 시설물 사후 관리 등을 맡기로 했다. 이동진 진도군수는 “전복을 대량생산하고 장기적으로 건제품, 통조림 등으로 가공해 수출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 분야 최초로 외국 자본 유치 외국 자본 시설인 중국 장자도그룹의 수산물 수출단지 조성사업도 첫발을 뗐다. 진도군 군내면 나리 일대에 중국 ㈜대련 장자도 어업집단유한공사(장자도그룹)가 추진하는 해삼 종묘장이 지난해 준공됐다. 1단계 사업인 종묘장은 52억 원이 투입돼 배양장과 육상수조(351개)를 갖췄다. 장자도그룹은 1단계 사업이 성과를 내면 추가로 부화동과 사육동, 가공시설, 냉동창고 등을 갖춘 수출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관심을 끄는 것은 외국 자본이 해삼 종묘를 생산해 우리 바다에서 기른 뒤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장자도그룹은 종묘장에서 어린 해삼 1500만 개를 배양해 키운 뒤 조도 해상에 뿌릴 계획이다. 진도군은 어민들이 해삼 어장 관리, 육성, 채취 등을 통해 최소 30억 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말린 해삼은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 음식재료로, 중국 내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산 해삼은 양식이 불가능하며 전적으로 자연산에만 의존하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수산어업그룹인 장자도그룹은 1958년 설립 이후 미국 일본 등 외국 지사 17곳과 중국 내 16개 성 260여 개 대리점을 두고 있다. 진도군 관계자는 “독보적인 중국의 해삼 양식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해삼뿐만 아니라 가리비, 굴, 피조개 등 패류 양식 기반 조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 해남에 사는 박화순 씨(54·여)는 남부대 평생교육원에 다니면서 삶의 활력을 느꼈다. ‘힐링 웃음 치료 웃음 요가’ 과정을 6월 수료한 박 씨는 19일 “해남에서 광주까지 차로 왕복 3시간 이상 걸리지만 한번도 결석하지 않았다”면서 “2학기 과정도 등록해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남부대 평생교육원이 ‘명품 강의’로 지역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남부대 평생교육원 일반 과정은 학기제(15주)로 운영된다. 1학기에 가장 인기 있었던 강좌는 약용식물관리사 과정이다. 참살이 문화 확산으로 약용 식물 소비가 늘면서 모집 정원(40명)을 초과할 정도로 수강생이 몰렸다. 평생교육원은 이달 28일까지 2학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2학기에는 1학기보다 25개 과정이 늘어난 47개 과정이 개설된다. ‘집에서 즐기는 홈 칵테일’, 오페라와 뮤지컬을 배우는 ‘내 인생을 위한 가장 특별한 스캔들’, ‘배꼽 호흡 세러피’, ‘세일즈로 연봉 올리기’ 등 이색 강좌가 많다.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유치원·초·중·고 교직원, 2개 과정 이상 신청자는 수강료의 20%를 감면해 준다. 문의 062-970-0082∼3 남부대는 최근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전담하는 평생학습중심대학(비학위 과정) 주관 기관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광주 전남 지역 성인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 산업 및 대학 특성화 기반과 연계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취업·창업 운영 프로그램은 ‘네일아트 전문가 과정’과 ‘탈모 두피 관리 전문가 과정’으로,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7개월간 진행한다. 조성수 남부대 총장은 “전임 교수 및 대학원 석·박사 출신 강사진의 현장 실무 중심 특화 교육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993년)에서 전남 강진을 ‘남도답사 1번지’로 꼽았다. 이 답사길에는 아름다운 향토적 서정과 역사의 체취가 은은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풍성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강진군이 관광과 쇼핑을 결합한 마케팅으로 ‘감성여행 1번지’로 뜨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한 4대 프로젝트가 하나씩 결실을 맺으면서 지역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지역 경제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 감성여행 1번지로 변신 강진군은 올해를 마케팅 원년으로 선포했다. 지금까지 답사 위주의 관광 정책에서 탈피해 강진의 뛰어난 자원과 유산에 감성이라는 옷을 입혀 강진의 모든 것을 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강진을 찾은 50만 명의 관광객을 올해는 두 배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강진군은 △오감누리타운 △초록믿음 직거래 지원센터 △마량 수산물 토요시장 △푸소(FUSO) 체험 등 ‘4대 프로젝트’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강진원 군수는 “도시와 농촌이 진정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한 끝에 4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역발상의 시도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량 수산물 토요시장은 올해 최고 히트 관광상품이 됐다. 마량항 포구에 5월 23일 문을 연 토요시장은 개장 두 달 만에 7만5956명이 다녀갔고 37개 부스에서 5억116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3최·3무’라는 구호를 내세워 방문객에게 신뢰감을 심어줬다. 3최는 ‘최고 신선, 최고 품질, 최고 저렴’을 뜻하고, 3무(無)는 ‘외국산, 비브리오, 바가지’가 없다는 의미다. 남도를 대표하는 명품 토요시장으로 꾸미기 위해 당일 위탁 판매된 수산물만 판매한다. 방문객들은 광어와 야채, 얼린 육수로 만든 ‘강진된장물회’, 라면과 전복, 매생이가 어우러진 ‘삼합라면’, 쇠고기와 낙지 비빔밥을 김국과 함께 먹는 ‘소낙비’를 맛보고, 토요음악회에서 펼쳐지는 즉석 회뜨기 쇼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색 문화공간과 체험거리 풍성 강진군이 지난달 강진읍 전통시장 옆에 개장한 ‘오감통’도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음악인에게 연습 및 녹음을 할 수 있는 ‘음악창작소’와 무대를 마련해 주고, 이들이 주말 휴일과 축제일 등에 방문객을 위해 공연하도록 하는 ‘색깔 있는 문화공간’이다. 바로 옆에서는 한정식 체험관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좋아한 음식을 주 메뉴로 한 ‘대통령밥상’, 문어 전복 닭을 재료로 만든 회춘탕 등 10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장터도 운영하고 있다. 농어민의 정을 관광상품화한 푸소 체험도 인기다.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로 농촌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훈훈한 정과 감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5월 29일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프로그램에 200여 명이 참가했다. 14∼15일 푸소 체험 팸투어에 참여한 우인철 전남 광양 광영초등학교 교장(57)은 “강진이 가진 문화 콘텐츠와 시골의 넉넉한 인심이 잘 어우러져 도시 아이들이 감성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직거래 지원센터도 새로운 유통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신선, 신속, 신뢰’를 모토로 설립한 센터는 농어업인들의 택배 거래를 통합 관리해 물류비 절감 효과가 크다. 현재까지 130개 품목, 120개 농어가가 참여하고 있다. 5년 전 귀농한 김옥환 씨(60·강진읍)는 “청자축제 때 무화과를 출하해 하루 최고 1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품질 관리까지 해줘 타 지역 농산물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애국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16일까지 ‘광복 70주년 나라사랑 대축제’를 연다. 13일 개점과 동시에 입장한 고객 100여 명에게 가정용 태극기를 무료로 증정했다. 14∼15일에는 ‘입술 도장 대형 태극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백화점 정문에 대형 판을 설치하고 고객들이 색종이에 입술 도장을 찍으면 판에 붙여 태극기를 완성한다. 이벤트 참가자 700여 명에게 가정용 태극기를 나눠준다. 15일 8층 아동매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바람개비 태극기 만들기’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각 층 매장에서도 ‘나라사랑 대바자! 특별기획전’을 갖는다. 아웃도어 여성패션 및 남성패션 주방·홈패션 등 인기 브랜드가 대거 참여한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1만 원 특가 상품을 선보이고 사은품도 제공한다. 19일까지 지하 1층 행사장에서 ‘디자이너·시니어 사계절 상품전’을 갖고 이월 상품과 겨울 여성의류를 최대 60% 할인한 값에 판매한다. 유영택 롯데백화점 광주점장은 “광복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경기 침체와 메르스 여파 등으로 위축된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일제강점기인 1918년 개교한 해남 우수영초등학교는 지난해 6월 일본 군가(軍歌) 분위기를 풍기는 교가를 흥겨운 국악 반주로 바꿨다. 전남문화예술재단과 전남도교육청이 벌이고 있는 ‘국악반주 교가 제작 보급 사업’이 계기가 됐다. 이 학교는 CD로 제작된 국악 반주 교가를 교내 행사 때마다 틀고 학생들이 방과후 시간에 국악기로 연주하고 있다. 조승원 교장은 “전통 국악을 활용해 일본 잔재를 지우고 학생들의 국악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교가를 바꿨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전남문화예술재단과 전남도교육청은 2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2012년 국악반주 교가 제작 보급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2012년 시범사업으로 9개교의 국악반주 교가를 제작한 데 이어 2013년 6개교, 2014년 30개교 등 지금까지 45개교에 보급했다. 이 사업을 통해 나주북 나주산포 순천왕지 광양태인 강진신전 장흥안양초교와 강진청람 진도의신 고흥중학교, 여수한영 완도수산 담양창평고교가 아름다운 국악 선율의 교가를 새로 얻었다. 전남도립국악단이 편곡을 하고 어린이국악단원들이 부르는 교가를 CD에 담아 보급하고 있다. 교가를 국악기로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별 악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 821개교 중 상당수 학교가 일본 군가풍의 교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10∼1945년대 개교한 286개교 대부분이 일본 군가풍의 노래를 교가로 부르고 있다. 일본 군가풍 교가는 템포가 빠르고 선율과 리듬이 끊어지는 특징이 있다. 전남문화예술재단과 도교육청은 올해도 국악 반주 교가 제작을 원하는 도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신청 학교 가운데 일본 군가 형태 교가 등 개선이 시급한 20개교를 선정해 10월부터 국악 반주 교가를 제작해 보급할 계획이다. 접수 마감은 9월 18일까지다. 오영상 전남문화예술재단 사무처장은 “일제강점기 잔재를 청산하고 교가에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형식을 접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곡뿐 아니라 일본식 어투의 가사도 바꿔주는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061-280-5843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1. 전남 해남군 화산면은 14일부터 3일간 화산중학교 운동장에서 주민과 출향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0주년 광복절 기념 및 면민의 날 체육대회’를 연다. 전야제인 14일 고향 사람 초청 만찬을 열고 15일부터 이틀간 축구 경기와 윷놀이를 한다. 축구대회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애국심 고취와 면민들의 단합을 위해 처음 열렸다. 면민들은 1950년 6·25전쟁때와 가뭄이 극심했던 196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8월 15일 축구대회를 열었다. 보릿고개에도 마을별로 쌀과 보리를 조금씩 내놓아 대회를 치르는 등 축구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명절 때는 못 와도 광복절 체육대회는 참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출향 인사들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김동진 화산면 체육회 상임부회장은 “광복절 날 축구 경기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면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 전남 진도군 조도에서도 69년째 주민과 출향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광복절 행사를 이어 오고 있다. 15일부터 이틀간 조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올해 체육 행사에는 1500여 명이 참석한다. 체육 행사는 1945년 시작돼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을 제외하곤 해마다 빠짐없이 열렸다. 목포와 광주에 유학 중인 학생들이 주축이 돼 광복의 기쁨을 함께 맛보고 주민 단합을 위해 마을별 체육대회를 연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모래밭에서 짚으로 만든 공을 차고 씨름 윷놀이 배구 등을 하면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영상 조도면 체육회 사무국장은 “체육대회가 거듭되면서 참가 학생 중 여럿이 훗날 배구 탁구 등 국가대표와 실업팀 선수나 감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도가 태극기로 물든다. 시민 학생이 참여하는 플래시몹을 비롯해 태극기 나무숲을 조성하는 등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15일 오후 4시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 시민과 청소년 815명이 참가하는 ‘아리랑 플래시몹’이 펼쳐진다. 목포시 청소년문화센터가 마련한 이 행사는 청소년이 직접 안무를 구성하고 기획해 추진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다. 이날 오전 10시 전남도청 윤선도실에서는 1919년 4월 8일 목포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고 그 역사를 매년 재현하고 있는 정명여고(당시 정명여학교) 2학년 280명이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몹’을 선보인다. 각 자치단체도 다채로운 경축 행사를 마련한다. 광주시는 13일부터 20일까지 시청 1층 시민 숲에서 ‘사진으로 보여 주는 70년 전 소년소녀’를 주제로 ‘광주역사기록물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는 일제강점기의 생활, 항일 학생운동, 일제 잔재물, 되찾은 청춘 등 4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4일 오전 10시 반 시민 숲 앞 잔디광장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린다. 15일에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하는 ‘국민 화합 대축제’가 펼쳐진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월드컵보조경기장에서 창조경제 체험, fun존 등 부대행사가 열리고 오후 7시부터 유명 가수 등이 출연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오후 5시부터 7000명이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오후 9시부터 풍암저수지에서 영상과 음악, 레이저 쇼가 어우러지는 멀티미디어 불꽃쇼가 40분간 펼쳐진다. 전남도는 3일 도청 열린마당의 나무 20그루에 태극기 1945장을 매단 ‘태극기 나무숲’을 조성했다. 10일부터 22개 시군이 제공한 ‘광복 70년, 1945&2015’ 특별 기획 사진 전시를 통해 전남의 광복 당시 모습과 현재를 재조명한다. 15일에는 도청 윤선도 홀에 1945년 8월15일 광복을 의미하는 크기로 가로 8.15m, 세로 1.945m의 손도장 태극기를 도민 900여 명이 만들 계획이다. 목포시와 고흥군은 차량용 태극기를 배부하고 화순군과 강진군은 도로변에 바람개비 태극기를 설치했다. 무안군은 회산연꽃축제장에서 열리는 나라꽃 무궁화 큰잔치(13∼16일)에서 무궁화 묘목 나누어 주기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전남 영암군은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도기(陶器) 할인행사를 한다. 도기박물관은 임시 공휴일인 14일부터 사흘간 도기를 50% 할인 판매하고 5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에코백도 준다. 군은 이 기간 왕인박사유적지를 비롯해 역사 유적지와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무료 개방한다.정승호 기자shjung@donga.com}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포함된 복합리조트 대상 지역이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투자 규모가 1조 원이 넘는다. 2020년까지 5성급 호텔 1000실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물론이고 워터파크, 면세점, 전시 컨벤션, 공연장 등을 갖춘다. 비즈니스와 가족관광, 레저·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시설이다.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에 버금가는 국제관광단지가 들어서는 셈이다. 연간 고용창출 1만828명, 생산유발 2조4000억 원, 부가가치 7500억 원에 이르는 ‘잭팟’을 터뜨리기 위해 전국 9개 지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4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전남 여수 경도가 유치에 뛰어들었다. 문체부는 이달 말까지 카지노 복합리조트 제안서 평가·대상지역을 선정한다. 사업자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사업자 후보 지역과 후보자 수를 공개하기 때문에 최종 승자의 윤곽을 알 수 있다. 12월 사업자 2곳을 최종 확정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3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여수 경도는 인천 영종도, 부산 북항과 함께 유력 대상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도는 국내 복합리조트 신청 사업지 중 유일하게 전체 토지 매입과 기반시설 유치를 모두 마쳤다. 전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개가 운영 중이지만 호남에만 없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분위기도 좋다. 인천 영종도는 이미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 2건이 확정돼 추진되고 있는데 추가로 들어서면 ‘카지노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롯데그룹이 참여하는 부산 북항의 경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국민 정서상 선정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남 동부권 상공회의소 3곳이 복합리조트 유치를 위해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호남지역 국회의원 21명도 성명서를 통해 여수 경도 선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복합리조트는 여수나 전남 동부권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 아니다. 지난해 전남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6만3000여 명.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이보다 수십 배 많은 중국인이 여수는 물론이고 전남지역을 찾을 것이다. 서남권 경제단체와 지방의회 등이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손바닥 하나로는 소리를 내지 못하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정부가 지역 여론에 귀를 기울이도록 190만 도민이 서로 힘을 모으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정승호·광주호남취재본부장 shjung@donga.com}

“응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지빈 님 같은 솔선수범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17일 해양종합교육훈련기관인 해양경비안전교육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 교육생을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철도공사 승무원인 김모 씨는 해양경찰과정 228기 교육생 정지빈 씨(25·사진)의 선행을 알리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씨가 전하는 상황은 이랬다. 12일 오후 5시경 서울 용산에서 전남 여수를 향해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가 경유역인 전남 곡성역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승객들의 비명이 들렸다. 20대 초반의 승객 A 씨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입과 코에서 거품을 흘리고 쓰러진 것이다. 이를 본 주변 승객들은 당황하며 자리를 피했다. 이때 정 씨가 의자에 쓰러져 있는 A 씨에게 재빨리 다가가 목을 뒤로 젖혀 기도를 개방하고 타액이 흘러들어 가지 않게 닦아주며 승무원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신속한 기도 개방과 조치 덕분에 A 씨는 1분 후 정신을 차렸다. 다음 역인 전남 구례역에서 승무원의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던 119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치료를 받고 현재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김 씨는 해양경비안전교육원에 “정 씨가 신속하게 응급처치 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젊은 의대생인 줄 알았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정 씨는 올해 2월 중국어 특채로 입사해 신임 해양경찰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주말을 맞아 경기 평택시 고향 집에 들렀다가 여수에 있는 해양경비안전교육원으로 돌아가던 중에 이런 상황을 겪게 됐다. 내년 1월 순경으로 임용되는 정 씨는 “교육과정 중 하나인 응급처치를 배운 대로 했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을 받아 부끄럽다”고 겸손해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1. 광주 설월여고에 다니는 이수인 양(18·2학년)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수업을 마치고 교내 동아리인 ‘꿈꾸는 과학나무’ 친구들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으로 무료 강의를 들으러 가기 때문이다. 지스트 교수진과 연구원들이 실생활과 밀접한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줘 1시간 30분 강의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지난해 8월 들었던 ‘열과 나노물질’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양은 “투명 테이프를 이용해 흑연에서 미래 신소재인 그래핀(Graphene)을 떼어낸 과정을 듣고 나노물질의 열 전달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중학교 3학년인 박모 군(16)은 요즘 영어에 자신감이 붙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영어 학원에 다니기 힘들었던 박 군은 매주 목요일 오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첨단지역아동센터에서 무료 과외를 받는다. 박 군의 과외 선생님은 지스트 신소재공학부 박사 과정의 권기학 씨(31). 2012년 7월부터 첨단아동센터를 찾아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권 씨는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오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지역아동센터의 반응도 좋다. 광주 북구 임동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 송선주 씨(26·여)는 “지스트 선생님 두 분이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오는데 재미있고 친절하게 가르쳐줘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식 나눔’으로 봉사하는 지스트 지스트가 지역협력사업의 하나로 펼치고 있는 ‘지식 나눔 활동’이 호응을 얻고 있다.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청소년 대상 과학스쿨은 광주지역 대표 과학 강좌로 자리 잡았다. 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배움마당도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지스트 오룡관 303호에서 열리는 과학스쿨은 지스트와 지역 청소년의 교류의 장이자, 어렵고 딱딱한 과학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알려주는 교양 강좌다. 강의가 열릴 때마다 200여 석이 꽉 찬다. 초중고교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도 강의를 들으러 온다. 전남 장성·담양·화순군 등 광주 인근의 학생들이 ‘원정 수강’을 올 정도로 인지도와 참여도가 높다. 소외계층 아이들을 찾아가는 배움마당은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다. 지스트 대학생과 대학원생 46명은 광주 광산구, 북구, 남구 관내 15곳 지역아동센터의 중고교생 171명에게 수학 영어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수업과 연구로 바쁜 시간을 보내지만 짬을 내 매주 한두 차례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2시간 정도 수업한다.○ 거점고 인재 육성 동참 지스트의 교육 기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스트는 21일 전남도교육청과 ‘거점고 인재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도교육청은 2011년부터 학생 수 감소로 침체된 농어촌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거점고 육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거점고는 나주고 무안고 보성고 해남고 완도고 고흥고 벌교상고 영광공고 도초고 해남공고 등 10개 학교다. 지스트는 협약을 계기로 거점고 학생들에게 과학기술 체험 활동과 진로 설계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과학스쿨 등 지스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거점고 학생이 참여토록 하고 과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 10명을 뽑아 30만 원씩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또 올해 말까지 학교당 5개 학급에 과학도서와 책꽂이를 기증한다. 도교육청과 함께 전남지역 고교생에게 입시 정보를 제공하고 대입 지원 전략을 알려주는 대규모 설명회도 열기로 했다. 문승현 지스트 총장은 “1993년 설립된 지스트가 국가 과학기술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지역민의 성원 덕분”이라며 “과학기술 발전에 매진하면서 지역사회 봉사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15일 오전 광주 동구 제봉로 전남대병원 7동 6층 심장센터. 파란색 가운에 두꺼운 납옷을 걸친 정명호 교수(57·순환기내과)가 미팅 룸으로 들어섰다. 오전 5시 반에 출근해 7시부터 10건의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한 그는 피곤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의 복장에서 특이한 게 눈에 띄었다. 그가 신고 있는 하얀색 운동화였다. “하루에 많게는 20명 정도 시술을 하는데 납옷 무게가 10kg 정도 돼 하중을 견디려면 운동화가 편해요. 급할 때는 이곳저곳 뛰어다니기도 좋고요.” 심장센터 옆 동에 있는 정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 세계에서 모은 돼지인형이 33m²(약 10평) 남짓한 연구실 장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 교수는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1000개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중 상당수는 정 교수가 수술해 병이 나은 환자들이 감사의 표시로 준 선물이다. ‘58년 개띠’인 그가 유독 돼지인형을 챙기는 이유는 뭘까. “돼지는 인간과 장기가 가장 비슷한 동물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보면 돼지와 유인원이 합쳐져 인간이 생겼다는 가설이 있을 정도죠.” 돼지 심장 무게는 약 500g이다. 크기나 혈전 체계, 해부학적 구조가 인간의 심장과 비슷하다. 그래서 심혈관계 질환을 연구하는 데 돼지만 한 동물이 없다. 정 교수는 “고난도 심장수술 전에는 돼지를 통해 가상 수술을 한다. 돼지는 (나의) 연구와 수술을 완성시키는 기반이자 보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돼지 심장 수술 2000건을 돌파했다. 1996년 전남대 의과학연구소에서 국내 최초로 돼지 심장 실험을 한 지 18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돼지 심장 실험을 통해 122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 의생명과학 분야 교수와 연구원 1만5000여 명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 45건, 기술 이전 4건, 저서 62편 등 연구개발 실적도 탁월하다. 그는 연간 3500여 건의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해 98.8%의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 시술은 막힌 심장혈관을 풍선도자나 스텐트(혈관을 넓히는 스프링)를 이용해 뚫거나 넓혀 주는 것이다. 이런 성과로 2010년 대한심장학회 학술상, 2012년에는 ‘대한민국 노벨의학상’이라고 불리는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을 받았다.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2006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2012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미국 심장학회, 미국 심장병학회, 미국 심장중재술학회, 유럽 심장병학회 등 세계 4대 심장학회 정회원 및 지도전문의 자격증도 국내 최초로 취득했다. 정 교수가 2005년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등록연구사업 총괄책임자로 지명된 이후 전남대병원은 전국 최고 심혈관 질환 전문 치료병원이 됐다. 그동안 전국 57개 대학병원 가운데 가장 많은 5만8000여 명의 환자가 내원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심장질환 특성화 연구센터로 지정되면서 매년 12억 원의 연구비를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셀 수 없이 많은 환자를 치료했지만 그중에서 두 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들은 국내 최고령, 최연소 심근경색 환자다. 4년 전 101세 할머니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할머니는 혈관이 단단해진 데다 폐부종까지 겹쳐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환자의 아들은 그를 붙잡고 수술을 해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수술이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2000년에는 열다섯 살짜리 중학생을 치료한 적이 있다. “올해 105세가 되신 할머니는 아들을 통해 가끔 안부를 전해 옵니다. 서른 살이 된 당시 중학생은 1년에 한두 번 병원을 찾는데 아주 건강합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라고 한다. 국내 돌연사 원인 1위이자 사망률이 30%나 된다. 그중 10∼20%는 아예 손도 써보지 못하고 귀중한 목숨을 잃는다. 정 교수는 심근경색 예방과 발병 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3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는 금연. 국내 장년층 심근경색증 환자의 3분의 2가 흡연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망설이지 말라는 것이다. 심한 가슴 통증과 식은땀, 메스꺼움 등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119구급차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차 안에서 인공심폐소생술(CPR)을 받을 수 있고 구급대원들이 어느 병원으로 가야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 명의’로 불리는 정 교수는 그동안 서울 유수 대학과 대형 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광주를 떠나지 않았다. 부와 명예가 보장된 길을 마다한 이유가 궁금했다. “광주전남은 그동안 소외의 땅이었잖아요.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광주를 등질 수 없었어요. 지역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는 아직도 못 이룬 꿈이 있다고 했다. 2007년부터 추진해온 국립심혈관센터 유치다. “심혈관 질환 치료 및 연구 인프라가 우리 지역처럼 잘 갖춰진 곳이 없어요. 지역 정치인과 시도민이 함께 나서 국가 정책에 꼭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