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는 행사는 이제 그만”… 호남대, 건전한 MT문화 선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Campus&View]

호남대 미술학과 학생들은 건전MT 프로그램의 하나로 14일 광주 북구 각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 봉사를 펼쳤다. 호남대 제공
호남대 미술학과 학생들은 건전MT 프로그램의 하나로 14일 광주 북구 각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 봉사를 펼쳤다. 호남대 제공
“먹고 마시는 단합대회(MT)만을 생각했는데 재능 기부를 하고 현장 실습도 하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올해 호남대 미술학과에 입학한 최호영 씨(20)는 최근 2박 3일 일정으로 신입생 환영회 겸 학과 MT를 다녀왔다. 최 씨의 동료와 선배들은 MT 첫날인 14일 오전 숙소인 전남 화순군 금호리조트로 출발하기 전 광주 북구 각화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유치원생들을 모아 놓고 그리기 수업을 하고 복지관 게시판을 예쁘게 꾸며 줬다. 오후 프로그램은 학과생 전체가 참가하는 ‘야외 스케치 대회’였다. 최 씨는 “광주호 생태호수공원에서 막 새싹이 돋아난 나무를 그려 우수상과 선물을 받았다”며 “봉사활동과 실습 등 전공과 연계한 다양한 경험이 앞으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건전한 대학 MT 문화 선도

호남대 조리과학과 신입생들과 서강석 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셰프 체험을 하면서 만든 초코머핀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호남대 제공
호남대 조리과학과 신입생들과 서강석 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셰프 체험을 하면서 만든 초코머핀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호남대 제공
호남대가 전공별 특성과 장점을 최대한 살린 봉사활동으로 대학의 건전한 MT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호남대는 9년 전부터 전공을 특화한 사회봉사형 MT를 권장하고 있다. 술 마시고 훈련받는 과거 대학 문화에서 벗어나 지역민에게 감동을 주고 학생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식품영양학과는 24일 전남 구례군 원촌리 노인정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요리대회를 개최한다. 조리법, 창작성, 영양성, 협동성 등을 자체 평가한 뒤 복지관과 노인정을 방문해 음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한국어학과는 25일 광주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한국문화 및 다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3개국 언어로 노래와 춤 공연을 펼치고 외국인 근로자와 게임을 하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조경학과는 22일부터 24일까지 전남 구례관광단지에서 훼손된 수목과 가로수를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수목에 패찰을 달고 도면을 작성하면서 실무 감각을 익힌다.

호남대는 매년 학과로부터 ‘건전 MT’ 기획안을 제출받아 우수 학과에 시상금을 주고 있다. 올해는 식품영양학과가 최우수학과로 선정돼 100만 원을 받았다. 나머지 학과에는 30만∼80만 원을 지원했다. 송창수 호남대 교양교육원장은 “선행 현장 학습 효과와 지역에 봉사한다는 자긍심을 심어 주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대학 생활 설계하는 ‘알짜 스쿨’

호남대는 이달 초 신입생에게 학교 생활을 안내하고 학과와 전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알짜 스쿨’로 호평을 받았다. 대부분의 대학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2, 3일 안에 끝내지만 호남대는 무려 10일 동안 축제 형태로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안내로 캠퍼스를 돌아보며 대학 생활에 필수적인 학사정보와 다양한 장학제도 등을 알게 됐다. 자신이 공부하게 될 학과의 전공을 체험하고 현장 견학을 하면서 견문도 넓혔다. 식품영양학과와 조리과학과는 바리스타, 셰프 체험을 하고 미술학과는 소묘대회를 열었다. 의상디자인학과는 ‘한(韓)패션 팔찌 만들기’를 하면서 전공을 미리 익혔다. 경찰학과는 광주경찰청을 방문해 졸업생 선배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조리과학과 신입생인 이신방 씨(20·여)는 “문화적 감성을 키워 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았다”며 “학과를 깜짝 방문한 총장님과 머핀을 만들어 먹으면서 소중한 추억도 쌓았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은 동아리 탐방을 비롯해 강의실 찾기 등 미션을 수행하는 ‘캠퍼스 러닝맨’ 프로그램을 즐기며 멋진 대학 생활의 꿈을 설계했다.

호남대는 평생 지도교수제와 학년별 맞춤 프로그램을 개설해 입학부터 취업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서강석 총장은 “학생들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미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