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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소망 담아 날린 풍선, 야생동물에겐 너무 위험한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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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소망 담아 날린 풍선, 야생동물에겐 너무 위험한 ‘먹이’

사지원 기자 입력 2020-01-07 03:00수정 2020-0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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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위협하는 풍선날리기 행사
1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서우봉해변에서 새해를 맞아 풍선 1000여 개를 날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고통과 죽음의 그늘.”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1일 제주도에서 열린 풍선 날리기 행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새해를 맞아 제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은 풍선을 날리며 한 해의 소망을 빌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새해, 예쁜 풍선이 누구에게 고통과 죽음을 드리웠다는 말일까.


○ 풍선을 삼키는 야생동물들


죽음의 주인공은 야생동물이다. 산과 들, 바다로 날아가 떨어진 색색의 풍선 조각을 야생 동물들은 먹이로 착각해 삼키고 만다. 지난해 3월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51종의 바닷새 1733마리의 사인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삼킨 해양쓰레기 중 연성 플라스틱은 5%에 불과했지만 사망률은 40%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특히 풍선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쓰레기 파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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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에 달린 플라스틱 노끈이 새의 다리에 걸리거나, 이를 삼킨 초식동물의 소화기관에 엉키는 경우도 있다. 2017년 영국에서는 세 살짜리 말이 풍선 줄을 삼켰다가 패닉에 빠져 벽에 부딪힌 뒤 숨진 일도 있었다.

풍선 날리기의 특성상 수거가 어렵기 때문에 풍선이 곳곳에 돌아다니면서 그 자체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풍선의 주 재료인 라텍스 고무가 분해되는 데는 4년 이상 걸린다. 노끈의 재료인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썩지 않는다.


○ 여전히 곳곳에서 날리는 풍선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풍선 날리기 행사를 금지하는 곳이 많다. 네덜란드는 2015년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많은 도시에서 풍선 날리기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페인 지브롤터 등 여러 지방정부에서도 풍선 날리기는 금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연말연시를 기해 도내 31개 시군과 산하기관 행사에서 풍선 날리기를 전면 금지했다.

유럽의 한 해안가에서 발견된 야생조류의 다리에 풍선 노끈이 걸려 있다. 풍선은 쉽게 썩지 않아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끼친다. 환경단체 벌룬블로 홈페이지
그러나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풍선 날리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최소 13개 지자체가 새해맞이 행사로 풍선 날리기를 직접 진행하거나 다른 단체의 행사를 지원하려 했다. 이 중 일부는 시민·환경 단체의 민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풍선 날리기를 강행했다.

충남 태안 꽃지해수욕장에서 열린 ‘제18회 안면도 저녁놀 축제’가 그런 경우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주관한 축제에 보조사업으로 진행한 사항”이라며 “공문으로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단체 측이 이미 풍선을 구매한 이후라 취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일 오전 강원 양구군 비봉산 일출봉에서도 새해 소원을 기원하는 풍선을 날렸다. 이 행사를 주관한 양구군산악연맹 측은 “올해는 이미 풍선을 구입한 상태라 행사를 진행했는데 내년에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환경 풍선을 날린 곳도 있었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이 구청 광장에서 개최한 새해맞이 행사에서는 진행자가 “지금 날리는 풍선은 친환경 풍선”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하며 풍선을 날렸다. 친환경 풍선은 보통 미생물로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친환경 풍선이라도 문제는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 조건은 약 60도에서 6개월 내에 플라스틱이 90% 이상 분해되는 것. 그러나 실제 자연환경에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 특히 온도가 낮은 해양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일반적으로 미생물이 많은 토양에 비해 해양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분해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이에 서초구청 측은 “친환경 풍선이라고 해서 날렸는데 내년부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현행법으로는 막을 길 없어


‘정치하는엄마들’의 수경 활동가는 “환경을 해치는 행사가 우후죽순처럼 유행하는 상황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며 “환경부가 나서서 풍선 날리기 행사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행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우선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풍선 날리기를 막기에는 풍선을 날리는 순간 폐기물이 아닌 게 되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풍선을 ‘자원재활용법’상 일회용품 규제 항목에 추가해 전 국민의 풍선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풍선 날리기가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알고 있지만 현행법으로 규제하는 부분은 없다”며 “향후 더 문제가 되면 우선 지방자치단체에 권고나 지침 형식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등의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풍선날리기 행사#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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