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행위 근절… 갈길 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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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 필요” 여론 커졌지만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 의료계 반발로 법안 국회서 스톱

‘유령 수술’이나 수술실 내 신체 촬영 등 의료인의 불법행위를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처벌 수위를 높이고 면허 재취득을 까다롭게 하는 것 못지않게 최근 주목받는 게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다. 환자단체 등은 의료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수술실에 CCTV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5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 탓이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이른바 ‘권대희법’으로 불린다. 2016년 고 권대희 씨(당시 25세)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의사가 여러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실이 수술실 CCTV에 담긴 것이다. 이를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공론화됐다. 권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59)는 “의료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CCTV가 없었다면 의료진 과실을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CCTV가 의료인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러면 위험한 수술을 회피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도 우려된다. 해외에서도 아직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경우 최근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원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료원은 2017년 10월부터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6개 병원에서 이뤄진 총 3052건의 수술 중 환자가 촬영에 동의한 비율은 65%(1992건)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올해 민간병원 12곳에 CCTV 설치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길연 경희의료원 외과 교수는 “환자가 동의할 때만 녹화하거나 촬영 구역을 수술실 입구로 제한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 전문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의 박호균 변호사는 “해킹으로 인한 영상 유출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의료인이 환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수술실 CCTV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은지 wizi@donga.com·박성민 기자
#수술실 cctv#불법 의료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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