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해명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명이 어불성설이고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조 후보자는 불법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와 관련된 모든 과정이 관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①“블라인드 펀드라서 투자처를 몰랐다”
조 후보자는 가족이 투자한 펀드가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라 실제 투자가 어디에 이루어졌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블라인드 펀드의 개념을 호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채 돈부터 모으는 구조다. 당연히 투자처를 알려줄 수 없다. 그런데 자금이 집행된 뒤에는 상세한 투자 내역과 결과를 보고서로 보내주게 돼 있다”고 했다. 이어 “한 가족만 투자한 펀드인데다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에 친척까지 있다면 더 자세히 알려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운용보고서 자체가 이상하다는 사람도 있다.
업계에선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신생 업체임에도 블라인드 펀드를 만든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여의도에서 30년 구른 사람도 자신이 블라인드 펀드 만들겠다고 하면 돈 태우는 사람이 없다. 짐 로저스나 MBK 같은 명성은 있어야 믿고 맡긴다”고 했다. 코링크PE는 조 후보자의 5촌 조카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②“투자 약정액은 신용카드 한도 개념이다”
조 후보자는 “74억5500만 원을 약정했지만 실제는 10억5000만 원만 투자했고 그 이상은 투자하지 않기로 애초에 약속했다. 투자 약정액은 신용카드 한도나 마이너스 통장 같은 개념”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사모펀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들어보지 못한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가 거액의 투자약정을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펀드 운용 계획이 틀어져 투자 기회가 생겨도 돈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주로 억 단위로 투자금을 약정하지 조 후보자처럼 100만 원 단위로 약정을 맺는 건 매우 드물다고 지적한다.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③“처남의 지분매입은 저도 궁금하다”
조 후보자의 처남 정모 씨가 2017년 코링크PE에 5억 원을 투자해 1만 원짜리 주식을 200배 비싼 값에 사들인 과정은 전혀 해명되지 않았다. 1만 원 짜리 주식을 기존 주주보다 200배 비싼 가격에 사들인 배경도 미스터리다. 조 후보자는 “저도 궁금하다.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남 얘기처럼 말했다.
주식을 액면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사들인 것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나 금투업계 모두 “정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에 대해 “일반적인 지분참여 방식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 전문가는 “코링크PE의 전망이 엄청나게 좋아야 그 정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다”며 “이 문제는 검찰에서 감정평가사를 동원해 주식가치를 평가하면 바로 풀릴 것”이라고 했다.
④“코링크 몰랐다”
조 후보자는 “코링크PE라는 이름을 이번에 (인사청문회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공개된 관보에는 조 후보자 부인과 자녀 2명의 재산 목록에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라는 회사명이 투자 금액과 함께 3차례 반복해서 나온다. 고위 공직자 재산 문제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민정수석비서관이 정작 자신의 재산 항목을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⑤“코링크 수익률이 높아서 투자했다”
조 후보자는 코링크 투자 배경을 설명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코링크PE 수익률이 높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수익률은 비공개 정보이기 때문에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코링크PE가 처음 만든 PEF인 ‘레드코어 밸류업 1호’가 청산된 시점은 2017년 11월로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를 시작한 같은 해 7월보다 늦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수익률은 펀드가 청산된 뒤에야 계산된다. 코링크PE 실소유주인 조 씨가 조 후보자 가족에게 수익률 정보를 미리 제공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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