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운명의 날’ D-1…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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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8일 1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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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2사업장을 찾아 경영진과 반도체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신규라인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9.8.26/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2사업장을 찾아 경영진과 반도체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신규라인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9.8.26/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상고심 결정이 오는 2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가운데, 대법원에서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재계 및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018년 2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됐다. 1년6개월만에 열리는 상고심의 결정에 따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관전 포인트는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로, 2심의 판단이 틀렸다고 돌려보내는 ‘파기환송’과 하급심의 판결을 확정하는 ‘상고 기각’으로 갈린다. 상고가 기각될 경우엔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이 확정돼 현재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러나 파기환송될 경우엔 이 부회장이 또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법조계 안팎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언급되는 ‘말 3마리 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두고 2심의 판결이 파기될 경우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뜨겁다.

재차 열릴 2심에서 재판부가 각종 뇌물공여에 대한 판결을 뒤집는다 하더라도 정상참작 사유로 인해 판사 재량에 따른 작량감경(酌量減輕)을 받으면 실형을 면할 수도 있어 섣불리 재구속 여부를 언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합범’ 이 부회장의 선고 하한 징역 5년…작량감경시 집행유예도 가능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말 구입비로 불리는 마필 자체 36억여원이 아니라 말을 사용하며 얻은 무상의 이익인 36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말 3마리의 소유권이 최씨가 아닌 삼성에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혐의가 적용된 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16억여원도 부정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만약 대법원에서 2심 결정을 파기하면 이 부회장에게는 말 사용료 외에도 구입비와 영재센터 지원금 등이 모두 뇌물액수로 적용돼 횡령 금액도 기존 36억여원에서 89억여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액이 50억원이 넘을시 적용되는 법정형은 하한이 징역 5년 이상이다. 우리나라 형법에는 여러 범죄혐의가 있는 ‘경합범’의 경우 가장 중한 죄의 상한(上限)에 최대 1.5배까지 가중할 수 있다.

아울러 하한(下限)은 가장 중한 죄의 최저 법정형과 같은데, 이 부회장에 대해 재판부는 최저 5년에서 최대 45년을 기준으로 선고 가능 형량으로 삼을 수 있다. 이때 재판부가 재량에 따라 정상참작 등을 고려해 상한과 하한을 절반씩 감경하는 ‘작량감경’을 하게 되면 징역 2년6월~22년6월의 범위에서 선고가 가능하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1심 판결에 따라 1년간의 수감생활을 지냈다는 점과 2심 재판과정에서 수동적 뇌물이었던 횡령금 전액을 변제한 점을 감안해 정상참작 사유가 뒷받침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도 횡령금 변제가 작량감경 근거가 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횡령죄에 있어서 피해 회복은 일반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작량감경 사유”라면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으나 기소가 안된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등까지 감안하면 재판부가 긍정적인 결과를 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뇌물공여자에 대한 핵심 정상참작 사유는 ‘적극성’을 띠고 있으며 자발적인 행위였는지 여부인데 이 부회장의 1심과 2심에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국정농단을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건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기 위해 마필과 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등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이 사건이 정치권력(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뇌물공여에 나선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의해 수동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 것이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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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국외도피’ 2심서 무죄…“마필, 영재센터 지원 파기돼도 집행유예 선고 가능”

이 부회장이 1심에서 기소된 혐의 중에서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2심은 무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법정형이 10년 이상이라 유죄 판결이 나오면 집행유예 자체가 불가능하다.

1심에서도 당초 특검 측이 제시한 79억여원의 국외도피 재산 금액 중에서 36억원만 인정돼 특정경제법과 별도로 재산국외도피죄만으로도 법정형 하한이 5년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2심에서는 재산국외도피죄 전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대법원에서 2심의 재산국외도피죄 무죄 판결이 유지된다면 2심의 마필 지원과 영재센터 지원에 관한 판결이 파기되더라도 작량감경과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말 3마리 지원과 관련해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파기할 경우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마필 지원 자체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그에 대한 뇌물액을 산정할때 삼성이 말을 구입할 당시 든 비용이 아니라 ‘가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마필들과 차량들의 무상사용 이익’만 뇌물로 본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마필 사용이익이 뇌물이란 2심 판단을 깨고 마필 자체를 뇌물이라고 보면 이는 법리적 해석만 달라진 것이며 마필 지원이 뇌물이라는 2심의 판결 자체를 뒤집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탔던 말 3마리를 제공한 것 자체가 뇌물이라는 2심 재판부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원의 양형 기준은 물론 사건 본질에 대한 판단과 판사의 재량 등 다양한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 벌써부터 재구속 여부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 전쟁 등 시기적으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재판부가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오는 29일 대법원 상고심에 직접 출석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서울 모처에서 TV 생중계로 재판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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