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에 빨라진 한은 처방… 올해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은, 금리-성장률 ‘동반 하향’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내린 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 환경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0.8%) 이후 최저 수준인 2.2%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잠재성장률까지 낮추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금융 시장에서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춘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기를 떠받치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금리도, 성장률 조정 폭도 시장 예상 추월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으로 8월을 점쳐 왔다.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금융투자협회가 금융업계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이 이런 예상을 깨고 이번에 금리를 낮춘 건 세계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며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도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월별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4월에는 미중 무역 전쟁의 해결을 낙관했지만 지금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시기도 일러야 올해 말”이라고 했다.

금리 인하 시기뿐 아니라 이날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2.5%→2.2%)도 시장의 전망보다 컸다.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3%포인트 낮춘 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던 2015년 4월(3.4%→3.1%)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은 전망치가) 2.3%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2.5%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악재가 이어짐에 따라 성장률 2.2% 달성도 불안하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의 경제 보복이 다른 분야로 계속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출과 투자가 더 어려워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1.8%), 노무라증권(1.8%), ING그룹(1.5%) 등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 “금리 인하, 성장률 제고에 제한적 효과 그쳐”


한은이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부동산 가격이 뛰면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낮추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추가 인하의 여지는 열어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해 “통화 정책과 대외 변수의 영향, 금융 안정을 보면서 가장 적합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의 금리 인하가 실제 경기 회복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 총재도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원인은 공급 측면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가 과거보다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낮추면서 현재 연 2.25∼2.50%인 미국 기준금리와의 차이도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 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이 이달 30,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금리를 낮춘다는 신호를 주면서 한은도 금리 차 확대에 대한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31%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5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178.8원으로 마감돼 금리 인하가 시장에 준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은행#기준금리 인하#잠재성장률#동반 하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