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와 대학을 막론하고 챗GPT, 구글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하고 평가할지 논란이다. 온라인 시험에서 학생이 챗GPT가 알려준 내용을 그대로 답안지에 적어냈다가 적발되거나 과제, 수행평가에서 제미나이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0점 처리하고, 학생이 제출한 내용을 GPT 킬러로 잡아내며 시험, 수행평가를 무조건 교실에서 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때도 됐다. 현실적으로 생성형 AI를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다. AI를 접목시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더 많다. 정부가 모든 세대에 AI 교육을 추진하고 대학에서 AI 과목을 필수로 만들거나 AI 융합 전공을 개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제나 시험에서 AI를 쓰는 걸 부정행위 취급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수업, 과제, 평가 방법을 모두 바꿔야 한다.
AI 시대에는 학생에게 어떤 주제를 아는지 모르는지를 묻는 시험과 과제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AI에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해 원하는 정보를 찾을지,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어떻게 프롬프트를 수정할지, AI 답변을 참고해서 어떻게 나만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지가 더 의미 있다. 학교는 학생이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훈련해야 한다.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학생에게 시험 대신 과제를 부여하고 몇 단계에 걸쳐 평가한다. 우선 주제를 하나 정한 뒤 연구 방법을 설계해 제출하게 한다. 자신이 왜 이 주제를 택했으며 무엇을 참고했는지 문헌, 기사, 생성형 AI 등 출처를 모두 써야 한다. 이어 보고서 초안을 제출한 뒤 자료와 AI, 소그룹 토론을 통해 보완하고 왜 초안과 달라졌는지와 처음에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써서 제출한다. AI를 활용했다면 프롬프트 내용과 검색 시간까지 기재해야 한다.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뒤에는 발표한다. AI가 발표를 대신할 순 없으므로,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했는지도 평가할 수 있다.
“학생이 한둘도 아니고 번거로울 텐데 대단하다. 강의평가에서 학생들이 부정적 평가를 하진 않느냐”고 물었다. 교수는 “학기 초에 이렇게 설명하면 수강 취소할 학생은 나간다. 조별 평가에서 무임 승차한 학생을 신고하는 등 공정하지 못한 것에 민감한 세대라 평가 방법에 공감하고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답했다.
AI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바꿀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주입식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생은 질문하지 않고 교사나 교수는 전달에 급급한데 어떻게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다. 정답을 아는지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교육이 바뀌면 해결된다. AI 생성 답안을 출처 표기 없이 쓰는 등의 부정행위는 윤리교육을 강화해 해결해야지 AI를 못 쓰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랫동안 유지했던 수업 자료와 교육 방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워도 해야 한다. 전 세계가 AI로 경쟁하는데 AI를 주도적으로 쓸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건 교육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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