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교부 관료가 메모 훔쳤을 가능성”…사실이라면 후폭풍 거세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4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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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이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65) 메모 유출사건 수사에 나선지 이틀 만에 용의자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선데이타임즈는 14일 “수사 당국은 외교부 파일의 접근 권한이 있는 한 관료가 해당 메모를 훔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의 구체적 신상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외국의 해킹 가능성은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관료 유출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미 영미 외교가의 핵폭탄급으로 커진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대럭 전 대사가 사퇴한 후 영국 일각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성론자들이 EU 지지자인 대럭 대사 대신 브렉시트 지지자를 미국 대사로 앉히기 위해 이번 공작을 자행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해당 메모를 최초 보도한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3일 추가 내용도 공개했다. 대럭 대사는 2018년 5월 8일 작성한 메모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전격 탈퇴하려는 것은 전임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괴롭히기 위해서다. 이는 외교적 ‘기물파손 행위(반달리즘)’”라고 적었다. 하루 전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외교장관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를 막으려 미 워싱턴에 왔다가 실패하고 빈손으로 귀국했다. 이 메모에 따르면 미국의 전격적 핵합의 탈퇴는 ‘대통령 개인의 성격적 이유(personality reasons)’ 때문이며 미국이 탈퇴 후 당장 어떠한 전략도 없다는 신랄한 비판으로 가득하다.

추가 보도 이후 ‘언론 자유’ 대 ‘국익’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닐 바수 런던경찰청 부청장은 “문건 보도는 공직자 비밀 엄수법을 위반하는 형사 범죄다.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유출 문건을 보도하지 말고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과 영국이 이란의 핵능력을 방지하는데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하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라며 보도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이달 중 둘 중 한 명이 차기 총리가 되는 존슨 전 장관과 제러미 헌트 현 외교장관은 모두 언론 보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둘은 “문서 유출자의 처벌은 동의하나 경찰이 언론을 목표로 삼는 것은 잘못됐다”는 태도를 취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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