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 국가들 ‘식민지배 보상’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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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탄자니아, 獨에 사과 요구… 獨, 2015년 처음 ‘집단학살’ 인정
후손들에 직접 현금보상은 꺼려
英-佛도 과거사 청산 ‘현재진행형’

“독일의 식민지 시절 유령(ghost)이 또다시 출몰(haunt)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문 언론 쿼츠 아프리카는 최근 나미비아에 이어 탄자니아도 20세기 초 독일이 식민지 통치 시절 저질렀던 잔혹한 행위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매년 “나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말할 만큼 독일 정부는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는 폴란드, 프랑스 등 주변국들에 적극적인 사죄를 해 왔다.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과와 보상 요구에 대해서는 “그 당시 다른 국가들도 모두 식민통치를 했다”며 과거사 해결에 주춤거리고 있다.

킬리만자로 산과 빅토리아 호수의 나라인 동아프리카 탄자니아는 1890년부터 1919년까지 독일 식민지였다. 1905년부터 독일 식민통치에 반대해 탄자니아 남부에서 마지마지 반란이 일어났고, 독일은 공식 기록 7만5000명, 비공식 기록으로 30만 명을 죽였다. 일부 부족의 인구 4분의 3이 사라졌다는 기록도 있다. 후세인 므위니 탄자니아 국방장관은 최근 “독일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받아내 희생자 자손들에게 전해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국회에서는 보상 요구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독일은 2015년부터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와도 헤레로 학살에 대한 사과와 보상 수위를 협상 중이다. 독일은 1884∼1915년 나미비아를 통치하며 1904년부터 1908년까지 식민 통치에 반발해 봉기를 일으킨 헤레로족과 나마족을 거의 몰살시켰다. 이는 20세기 들어 전 세계 첫 대량학살로 꼽힌다.

독일은 110년이 지난 2015년 7월에야 처음으로 ‘집단학살’을 인정했다. 올해 6월까지 협상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독일은 약 7190만 유로(약 862억 원)를 보상할 계획이다. 다만 후손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재단을 만들어 국가 인프라 개발, 청년 직업 교육, 주거 개발, 태양 발전소 설립 등 국가 발전에 쓸 수 있도록 펀딩하는 형식을 제안했다. 후손들은 “진정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1월 외국인 불법 행위 배상청구법을 근거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정부도 2013년 처음으로 1950년대 케냐에서 벌어진 ‘마우마우 봉기’를 무력 진압한 것에 사과하며 케냐인 5228명에게 1990만 파운드(약 280억 원)를 보상했다. 이후 후손 4만 명이 보상을 요구해 소송 중이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최근 132년간의 알제리 식민 통치 시절 민간인 학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가 우파 진영으로부터 국가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 등 유럽 국가 모두 식민 시절 과거사 청산은 현재도 ‘뜨거운 감자’다. 이미 100년이 훌쩍 넘은 일이지만 역사는 쉽게 지워지지 않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는 셈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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