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동일]등록금 못지않게 졸업-취업비용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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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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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난리다. 정말 비싸다. 그런데 대학생들은 등록금만으로는 졸업을 못한다. 등록금 말고도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졸업과 취업 비용이 있다. 그중 하나가 영어시험 성적을 준비해야 하는 비용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국 64개 대학이 토익시험을 영어능력 졸업인증제에 사용했다. 수많은 기업과 공사는 지필시험 성적뿐 아니라 영어 말하기시험 성적을 요구한다. 영어능력이 업무와 연관성이 높고 시험 준비 과정이 수험생들의 영어능력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면 좋은데 내가 만난 많은 학생은 투덜대면서 시험 성적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영어인증제도에서 학생이 알아서 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할 뿐 많은 대학은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졸업 전에 소정의 영어능력을 갖추는 것이 학생의 의무라면 그런 의무교육은 대학 등록금에 포함되어야 하고 대학은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그러나 등록금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시험 준비 비용을 학생이 감당해야 한다면 그것은 졸업을 위한 의무라고 말할 수 없다. 많은 학생이 시대적 풍조를 따르며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시험점수를 높이니 대학은 졸업인증제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학생이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해 한 학기 등록금 못지않은 비용을 교실 밖에서 지불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학점을 이수한 후 인증제에서 요구하는 시험 내용과 무관한 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도 많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학생들은 이 점에 대해 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할까?

영어능력 인증이란 학교정책이 반드시 학교 밖 외부시험으로 관리될 필요는 없다. 영어능력이 요구되는 곳에서 영어시험이 사용되는 것과 모두가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준비하는 시험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이 정말 영어능력제도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겠다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가르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영어능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대학 수업으로 인증하지 않고 반드시 시험점수로 인증하겠다면 유사한 교내 시험을 무료로 운용하든가 전교생이 졸업인증 외부시험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학교가 돈을 써야 한다.

기업도 얄밉다. 이런저런 영어시험 성적을 제출하게 하면서 청년들이 갖는 부담을 나누고 있지 않다. 일정 수준의 시험점수를 제출하지 않으면 입사 지원 자격마저 제한하는데 사원 채용 때 요구하는 시험 성적이 꼭 필요한지 묻고 싶다. 높지 않은 수준의 영어능력이 필요한 곳은 시험 준비 관련 사회적 비용을 기업이 일정 부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입사하는 모든 사원의 수험료를 대신 내 달라는 말이 아니다. 영어능력이 필요한 곳은 실력을 시험성적으로 증명하라고 입사 전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시험 성적이 지원자의 업무능력이나 잠재력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관행적 참고자료라면 굳이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입사 후 별도 시험을 보거나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학생에게 좀 더 너그러운 배려심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은 세상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 모든 준비가 돈이다. 그들은 영어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공부가 생각만큼 잘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학생에게 열심을 다할 것만 주문하지 말고 대학과 기업이 돈을 더 쓰면서 더 잘 가르치고 평가하도록 애써 보자. 대학과 기업은 졸업인증제나 취업서류에서 요구하는 시험성적을 마치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높이곤 했다. 내가 준비하는 것 아니고 내 돈 쓰는 것 아니라고 그렇게 막 결정하지 말자. 수업을 통해, 면접장에서, 자체 시험만으로도 영어능력은 추정될 수 있다. 대학생들은 이 사회의 봉이 아니다.

신동일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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