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0년 KBS 공영체제로 기구개편 발표

  • 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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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권력은 새로운 매체를 원한다.

새 권력은 기존의 매체 구조가 옛 지배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고 보고 이 연결 고리를 끊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정권은 언제나 새로운 미디어 정책을 내놓았다.

노태우 정부는 민영방송 SBS를 개국했고, 김영삼 정부는 케이블TV를, 김대중 정부는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출범시켰다.

기존의 매체 구도를 가장 크게 뒤흔들어 놓은 권력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전대미문의 언론 통폐합을 단행했다. 민영방송이던 TBC와 DBS(동아방송)는 KBS에 흡수 통합됐다. 또 KBS가 MBC 주식 70%를 인수해 MBC도 공영방송이 됐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방송의 공영성 강화였다.

이로써 ‘1공영(KBS) 2민영(MBC TBC)’이던 TV 방송 체제는 KBS와 MBC라는 2공영 독과점 체제로 전면 개편됐다.

KBS가 그해 11월 17일 발표한 기구 개편안에 따르면 △종전의 KBS TV는 KBS1 TV △TBC는 KBS2 TV △TBC라디오는 KBS 제3방송 △DBS는 KBS라디오서울로 각각 변경됐다.

1961년 12월 31일 시청료 100원을 받고 국영방송으로 개국한 KBS가 1973년 한국방송공사로 전환한 뒤 다시 TV 채널 3개와 FM 음악방송 2개를 포함한 라디오 채널 6개를 거느린 대형 공영방송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정부는 어지러워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1980년 12월 1일부터 KBS를 통해 컬러 시험 방송에 들어갔다. 이듬해 5월 25일부터는 에너지 수급 사정으로 중단했던 아침 방송도 부활시켰다.

정부는 KBS가 늘어난 채널을 운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광고도 허용했다. 이는 공영방송이 광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기형적 재원 구조를 낳았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편파보도 비판이 일면서 광고 수입은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끝없는 방만 경영과 편파보도 시비에도 불구하고 공영성 논리 속에 지탱해 온 KBS는 다채널 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백 개의 채널이 경쟁하는 방송 환경에서 KBS만이 공적 재원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누려야 하는 이유를 묻는 시청자들에게 KBS는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공영방송 KBS의 운명과 함께 차기 정권이 어떤 미디어 정책을 펼칠지 주목된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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