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오픈하면 같이 죽는 케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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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카, 펀드 투자사 대표와 통화… “정공법” 언급에 “그러면 조국 낙마”
청문회 대비 자금흐름 조작 시도… 가짜 차용증 만드는 방안 논의
檢, 코링크 투자 업체들 압수수색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를 실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5촌 조카 조모 씨(37)가 검찰 수사와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펀드 등의 자금 흐름을 숨기려 투자 회사와 공모한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1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해외 도피 중이던 조 씨는 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54)와의 통화에서 최 대표가 “결국 통장이나 모든 걸 오픈(공개)해야 하는 시점이 올 텐데, 정공법으로 가야지”라고 하자 “그거는 같이 죽는 케이스다. 정말 조 후보자가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는 “(오픈을 하면) 배터리까지 연결되고 WFM까지…”라고 덧붙였다. WFM은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전지 개발업체다. 조 씨는 “(현 정부의) 배터리 육성 정책에 맞물려 들어간다.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이 된다”고도 했다. 이에 최 대표는 “우리가 같은 식구고, 조국이를 키우자는 뜻에서 다 하는 건데 자꾸 일이, 말이 꼬였다”고 했다.

조 씨는 펀드의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최 대표와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두는 방안을 논의했다. 조 씨는 “조 후보자 측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어떻게 (청문회에서) 얘기할 거냐면 ‘아니, 내가 그 업체에서 돈을 썼는지 빌려 썼는지 어떻게 아느냐,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녹취록은 최 대표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 제출된 것으로 A4 용지 14쪽 분량이다. 여기에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자금이 최초 투자사인 웰스씨앤티에서 빠져나가 아파트 시행사까지 흘러갔으며 이 자금 흐름을 덮기 위한 협의 내용이 들어 있다.

한편 검찰은 10일 조 장관의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가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하고, 코링크PE의 2차전지 사업 본체인 WFM 군산 공장과 또 다른 2차전지 업체인 IFM 인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조 장관 가족의 펀드 납입금 13억8000만 원이 투자된 웰스씨앤티의 최 대표 자택(서울 노원구)과 ‘웅동학원 무변론 패소’ 상대 업체 대표였던 조 장관 동생 전처의 부산 해운대구 자택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또 조카 조 씨가 최 대표 등과 공모해 웰스씨앤티 자금 10억여 원을 빼돌린 정황도 확인했다. 웰스씨앤티에 투자된 펀드 자금 일부가 다시 코링크PE 관계사인 자동차부품 업체 익성과 2차전지 소재 업체 WFM, 익성의 자회사인 IFM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조 씨로부터 웰스씨앤티 수표를 전달받은 것으로 지목된 익성의 이모 회장은 전날 검찰에 출석해 자금을 전달받은 경위와 용처 등을 조사받았다. 검찰은 코링크PE가 코스닥 상장사인 WFM을 인수한 후 2차전지 사업을 새로 추진하면서 IFM에 수주 계약을 밀어주는 방식 등으로 자금을 빼돌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신동진·이건혁 기자

#조국 조카#사모펀드#녹취 파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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