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교육은 생존무기[육동인의 業]〈28〉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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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지난 칼럼에서 세계 인구의 0.2%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을 중시하는 풍토라고 했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은 왜 그렇게 교육을 중시하게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한마디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다.

오랜 세월 영토 없이 이 나라 저 나라 쫓겨 다니는 유대인들은 떠돌이 인생이었다. 이들이 항상 모자를 쓰는 것은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기 때문이란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살던 곳에서 쫓겨나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제일 필요했을까. 당연히 돈이다. 돈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됐다. 그래서 별별 욕을 다 들으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원래 돈이 없거나, 갖고 있던 돈이 다 떨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대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지식이나 기술이 있으면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쳤다. 지식과 기술을 머리에 넣는 행위는 바로 교육. 유대인 어머니들이 자식 교육에 모든 열정을 다하는 것은 결국 자식들의 목숨을 구한다는 생각에서다. 돈보다 교육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지성=생존무기’라는 등식이 뼛속 깊이 DNA처럼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는 힘든 과정이고 곧장 싫증을 느끼기 쉽다. 아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공부가 중요하다면 아이들에게 공부를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가르치는 방법도 찾아야 했다. 옛날 유대인들은 어린아이들이 글을 배울 때 칠판에 꿀을 발라 놓고 그 위에 알파벳 모양의 과자를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 손에 있는 것은 입으로 가기 마련인데, 꿀을 바른 과자가 입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달콤할까. 진정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알파벳이 아니라 지성은 달콤하고, 공부는 나에게 유익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성=생존무기=달콤함’의 등식이다.

아시아권에서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인 일본에서도 비슷한 등식이 적용되는 것 같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독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기 작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지성만이 무기다’란 책 제목이 상징적이다. 저자는 “자유롭게 사용하는 어휘 수가 500개인 사람과 5000개 이상인 사람을 비교하면 5000개 이상인 사람의 어휘 조합 수가 훨씬 풍부하다”며 “풍부한 어휘는 발상의 다양함으로 연결되고,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손쉽게 찾아내는 등 문제 해결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한다. 어휘 수를 늘리려면 공부, 특히 독서를 통해 말과 표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이야기하거나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책에선 진로 관점에서도 나름의 독특한 이론을 제시한다.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큰 고민인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를 찾는 데 독서가 도움을 준다는 논리다. 어떤 특정한 책이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게 아니라,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고 이해도가 빠른 책들이 있는데 바로 그런 책들이 자신의 성향을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증된 이론은 아니지만 설득력 있는 얘기다. 역시 공부고, 역시 독서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노벨상#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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