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세계 공연 전위대, 한국서 봄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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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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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다원예술축제 26개 작품 27일부터 40일간 10곳서 페스티벌
축구장서 퍼포먼스… 관객 입장료로 주식투자 공연… 강의-글쓰기도 무대 올려

미국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덧셈에 대한 역원’. 사진 제공 페스티벌 봄 ▶dongA.com에 동영상
미국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덧셈에 대한 역원’. 사진 제공 페스티벌 봄 ▶dongA.com에 동영상
《세계 공연예술의 최전방을 엿볼 수 있는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이 27일∼5월 4일 서울 대학로 공연장과 미술관, 구로아트밸리, 월드컵경기장 등 10곳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4회를 맞은 ‘페스티벌 봄’은 지난해 15개 작품에서 올해 26개 작품으로 늘어나면서 기간도 3주에서 40일로 늘었다. 아시아 최대 다원예술축제로 자리 잡은 셈이다. 공연의 개념과 영역을 넓히고 뒤집는 세계적 흐름을 보여주는 이 축제의 주요 작품을 2개의 주제어로 들여다봤다.》
○극장의 경계를 허문다

이탈리아 출신의 예술가 마시모 푸를란의 ‘우리는 한 팀’(5월 4일·무료)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푸를란은 세계 각국 사람들의 가슴속에 각인된 축구경기의 영웅이 돼 그 몸짓을 재현하는 1인극을 펼쳐왔다. 한국공연을 위해 그가 선정한 경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단 이번엔 2인극이다. 자신이 이탈리아 선수 프란체스코 토티를 맡고, 추후 선정할 한국인 한 명에게 안정환 역을 맡긴다. 6만 석의 텅 빈 관중석에 앉은 관객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당시의 함성을 들으며 ‘기억 속 관중’을 연기하게 된다.

스페인 출신의 로제르 베르나르가 연출하는 ‘공공영역’(4월 17, 18일)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펼치는 관객 참여 퍼포먼스다. 관객에게 헤드폰을 나눠준 뒤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일련의 설문조사를 통해 계속 소집단을 나눠가며 기상천외의 상황극을 끌어낸다.

소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여러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체언어를 펼치는 미술관 공연도 늘었다. 개막작으로 27, 28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펼치는 윌리엄 포사이스(51)의 ‘덧셈에 대한 역원’과 그의 제자인 파브리스 마즐리아와 이오아니스 안다푸니스의 ‘P.A.D’가 대표적이다. 20년간 프랑크푸르트 발레 시어터를 이끌며 고전발레와 현대무용의 실험적 접목으로 ‘천재’라는 평을 듣다가 2005년 포사이스 컴퍼니를 세워 독립한 뒤 무용의 경계를 확장해온 포사이스 춤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공연의 경계를 허문다

전위예술창작그룹인 ‘우스터그룹’ 영상감독이었던 크리스 콘덱의 ‘죽은 고양이 반등’(3월 31일, 4월 1일·서강대 메리홀)은 관객의 입장료를 자본금으로 런던 주식시장에 실시간 투자하는 과정을 드라마로 꾸민다. 자신이 투자한 주식가격이 등락하는 것을 대형 모니터로 펼쳐내며 자본주의라는 롤러코스터가 가져다주는 짜릿함과 허무함, 나아가 그 이면까지 맛보여준다. 작품 제목은 주가가 일시에 폭락할 때 잠시 반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목탄화가이자 오페라연출가인 윌리엄 켄트리지의 퍼포먼스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4월 19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코’의 연출과정에 대한 강의를 무대화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목탄화 인형극 콜라주 등 다양한 예술을 접목해 무죄를 강변하는 러시아 속담이 어떻게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정책으로 확산돼 가는지를 보여준다. 이 밖에 글 쓰는 과정을 공연으로 보여주는 기계비평가 이영준 씨의 ‘조용한 글쓰기’(4월 6, 7일·아르코소극장), 손뜨개질로 짠 인형의 속을 내시경으로 탐사하며 법의학적 동화를 들려주는 마레이스 블로뉴의 ‘해부학 수업’(4월 13일·아르코소극장) 등도 ‘과연 저게 공연이 될까 싶은 내용’을 공연으로 풀어낸다.

한편 지난해 작고한 독일의 안무가 피나 바우슈를 추모하는 세계적 안무가의 작품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기수 제롬 벨이 바우슈의 가장 열정적 무용수를 불러낸 ‘루츠 푀르스터’(4월 8, 9일·남산예술센터)와 벨기에 세들라베무용단을 이끄는 알랭 프라텔의 ‘아웃 오브 컨텍스트-피나 바우슈를 위하여’(4월 2, 3일·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이다. 02-741-3931·www.festivalbom.org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권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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