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사시 9수 윤석열, 대선도 9수할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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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모습.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모습.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이 사법시험에 아홉 번 떨어졌다는 건 유명하다. 법무부 장관 추미애와 충돌하던 검찰총장 시절 “사시를 9수해서 내 인내심은 갑(甲)”이라며 받아넘겼다는 것도 유명하다.

하지만 문파 황교익이 지적했듯, 웬만한 재력 집안 아니고선 사시 9수는 쉽지 않다. 너덧 번 떨어지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포기하고 일자리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흙수저 출신’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도 “단기간에 사법 고시에 합격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서 고백했었다.
● 국민의힘 벌써 배가 불렀다
굳이 아픈 과거를 들먹이는 건 윤석열이 배가 불러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내년 대선쯤 패배해도 괜찮다고 여기는지 모른다. 부인이 재력 집안이니 사시 9수 하듯 대선 9수를 할 참인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후보는 ‘문고리 3인방’ 원성을 듣고도 외면하고, 당 대표는 중2처럼 연락을 끊고 후보 따로 대표 따로 콩가루당이 될 순 없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고야 말겠다고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이다. 대선에서 망해도 지방선거에서 공천만 따면 장땡이라고 눈이 벌겋지 않다면, 저렇게 자리다툼이나 하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애타는 건 오히려 국민들이다. 윤석열이 좋아서 정권교체 원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집권세력 잘한 것 없고, 그런데도 당당하게 정권 연장 꾀하기에 못 살겠다 갈아보자 싶은 거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그때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할 염치도 없으니 차라리 이대로 서서 죽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당신들이 국민에게 이럴 순 없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의 당선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분위기가 역전되어 이회창 전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의 당선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분위기가 역전되어 이회창 전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 2002년 초 ‘이회창 대세론’처럼
2002년 대선이 치러지기 24일 전까지 선거를 주름잡은 건 ‘이회창 대세론’이었다. 민주당은 4월과 8월, 10월에 각각 이회창 10만 달러 수수설, 이회창 부인 기양건설 뇌물 수수설, 김대업의 이회창 두 아들 병풍(兵風)을 각각 터뜨렸다(그 설설설은 수사와 판결에서 모조리 거짓말로 밝혀졌다. 물론 대선이 다 끝난 뒤였지만).

이회창을 누른 것은 선거 24일 전 전격 실시된 노무현-정몽준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승부수였다. 물론 그 전까지 야금야금 이회창 지지율을 깎아먹은 것이 있었다. 그가 2017년 회고록에서 고백한 바에 따르면 선거를 실제로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유권자를 ‘설득’하는 능력과 ‘이미지’ 연출이라는 거다.

이회창 말씀이 20년 전 교훈이긴 하다. 우리가 탁현민의 연출에 이미 질려 있어서 이재명의 쇼가 빤히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고만큼의 설득도, 이미지 연출도 못하는 정치인이다. 같은 당 젊은 대표 이준석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2030을 설득한다는 건가. 문고리에 둘러싸인 왕(王)의 이미지로 감히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과의 갈등으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윤석열 대선 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과의 갈등으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윤석열 대선 후보.


●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리더십이다
이 모든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개인, 학연, 지연, 파벌, 친소관계 등 모든 사적 이해관계를 희생하고 오로지 공적 영역만 중시하는 것, 즉 지금 국민의힘으로선 정권교체를 위해서 무조건 포용하는 것이 정치이고, 당장 윤석열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안타깝게도 대선에 도전한 이후 윤석열은 우리에게 어떤 설득력도, 리더십도, 감동도 보여준 적이 없다. 지금이 바로 그것을 보여줄 때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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