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직결 중증환자 급여화 미루면서 석달 10만원 탈모엔 건보, 말이 되나”
“탈모 환자 3명중 1명이 2030
사회 활동에 지장… 건보 적용할만”
탈모 건보땐 최대 年7000억 필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계기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층의 탈모 치료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질환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 탈모 환자 3명 중 1명 20, 30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 진단 환자는 총 23만7009명이다. 이 중 17만5493명은 의학적 원인이 분명한 ‘원형 탈모’ 환자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
정부는 주로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안드로젠 탈모(M자형 탈모)’ 등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탈모가 취업과 결혼, 정신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34세를 우선 적용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20, 30대 탈모 환자는 8만6515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한다.
탈모약 건보 지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가 생존의 문제”라며 건보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신중한 입장이던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어떻게 적용할지, 어느 정도 재정이 들어갈지 실무 검토를 했다”며 급여 확대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탈모 치료 급여 확대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 준비금은 2029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탈모 치료 급여 확대 시 연간 최소 1000억∼1400억 원, 최대 5000억∼7000억 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오히려 비만치료제나 성인 예방접종을 급여화하는 게 국민 건강을 지키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 “청년 탈모 건보 지원, 우선순위 아냐”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17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거리에 ‘탈모 처방’ 안내가 붙어있는 모습. 2026.06.17 뉴스1의료계에선 탈모 급여 확대가 건강보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높다. 김현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는 아픈 사람이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일을 막는 것”이라며 “미용 목적의 탈모 치료를 건보 재정으로 지원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충분한 우선순위 검토와 재정 영향 평가 없이 탈모약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은 건보 재정 운용의 방향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탈모 치료를 지원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정책 수혜 대상인 20, 30대 남성들의 공감대도 크지 않다. 3년 전부터 M자 탈모 예방을 위해 탈모약을 먹어 온 김모 씨(28)는 “약값이 3개월에 10만 원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다”며 “건보 재정은 더 필요한 이들에게 쓰는 게 맞다”고 했다.
탈모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명예교수는 “탈모는 사회활동에 지장을 줄 만큼 심리적 스트레스가 커 충분히 건강보험을 적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국민 토론회 등을 거쳐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다음 달 4일 국민 200명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여론 수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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