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넥스트, 숲이 해법이다]〈5〉함께 걷는 숲 만들기
태안~울진 잇는 국가 첫 숲길… 내년 하반기 전 구간 개통
하루 10명 찾던 역, 관광객 북적… 봉화 체류인구 13만명 돌파
숲길 따라 관광객-상권 활기… 관광-일자리 창출 새 동력
경북 봉화군 분천역에서 현동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5.4km 길이 50구간 초입. 봉화=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숲길을 걷겠다고 젊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데 신기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산골짜기 우리 동네가 요샛말로 ‘핫플’(핫플레이스)이 됐어요.”
지난달 20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배바위산 ‘동서트레일’ 50구간 중턱에서 만난 주민 권오출 씨(51)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개통해 시범 운영을 시작한 동서트레일 50구간은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지나는 분천역에서 현동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5.4km 숲길이다.
동서트레일(849km)은 산림청이 2023년부터 604억 원을 투입해 충남 태안(1구간)부터 경북 울진(55구간)까지 조성 중인 장거리 숲길이다. 국가에서 처음 만드는 ‘공식 숲길’이자 국내서 유일하게 백패킹이 가능한 숲길로 현재 21개 구간이 시범 운영 중이고 내년 하반기(7∼12월)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 씨는 “전체 구간이 개통되면 더 많은 젊은이가 찾아오고 마을에도 활력이 돌 것”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태안∼울진 잇는 849km 장거리 숲길
동서트레일 분천역∼현동삼거리 50구간은 낙동강 최상류 석개재에서 울진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 트레일(70km)의 일부를 활용해 조성됐다. 권 씨와 함께 분천역에서 길을 오르자 왼편으로는 낙동강이 굽이쳤고 오른편으로는 곧게 뻗은 금강송숲이 이어졌다.
동서트레일 사업은 산촌을 살리고 산림자원을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 2022년 산림청과 충남 세종 대전 충북 경북 등 5개 시도가 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숲길을 가꾸고 산림을 관리해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트레일은 둘레길과 달리 산줄기를 따라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특정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라면, 트레일은 산과 산을 잇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며 국토를 횡단한다. 산지가 국토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지형에 특화된 길인 셈이다.
전체 55개 구간은 충남 세종 대전 충북 경북 등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지난다. 구간당 평균 길이는 14.9km. 백패킹장 43개와 안내소 23개, 쉼터 119개가 조성되며 현재까지 607km가 연결됐다. 나머지 242km는 안내판과 야영장, 대피소 등을 설치하고 있다.
건강과 레저를 위해 산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숲길의 인기는 높아지는 추세다. 산림청의 ‘2025 등산·숲길체험 국민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79세 성인 가운데 월 1회 이상 등산이나 숲길 체험을 하는 인구는 2990만 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 2547만 명에 비해 400만 명 넘게 늘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 산의 매력에 빠져 지역 숲길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직 정식 개장 전인 동서트레일도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전희남 분천2리 이장(63)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젊은 사람들이 마을 풍경과 숲길 사진을 많이 올린다”며 “그걸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주민 2만 명 지역에 체류인구 13만 명
98가구, 140명이 사는 작은 마을 분천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10여 년 전 하루 이용객이 10명도 안 돼 폐쇄 위기에 몰렸던 분천역은 2013년 백두대간 협곡열차 개통에 이어 동서트레일까지 지나면서 최근 12년간 누적 이용객이 110만 명을 돌파했다.
국가데이터포털에 따르면 동서트레일이 지나는 경북 봉화군 주민등록 인구는 2024년 1월 2만9531명에서 2025년 8월 2만8371명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체류인구는 6만7095명에서 13만1290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체류인구는 관광 등을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외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날이 월 1일 이상인 사람을 뜻한다. 숲길이 관광지가 되어 체류인구를 늘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2008년 개통한 지리산둘레길을 시작으로 경북 울진·봉화 금강소나무숲길, 강원 양구와 인제를 잇는 DMZ펀치볼둘레길 등도 숲길이 지역을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DMZ펀치볼둘레길은 2022년 기준 지역경제에 63억 원의 직간접 효과를 내고 4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운영관리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는 18.7배에 달했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삼나무 천연림으로 유명한 일본 야쿠시마는 전체 인구 약 1만1000명 가운데 90%가 트레킹과 관광업에 종사한다. 이수광 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야쿠시마 숲길 방문객은 연간 약 20만 명”이라며 “관광산업 덕분에 매년 200여 명이 산촌으로 돌아와 살면서 인구 감소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건강과 치유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만큼 숲길을 지역 활성화 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흥렬 목원대 항공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숲길 위에 지역 특색을 담은 관광자원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소멸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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