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가 아바단 정유공장 모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평화협정에 따른 대이란 제재 완화로 석유 수출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정으로 대이란 제재가 완화되면서 이란이 연간 최대 600억달러(약 91조원)의 석유 수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10여 년간 제재에 묶여 있던 원유 판매와 금융 거래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이란의 석유와 연료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란은 미국과의 무력 충돌 이전 생산 수준과 현재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연간 600억달러 이상의 석유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번 주 들어 원유를 실은 이란 유조선 여러 척이 미국 해군 봉쇄선을 넘어 항해를 시작하며 수출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
이번 조치는 10여 년 전부터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구축한 대이란 제재 체계의 핵심을 사실상 허무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이란은 비밀 운송망을 활용해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해 왔으며, 주요 구매처도 중국의 일부 독립 정유사에 제한돼 있었다. ● 해외에 묶였던 석유대금도 회수 가능
이번 합의의 또 다른 핵심은 금융 거래 정상화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 석유 판매 대금을 자국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은행 결제망을 열어주는 방안을 약속했다. 그동안 이란은 금융 제재로 인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석유 판매 대금 상당수를 회수하지 못하고 복잡한 우회 금융망이나 암호화폐 등을 통해 일부만 활용해 왔다.
미국 국무부 대이란 제재를 담당했던 리처드 네퓨 콜롬비아대 교수는 “이번 합의가 이란 경제를 완전히 자유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자금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합의 초기 두 달 동안에만 약 80억달러의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정권 유지·군사력 재건에 쓰일 수도”
반면 막대한 현금 유입이 이란 정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싱은 “현금을 대거 공급하면 이란 정권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이란 대리세력을 지원하거나 미사일과 드론을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데는 훨씬 많은 돈이 든다”며 “제재 완화로 국가 재정에 숨통이 트이면 그만큼 다른 자금을 군사력 재건이나 대리세력 지원에 돌릴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도 제재 완화가 무조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협상 진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미국 측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제재 완화를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 글로벌 원유시장 공급 확대 가능성
시장에서는 이란 원유가 본격적으로 국제시장에 복귀할 경우 세계 원유 공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2027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하루 약 800만배럴 늘어나지만, 수요 증가는 하루 200만배럴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증가가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공급 과잉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이란의 원유 생산 원가는 배럴당 10~30달러 수준으로 미국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인 60~70달러보다 크게 낮다. 제재가 장기적으로 해제되고 해외 자본과 기술이 유입될 경우 생산량 확대 속도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WSJ는 이란의 글로벌 원유시장 완전 복귀는 미국의 한시적 제재 유예가 영구적인 제재 해제로 이어져야 가능하며, 이는 양해각서에 따라 이란 핵 활동을 둘러싼 후속 합의 성사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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