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서 촬영된 폴리마켓(Polymarket) 애플리케이션 아이콘과 로고 모습. 폴리마켓은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정치·경제·국제 이슈 등을 대상으로 한 베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이란 평화협정을 둘러싼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잇따라 포착되면서 내부자 거래 의혹이 커지고 있다. 평화협정 발표 전 거액을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노린 익명 지갑이 등장한 데 이어 원유 선물시장에서도 대통령 발표 직전 비정상적인 거래가 확인되며 미국 규제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이란 평화협정 발표를 앞두고 폴리마켓의 한 익명 계정은 시장이 협정 성사 가능성을 최저 6% 수준으로 평가하던 시점부터 ‘예스(Yes)’ 계약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듄(Dune)과 폴리사이츠(Polysights)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계정은 첫 거래를 시작하기 불과 2시간 전에 새로 생성된 지갑과 연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파키스탄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미·이란 평화협정 소식을 발표하자 관련 시장의 확률은 수시간 만에 12%에서 80% 이상으로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이 계정이 평화협정 시점을 둘러싼 4개 베팅 시장에서 모두 적중할 경우 약 110만 달러(약 16억7600만 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예지력에 가까운’ 거래는 예측시장뿐 아니라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포착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조사 중인 지난 3월 23일 원유 선물시장 거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오전 7시 5분(뉴욕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에너지 인프라 폭격을 5일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원유 선물 가격은 불과 4분 만에 14% 넘게 급락했다.
문제는 발표 직전 나타난 거래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이 올라오기 약 15분 전인 오전 6시 49분부터 51분 사이 뉴욕시장에서는 최소 700만 배럴 규모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계약이 집중적으로 거래됐다. 당시 거래량은 평소 같은 시간대보다 20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일부 투자자가 발표 내용을 미리 알고 유가 하락에 베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지정학 이슈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 예측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미공개 정보 유출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샌디에이고대 경영대학원의 조슈아 델라 베도바 교수는 블룸버그에 “정치 예측시장은 소수의 정책 결정권자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폴리사이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폴리마켓에서 미국의 이란 공습과 휴전, 평화협정 등에 대한 베팅 가운데 이상 거래로 분류된 규모는 약 4500만 달러(약 686억 원)에 달했다.
폴리마켓 측은 내부 감시 시스템을 통해 현재까지 약 100건의 의심 지갑 정보를 사법당국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여기에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체포된 예측시장 내부자 거래 사건과 첫 번째, 두 번째 기소 사례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번 평화협정 베팅 역시 단순히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은 영리한 거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사건이 거대한 베팅 시장으로 변모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시장 예측과 미공개 정보 이용을 통한 거래를 가려내는 일이 규제당국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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