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뉴스(Nature News)는 노화된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부분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치료가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스타트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Life Biosciences)는 이날 첫 환자에게 노화된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세포 재프로그래밍 유전자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쥐와 원숭이 대상 연구만 수행해 왔다.
연구진은 세 개의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해 노화된 세포가 다시 젊은 세포처럼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임상시험의 목적은 노화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치료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대상 질환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녹내장이다.
녹내장 환자들은 시신경이 손상된다. 이러한 신경세포는 거의 재생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활성화된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이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을 이루는 신경세포 재생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재프로그래밍 기술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선 여러 동물 실험에서는 부분 재프로그래밍이 비교적 안전하게 이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부 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장수의학 기업 옵티스팬(Optispan) 공동 창업자이자 생물학자인 매트 케이벌린(Matt Kaeberlein)은 네이처 뉴스에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사람에게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다면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아직 매우 초기 단계이며,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눈은 이 기술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첫 대상 부위로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장기보다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부분 재프로그래밍의 목표는 노화된 성체 세포를 젊은 상태로 일부 되돌리는 것이다. 다만 너무 많이 되돌려 줄기세포처럼 만들어버리면 원래의 기능과 정체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세포의 고유 기능은 유지하면서 젊은 특성만 회복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실험실에서 성체 세포를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데 사용되는 네 개의 이른바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 가운데 세 개를 활용했다.
2007년 일본의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는 성인의 세포를 줄기세포와 비슷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성과로 그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가 발견한 원래 우리 몸에 존재하는 네 가지 전사인자는 현재 야마나카 인자로 불리며, 이를 활성화하면 성체 세포를 줄기세포와 비슷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세포의 시간 되돌리기 스위치’로 불린다. 연구진은 암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c-Myc를 제외한 3개 유전자만 사용했다.
앞서 2020년 미국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이 세 유전자를 활성화해 손상된 시신경 세포의 재생과 시력 회복을 유도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녹내장 환자 최대 12명을 치료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시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중증 질환인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환자도 포함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켜고 끄는’ 것을 상당히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치료는 환자가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이라는 항생제를 복용할 때만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유전자도 꺼지기 때문에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시험이 성공한다면 녹내장과 NAION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세포가 실제로 젊어졌음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호주 안과연구센터(Centre for Eye Research Australia)의 신경생물학자 피트 윌리엄스(Pete Williams)는 네이처 뉴스에 “이번 치료가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곧 장수나 전신 노화 역전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 역시 현재 목표는 온몸을 젊게 되돌리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우리는 현재 노화 관련 질환을 하나씩 공략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전신 회춘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가능하길 바라지만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이처 뉴스는 “이번 임상시험은 단순한 녹내장 치료 연구를 넘어, 노화된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부분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인간에게도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처음 검증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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