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질주]
‘반도체 전략 전문가’ 권석준 교수
“한해 영업익 200조~300조 초호황… 최소 내년말까진 메모리 슈퍼사이클
美, 자국산 이용 법제화 가능성
中 국가차원 대규모 투자도 변수… 한국, 분배보다 지배력 확보할때”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고분자공학부 교수가 30일 서울 동아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권 교수는 반도체 호황 속 성과급 논쟁에 대해 “메모리시장이 고객사 맞춤형으로 전환하는 변곡점에 있어 전략적 투자나 대규모 인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정도 이익이면 글로벌 인공지능(AI) 업체 인수 검토도 할 만합니다.”
30일 서울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난 반도체 전문가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과거 한국 반도체는 ASML 지분 확보나 팹리스 인수 기회를 놓쳤었다”며 “이제 150조∼200조 원을 들여 앤스로픽 같은 기업 지분을 인수한다든지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1∼3월) 영업이익 합계가 약 95조 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을 기회로 AI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호황기에 남는 이익을 반도체 증설과 침체기 대비에만 써도 부족했다. 직전 호황기였던 2018년 삼성전자의 한 해 동안 영업이익은 약 59조 원이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수준이다. 지금은 연간 200조∼300조 원 이익이 나기에 과감한 M&A가 가능하다.
권 교수는 “이번 슈퍼사이클은 적어도 2027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메모리 시장의 판이 마치 파운드리(위탁생산)처럼 고객사 맞춤형으로 바뀌는 변곡점에 와 있어 미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호황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권 교수는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로 반도체 산업을 기술과 패권전의 틀에서 분석해 온 반도체 산업 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담은 신간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을 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언제까지 갈까.
“장기 계약 데이터를 고려할 때 적어도 2027년 말까지는 갈 것이다. 현재의 호황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분모(경쟁자)를 줄인 상태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라는 분자(수요)가 폭증한 결과다. 특히 AI의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과 ‘에이전틱 AI’로 옮겨 가면서 메모리 병목 현상이 심화됐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빅테크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메모리 병목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메모리(DDR, 낸드)의 품귀로 이어지고 있다.”
―수백조 원 이익 전망에 벌써부터 분배 논란이 한창이다.
“ASML의 극자외선(EUV) 2세대 한 대당 가격이 5000억 원이 넘는다. 20대만 사도 10조 원이다. 팹을 하나 만드는 데 요즘 30조 원에 달한다. 전기료만도 어마어마하다. 물 들어왔을 때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나중에는 비용이 2배에서 3배 들어도 못 한다. 게다가 앞으로 메모리 산업은 빅테크의 요구에 의해 파운드리처럼 고객사 맞춤형으로 바뀔 것이다. 이익으로 AI 기업을 인수해 함께 맞춤형 칩을 설계하는 등 새로운 변곡점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벌어 놓은 현금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성과급은 조건부 주식보상(RSU) 형식으로 직원들에게 주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직원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을 나누자는 측면에서 잘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성과급이 화두가 되자 반도체 학과에 사람이 몰린다. 인재 양성 측면에서 좋은 신호일까.
“의대 증원이 이슈일 땐 의대에 도전하려는 반도체학과 자퇴생도 있었다.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오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근데 오히려 단점도 있다. 신입사원도 수억 원을 주니 이제 대학원에서 고생 안 하려 한다. TSMC처럼 박사급 직무를 확실히 나눠 차등 보상을 하는 고민도 해야 한다.”
―미국 빅테크는 돈을 쓰고, 한국과 대만이 AI 인프라로 돈을 싹쓸이하는 것을 미국이 보고만 있을까.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1980년대 중반 미일 반도체 협정의 전례가 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점유율이 높아지자 일본의 안보 의존도와 자동차 TV 수출을 지렛대 삼아 일본에 불리한 협정을 맺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의 한국과 대만도 안보와 에너지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다. 미국이 ‘메모리의 50%는 미국산으로 채우라’며 반도체판 ‘존스법’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미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움직이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지금은 1980년대보다 구조가 복잡해 단순한 양자 합의로 메모리 기업을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추격도 변수다. 하지만 미국이 통제하는 ASML의 EUV 없이 가능할까.
“중국은 아직 7나노 수율이 10%일 정도로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삼성이나 TSMC의 7나노급에선 85% 이상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도와주고, 화웨이가 어마어마하게 돈을 써서 사용해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데 계속 부으니 쌓이는 물도 올라가고 있다.
배터리나 전기차처럼 반도체에서도 EUV 같은 기존 기술 문법을 따르지 않고 우회 기술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의 물량 공세와 시행착오의 속도는 분명 경계해야 한다.
일본은 메모리 강국이었지만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기술 터닝포인트에 대응하지 못해 결국 쇠락했다. 2040년쯤 중국에서 ‘반도체 삼국지 2’ 책이 나와 ‘2020년대 한국은 메모리 사이클을 탔을 뿐 시대의 변화를 못 잡았다’며 반면교사로 삼게 하지는 않아야 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서울대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공학 학·석사 △매사추세츠공대 화학공학 공학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반도체 삼국지’ 출간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출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