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련 칼럼]지지율에 취했나, 이름값 못하는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12일 23시 21분


보석中 출마에 “나는 반대” 1명뿐이라니
진실 규명만큼 중한 의회주의 정신 흐려져
‘지금의 독주 괜찮나’ 스스로 따져물어야
높은 지지율에 눈멀고, 귀먹는 일 피한다

김승련 논설실장
김승련 논설실장
더불어민주당 48%, 국민의힘 20%라는 10일 갤럽 여론조사는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많은 걸 짐작하게 해 준다. 그런데 이런 낙관적 전망이 민주당에 좋기만 한 걸까. 민주당의 선거 승리는 지금대로라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꽉 찬 달은 언젠가는 기울기 시작한다. 국민의힘의 브레이크 역할이 미미해 긴장감이 빠질수록 씨앗이 뿌려지는 걸 조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음 두 영역에서 민주당은 민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첫째, 공천 기류 관리다. 출마에 법적 제한은 없지만, 송영길 김용 김남국 3인은 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와 7억 원 넘는 개인연구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의 핵심 증거 입수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돈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 난 게 아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장동 일당에게서 6억 원대 자금을 받은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가 났다. 구속 중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조작 수사’를 주장하며 책까지 썼다. 그런 그의 출판기념회에 의원 50여 명이 몰렸고, 공천 신청자 26명이 그에게 후원회장을 맡겼다. 인사 청탁 논란 속에 지난해 청와대에서 경질되다시피 물러난 김남국 전 의원도 이렇게 빨리 국회의원직에 도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본인들이야 명예 회복이 급하겠지만, 거대 여당이 이래선 곤란하다. 3인의 혐의나 처지를 한두 문장으로 압축해 설명했지만, 연루된 일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 민주당에선 레드팀도 반대자도 사라졌다. 친명 김영진 의원이 김 전 부원장을 두고 “대법원 선고 후에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밖의 누구도 ‘이건 아니다’ 말하지 않는다. 공천이 뭔가. ‘우리 당은 이쯤 되는 인물을 정치 지도자감으로 여깁니다’ 하며 선보이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들의 국회의원 적격성에 문제의식이 없다는 말인가.

드루킹 사건을 일으켜 2017년 대선 때 댓글 공론장 질서를 왜곡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경남지사 후보 공천을 이미 받아버렸다. 경남도청 탈환을 위해서라는데, 제대로 된 반대 목소리가 안 들린다. 그는 유죄 확정, 사면과 복권은 물론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드루킹 혐의를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째, 대북송금 국정조사다. “쌍방울 돈 300만 달러가 경기지사 방북 대가로 북한에 전달됐다”는 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이걸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알았느냐가 쟁점인데 , 민주당은 연어 술 파티를 열어준 검사의 불법적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공개된 박상용 검사의 전화 녹음 파일에서 ‘선을 넘는 듯한 대화’가 일부 드러났다. 여기에 검찰이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맛에 맞는 자료만 가져다 썼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따져 봄 직한 사안이니 실체는 실체대로 엄정히 밝히면 된다.

문제는 국회 운영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국정조사 증인 채택, 회의 진행 등에서 독주했다. 범여권 신청 증인을 100명 넘게 채택하면서 야당 요구 주요 증인은 1명도 동의 안 했다. 법대로 하자는 강자 논리 그대로다. 이러니 의회 민주주의를 중시하는지 묻게 된다. 또 소속 의원들은 국정조사장에서 목청을 높였지만 어떤 증거가 어떻게 조작됐는지, 그 조작 흔적을 이화영 재판 2년 넘게 왜 주장하지 않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이를 못 봤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진실 규명도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진실을 찾아가는 태도를 늘 강조하던 그 민주당이 맞나 싶다.

이런 현상은 국민의힘의 무기력함 때문에 더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의 압도적 지지율은 자력 득점보단 국힘의 자책골을 통해 얻은 반사이익 성격이 짙다. 그렇기에 수렁에 빠진 국힘이 달라진다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6월 지선 이후 선거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국민의힘 리더십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도 8월이면 전당대회를 통해 친명계와 친청계가 2년 임기 새 당 대표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다. 이젠 여야 싸움보다 정당의 내부 갈등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다수가 알고 있다. 올여름 고비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문제의 싹을 선제적으로 잘라내길 기대한다. 민주당의 민주주의는 건강한지 따져 묻는 자성적 질문이 하루빨리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 민주당의 품은 따뜻하다. 어렵지 않게 선거를 이길 수 있으니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계파 간 경쟁 말고는 활발한 당내 토론이 가로막혀 있다. 높은 지지율에 눈멀고, 승리 예언에 귀먹는 일이 닥쳐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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