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련은 어떻게 동유럽을 공산화시켰나

  • 동아일보

◇철의 장막/앤 애플바움 지음·허승철 옮김/820쪽·4만3000원·책과함께


1946년 영국 보수당 대표 윈스턴 처칠은 “발트해부터 아드리아해까지 ‘철의 장막’이 내려졌다”고 선언했다. 소련이 동유럽을 서방으로부터 갈라놓은 경계였다. 그 안쪽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해방자인 줄 알았던 소련은 또 다른 전체주의를 이식하기 시작했고, 역사도 사회 구조도 제각각이었던 폴란드, 헝가리, 동독이 불과 10여 년 만에 소련을 본뜬 거의 동일한 공산주의 체제로 수렴했다. ‘굴라크’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역사학자가 그 장막을 들추고 메커니즘을 추적한 책이다.

소련의 전략은 정교했다. 다양한 정당을 허용하는 척, 연정을 꾸리는 척, 자유선거를 치르는 척했다. 그러나 배후에서는 소련처럼 비밀경찰을 조직했다. 동독의 슈타지가 그랬듯, 정보원을 심고 잠재적 반대자를 솎아냈다. 언론을 장악하고, YMCA 같은 시민사회 조직은 해체하거나 국가 조직으로 흡수했다. 전체주의는 암세포처럼 작동했다. 끊임없이 분열하며 정상적인, 민주적인 사회 조직을 밀어냈다. 기만과 폭력이 교차하며 정치적 공간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좁아졌다.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던 1948년, 공산권에 위기가 찾아왔다. 마셜플랜, 베를린 봉쇄의 실패, 유고슬라비아의 독자 노선 선택. 균열이 드러나자 각국의 ‘작은 스탈린들’은 오히려 더 철저히 모스크바를 모방했다. ‘호모 소비에티쿠스’를 만들겠다는 야망으로 역사 교과서를 다시 쓰고, 동화를 개작했으며, 여름 캠프와 방과 후 조직이 미래 세대를 둘러쌌다. 전체주의는 국경만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까지 장막을 치려 했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념은 처음부터 스스로를 갉아먹는 모순을 갖고 있었다. 모든 부문을 통제하려 했기에 모든 부문이 저항의 공간이 됐고, 번영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따라가지 못했다. 1953년 스탈린이 죽자 동독에서는 폭동이, 폴란드와 헝가리에서는 파업과 시위가 잇따랐다. 저자의 단언대로, 인간은 그렇게 쉽게 전체주의적 인격을 획득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도는 어떻게 훼손됐고, 언어는 어떻게 왜곡됐고, 사람들은 어떻게 조종됐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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