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권위는 ‘책임과 균형’에서 나온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 동아일보

〈238〉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의 태도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요즘 많은 이들이 부모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한다. 부모의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까지 있으니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부모의 무너진 권위가 걱정이라면 먼저 부모의 말과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에게 부모의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아이를 무조건 굴복시키려 들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해 줘야 한다.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윗사람으로서 아이를 책임지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아이에게 “오후 10시까지 들어와. 전화 꼭 하고. 엄마 걱정하잖아”라고 일러뒀다고 하자. 하지만 아이는 약속한 시간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는 전화로 “차가 끊겼다”고 했다. 그럴 때 화가 나서 “네 마음대로 하다가 늦었으니까 네가 알아서 와”라고 하며 아이를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밤늦은 시간은 위험하니까 데리러 가야 한다. 혼을 낼 땐 내더라도 일단은 확실히 아이를 책임져 주고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의 권위가 선다.

아이가 지금 나는 부모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다음에 내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부모로부터 배우고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게 된다. 부모가 말할 때마다 아이가 기분 나빠 하며 반항한다면, 아이는 양육 과정을 자신의 독립과 성장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지키고 싶지 않은 학교 규칙이라도 그것을 지키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사회 체계에 대한 순응을 배워 나가는 것임을 알면 아이는 반항만 일삼지 않는다.

아이에게 무조건 복종하라는 식으로 말하면 사춘기 아이는 반항하게 되어 있다. 사춘기는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연습 과정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든 “네, 네”만 하는 아이는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때로는 “왜요?”라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정말 아이를 가르쳐주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혹시 무조건 내 말에 복종해야 하는 졸병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를 정말 아이로 본다면 아이가 아무리 나에게 덤빈다고 해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는다. ‘네가 뛰어봤자 벼룩이지’라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를 나와 같은 수준으로 보면 ‘이 어린 놈이 지금 나한테 덤비는 거야?’라는 마음이 된다.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는 것은 아이와 나 자신을 같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는 하룻강아지고 나는 범인데 뭐 그렇게 열이 날까. 하지만 어른이 범의 위치가 아니라 똑같이 하룻강아지의 위치로 내려와 버리면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하룻강아지 위치에 있는 어른이 권위를 갖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모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경우에도 아이들에게 권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집이 싫다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본 경우가 의외로 많다. 결정적인 순간에 부모가 가슴을 쥐어뜯고 울고불고하며 감정 조절을 못 하는 경우 아이들은 굉장히 충격을 받는다. 부모의 나약한 모습,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화가 나는 동시에 죄책감을 느낀다. 부모를 힘들게 하고 저렇게 만든 자신을 나쁜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모가 적당히만 했으면 욕까지는 안 했을 텐데 왜 나를 궁지로 몰아붙여서 이런 행동까지 하게 만들었나 원망하는 마음도 든다. 그렇게 부모가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나면 자식 앞에서 권위를 잃게 된다. 권위가 실추되는 순간, 아이는 부모를 만만하게 보기 시작한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리 자기가 다 컸다고 생각해도 아이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부모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기대고 있던 큰 나무의 밑동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젠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님에게 더 이상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 심리적으로 독립할 준비가 안 된 아이들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와 부딪쳤을 때 부모는 절대 감정적인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솔한 의사소통을 하되 감정적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부모라고 살아가면서 언제나 꿋꿋하기만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최악의 모습만은 보여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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