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유지비에 저작권 덫… 고비 맞은 영상 AI

  • 동아일보

‘소라’ 하루 100만달러 손실에 퇴장
‘시댄스 2.0’ 저작권 논란 출시중단
시장 환호와 달리 서버 비용 ‘한계’… 안정적 수요 찾아 ‘B2B’로 눈 돌려
업계선 “빅테크 중심 재편” 관측도

영상 제작의 진입 장벽을 허물 혁신 기술로 주목받던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천문학적인 유지 비용과 법적 리스크에 부딪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텍스트 프롬프트(명령어) 몇 줄만 입력하면 할리우드 영화 수준의 고품질 영상을 단숨에 만들어 내며 “인간 창작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자조마저 끌어냈던 영상 AI. 하지만 시장의 환호와 달리,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채 막대한 적자 구조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 환호성 짧았던 영상 AI…비용·저작권 덫

미국 오픈AI의 ‘소라(Sora)’, 중국 바이트댄스의 ‘시댄스(SeeDance)’ 등 동영상 생성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 글로벌 미디어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수백억 원의 자본과 대규모 특수효과(CG) 인력이 필요했던 기존 영상 제작과 달리, 단돈 몇 달러로도 1분짜리 영상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댄스가 사진 한 장만으로 할리우트 톱스타들의 격투 장면을 정교하게 재현하자 일자리 위협을 느낀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이 대규모 파업에 나설 만큼 파장은 컸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 것 같았던 기대는 막대한 클라우드 서버 유지 비용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오래가지 못했다. 오픈AI 소라 팀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서비스 완전 종료를 선언했다. 영상 생성 AI는 무수히 많은 이미지 프레임을 연속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텍스트 기반 챗봇보다 연산 자원과 전력 소모가 수십 배로 많아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라는 하루 약 100만 달러(약 13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 자본력 갖춘 빅테크들 차지 되나

그렇다고 적자를 감안해 구독료를 전문가용 플랜 수준으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 접근성이 무너지고, 구독료가 비싸지면 일반 소비자들은 AI보다는 기존 영상·그래픽 제작 업체에 외주를 주는 쪽이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상 AI 기업들은 B2C(소비자 거래) 시장에서 발을 빼고 광고 제작, 기업 교육 등 안정적 수요가 기대되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국 영상 AI 스타트업 하이퍼는 일찌감치 대중 사업을 접고 B2B 전환을 택했으며, 핵심 인력 상당수가 마이크로소프트(MS) AI 조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작권 문제도 불씨로 남아 있다. 시댄스 2.0은 디즈니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학습한 혐의로 강력한 경고장을 받았고,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예정돼 있던 3월 출시는 보류됐다. 최근 기업 고객을 위한 모델만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와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 중심으로 영상 AI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글이 동영상 생성 모델 경량화 버전인 ‘비오 3.1 라이트’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의 xAI도 소라 서비스 종료로 생긴 공백을 겨냥해 영상·음성 생성 모델 ‘그록 이매진(Grok Imagine) API’를 새로 내놓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영상 AI가 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AI 영상 생성 시장이 연평균 20% 안팎 성장해 2033년 약 5조2000억 원(34억416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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