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만 10∼13세인 ‘촉법소년’의 상한 연령을 낮추는 데 81%가 찬성한다(한국갤럽 3월 10∼12일 조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지금 기준보다 어린 소년들이 저지른 범죄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촉법소년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임계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같은 촉법소년들의 잔인한 범죄를 보면서 분노와 우려가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전체 촉법소년 범죄 숫자가 증가 추세인 데다 살인 6건, 강도 50건 등 강력범죄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성범죄는 3000건이 넘는다.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르고도 “나 촉법이야”라며 피해자와 사법기관을 조롱하는 소년범들을 보면 ‘이대로 놔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악의는 나이라는 문제를 초월한다(Malitia supplet aetatem)”라는 라틴어 격언처럼 사악한 의도를 갖고 죄를 범했다면 어리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어리다고 면죄부?’… 임계치에 이른 법 감정
다만 보다 균형 잡힌 논의를 위해 ‘촉법소년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통념은 실상과 다르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촉법소년에게 징역형, 벌금형 같은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는 건 맞다. 하지만 입건조차 못 하는 9세 이하 ‘범법소년’과 달리 촉법소년은 재판을 통해 보호처분이라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소년원 송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징역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2세로 낮춘다고 해서 13세 범죄자가 반드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촉법소년보다 나이가 많은 미성년자인 ‘범죄소년’(만 14∼18세)은 범행에 따라 형벌을 받을 수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범죄소년 중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1% 안팎이다. 지난해 촉법소년 중 13세가 1만여 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3세를 범죄소년에 포함할 경우 연 100명 정도가 실형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이 체감하는 처벌 강화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굳이 모든 13세에게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게 바람직하냐는 게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된 논리다. 강력범부터 처벌 연령 낮추자는 의견도
이처럼 촉법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부터 연령을 조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촉법소년 나이를 일률적으로 낮출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접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대안 가운데 하나로 우선 강력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처벌 대상을 넓히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촉법소년이 살인, 성폭력 같은 범행을 저질러도 최장 2년간 소년원에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정도로는 처벌도, 교화도 할 수 없으니 법원의 판단으로 장기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놔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에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 만큼 심도 있게 다뤄볼 만하다. 촉법소년 나이는 그대로 두되 소년원에 수용할 수 있는 기한을 대폭 늘리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두 달 뒤 결론을 내자”고 내각에 주문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남은 기간 정교하고 세심한 해법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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