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생활고 비극… 울산 4남매와 아빠, 군산 母子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0일 04시 30분


아빠-4남매, 月140만원으로 생활… 건보료 체납 등 ‘위기가구’ 분류
기초수급 권유했지만 아빠가 거부… 두달간 4차례 방문도 무용지물
군산 母子, 월세-전기요금 등 밀려… “먼저 찾아가 지원하는 복지 필요”

19일 오전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에 ‘출입금지’라고 적힌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다. 울주=뉴스1
19일 오전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에 ‘출입금지’라고 적힌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다. 울주=뉴스1
울산의 한 빌라에서 미성년 자녀 4명을 포함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생활고에 따른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전북 군산과 임실에서도 생활고로 추정되는 일가족 사망 사건이 잇따랐다.

● 두 달간 경찰·지자체 네 차례 방문했는데…

19일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48분경 울주군 온산읍 한 빌라에서 김모 씨(34)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자녀는 초등학교 1학년 딸(7)과 5세, 3세 딸, 생후 5개월 아들이다.

첫째가 16일부터 등교하지 않자 담임교사가 집을 찾았다가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가 출동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숨진 가족을 발견했다. 경찰은 사망 시각을 16일 오후 9시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와 번개탄 흔적이 확인됐다. 1차 검안에서 자녀들에게 학대 흔적은 없었다. 아내는 범죄 가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두 달간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이 해당 가정을 네 차례 방문했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월 초 첫째 딸이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불참해 학교 측 신고로 경찰이 가정을 방문했고, 2월에는 지자체가 두 차례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3월 초에는 딸의 무단결석을 이유로 다시 경찰과 지자체가 방문했다. 그때마다 “가정과 아이들 상태가 양호하고 학대 정황도 없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그러나 김 씨 가족은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지난해 긴급 생계비와 주거지원비 등을 지원받았다. 올 2월에는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보건복지부가 위기가구로 분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들의 어머니가 범죄 혐의로 지난해 12월부터 구치소에 수감되고 김 씨 건강이 악화되면서 올해부터는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약 140만 원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직전엔 외상으로 식료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최근 생활고 추정 사망 사례가 잇따랐다. 앞서 17일 전북 군산에서는 7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사망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나 발견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일산화탄소 중독, 아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월세와 전기요금 등 공과금이 밀린 상태였고, 지난달부터 주변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은 아니었지만 노모는 기초연금 대상자였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하위 70%에 해당할 때 지급된다.

10일에는 전북 임실군 한 주택에서 90대 노모와 아들, 손자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숨진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장기간 돌봄 부담 등으로 이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찾아가는 복지 필요”

관리 체계가 작동했음에도 취약계층 사망이 이어지면서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 사례의 경우 김 씨가 지자체 권유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본인이 신청해야 수급자로 선정된다.

전북희망나눔재단은 19일 성명을 내고 “복지제도가 여전히 신청 중심, 경제 기준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복지는 기다리는 제도가 아니라 먼저 찾아가고 연결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엄태완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 가정에 신속히 개입하려면 국가와 지자체가 먼저 찾아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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