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승준 씨(38)는 중동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여윳돈을 넣었다. 하지만 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고 말한 뒤 유가가 하루 만에 10% 넘게 떨어지면서 큰 손실을 봤다. 이 씨는 “원자재 투자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걸 실감하고 손절했다”고 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유 ETF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고위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만큼, 손실 위험을 제대로 숙지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10일 원유 ETF(ETN 포함)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676억2400만 원으로 1월(199억6200만 원), 2월(254억6800만 원) 대비 6∼8배로 급증했다. 특히 유가가 떨어질 때 수익률이 높아지는 원유 인버스 ETF의 거래대금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금감원은 상당수 개인이 원자재 ETF 위험 요소를 알지 못한 채 투자에 뛰어드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지난해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고위험 ETF 투자자(예비 투자자 포함) 10명 중 6명은 ETF의 상품 구조를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유가 움직임의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변동성이 클수록 손실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상품들은 일일 수익률의 2배 움직임을 쫓다 보니, 지수가 하락한 뒤 상승하더라도 손실 하락 폭이 워낙 커 회복하기 힘들 때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유가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와도 보유 중인 ETF가 손실일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원유 ETF 투자 위험을 인식하고, 섣부른 매수에 앞서 ETF 괴리율부터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길 당부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진 시기인 만큼 관련 ETF의 위험 요소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투자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