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도 석유 감산… 韓정유업계 “이달말 민간 비축량 바닥”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9일 04시 30분


[1주일 넘긴 美-이란 전쟁]
국내 ‘4월 석유대란’ 우려
韓 원유수입 중동산 비중 70% 차지… 정유업계 “극단적인 수급 경색 상황”
WTI 90달러 넘어… 1주만에 35%↑
李, 오늘 물가 점검 비상경제회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원유 감산에 돌입하면서 한국 경제에 ‘4월 석유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물량이 자취를 감춘 데다 이를 실어 나를 유조선마저 구하기 어려워져 이달 말 민간 비축 물량이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계 전반에 구조적인 원가 쇼크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원유와 유조선의 씨가 말라버린 극단적인 수급 경색 상황”이라며 “현재 확보한 민간 물량으로는 3월 말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휘발유값 2000원 눈앞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유소 유가 안내판에 휘발유 가격이 1989원으로 적혀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휘발유값 2000원 눈앞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유소 유가 안내판에 휘발유 가격이 1989원으로 적혀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정유업계 “시장서 원유 씨 말랐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태크스포스(TF)를 구성해 국제 원유 시장 동향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원유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 등은 원유뿐만 아니라 석유 제품에 대한 수출 금지 검토에 나선 상태다.

국내 정유사들은 당장 4월분 원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장기 계약 외에 웃돈을 줘도 단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원유를 실어 나를 유조선 용선마저 사실상 마비됐다는 반응이다. 일부 정유사는 공장 가동률을 30% 미만까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동 리스크에 취약한 편이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대륙별 비중은 중동산이 70.2%로 압도적이다. 이어 아메리카(23.1%), 아시아·오세아니아(4.5%), 아프리카(1.8%) 순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과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로부터 총 8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월평균 원유 수입량이 약 8000만 배럴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800만 배럴 긴급 도입은 실제 수급난 해소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비축유를 풀든지, 미국 등으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수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 원유·석유제품 비축량은 정부 비축 7648만 배럴과 민간 재고 7383만 배럴 등 약 1억5700만 배럴 수준이다.

● WTI, 한 주 만에 35% 사상 최대 폭으로 올라

국제유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조짐으로 발작적인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2.21% 급등한 배럴당 90.90달러로 마감했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67.02달러) 대비 한 주 만에 35.63% 치솟아 1983년 통계 집계 이래 주간 기준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카타르 정부가 “유조선들의 해협 통과가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인접 산유국마저 원유 수출을 줄이고 감산에 돌입해 수급난에 기름을 부었다. 7일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는 “이란의 공격과 선박 통항 위협에 따른 예방적 조치로 원유 및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계약상 의무 이행을 면제받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수출용 육상 송유관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달리 쿠웨이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만 수출이 가능하다. 앞서 이라크 북부 사르상 유전도 드론 공격을 받아 하루 3만 배럴 규모의 생산이 중단됐다. 걸프 지역 내 원유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추가 감산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수급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중동 상황과 관련해 경제 및 물가 상황 점검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증시와 환율 등 금융시장 상황과 중동 사태로 급등한 휘발유, 경유 가격으로 인한 물가 상황 등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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