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日 전투기에 레이더 照射”… 위험수위까지 온 양국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7일 23시 24분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호 [AP/뉴시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호 [AP/뉴시스]
중국군 전투기가 6일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2차례 레이더를 조사(照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오키나와 인근 공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중국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J-15 함재기가 영공 접근을 경계하기 위해 출격한 자위대 F-15 전투기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중국 측은 레이더 조사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자위대 항공기가 여러 차례 중국 해군의 훈련 공역에 접근해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전투기가 상대방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해 거리와 속도 등을 측정하는 건 공격의 전 단계로 간주될 수 있다. 상대방이 대응 조치에 나선다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레이더 조사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양국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중국군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고의성이 짙다는 게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 사실이라면 위험천만한 행위로 비판받을 일이다.

중일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건 지난달 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부터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여기고 ‘핵심 이익’으로 부르는 중국의 보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일본 방문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문화 교류 중단 등에 이어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절차를 지연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일본은 희토류 수입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이 제한되면 일본의 제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은 그의 오랜 극우적 정치 성향뿐 아니라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일 갈등이 확대되는 와중에도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중일 갈등이 이 이상 확대되면 일본에도 득이 될 것이 전혀 없다. 일본의 동맹인 미국에도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같은 자민당 소속인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조차 “위험하고 두렵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결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안 되겠지만, 일본도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거나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중국군#일본 자위대#레이더 조사#오키나와#J-15 함재기#대만 유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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