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관세 충격 후폭풍 국제질서 변화 예고
동북아 세력 개편에 따른 갈등과 경쟁 구도 심화
원칙과 공조 통해 장기적이고 확실한 전략 필요
화정평화재단은 12월 4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급변했던 2025년 점검하고 다가 올 2026년 한반도와 동북아 외교 안보 환경을 전망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트럼프 발 관세전쟁이 지구촌을 휩쓴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내년에도 강대국들의 힘에 의한 세계 질서 유지와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는 내년 초 북한 제9차 노동당 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의 전략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은 4월 베이징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를 전후로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북 정상이 마주 앉는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1기 세 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핵이 의제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4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급변했던 2025년을 점검하고 다가올 2026년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국제 외교 안보 환경을 전망하는 재단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내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환경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철저한 공조를 바탕으로 급변하고 있는 외교환경 대응해야 우리의 설 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 올 한해 외교 안보의 핵심은 북한 비핵화였다. 경주 AEPC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과 대화의지를 밝혔고 김정은도 지난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 한해 미북 간 대화는 없었지만 내년에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미북 대화를 하더라도 2018~19년 북한이 했던 수뇌 회동(정상 회동) 형식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보면 분명 비핵화 대화는 아니고 핵 군축 협상을 하되 전제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과 최소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 정도는 되어야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의 전작권 전환과 연계가 되어있고, 미 증원군 50~60만 명이 대규모로 들어오는 작전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주도권은 한국이 맡고 미국은 지원을 하되 그 규모도 굉장히 제한할 것이다. 미북이 만난다면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줄이고 비핵화라는 표현을 애매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미 국무부에서 아직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내년 4월 베이징 미중정상 회담 전후로 트럼프가 김정은을 초청하면 미북 대화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합의로 이루어 질 것이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인한 : 내년 4월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해 우리는 트럼프의 입만 바라봤는데 2026년 역시 미국을 계속 바라봐야 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 정계의 움직임과 미중 정상회담의 시기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국제 정세 측면에서 1월 미 대법원이 관세에 대한 판결을 할 텐데 지금 들리는 이야기는 위헌의 요소가 더 크다. 트럼프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판결이 나오면 그 자체로 후폭풍이다. 반대로 합헌이라고 해도 미국 국내 정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가 플랜 B,C 가 있다고 하지만 세계 경제 불확실성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 두 번째로 내년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이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지난 10월 APEC 기간중 열린 미중정상회의에서 다루지 못했던 대만문제와 무역 수지 불균형 등이 회담 의제로 올라올 것이다. 트럼프가 시진핑을 만나러 오면서 뭔가 커다란 쇼 즉 미북 정상회담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간 불신의 강도가 깊다. 트럼프는 미북 회담을 통해 뭔가 얻으려는 것보다 ‘피스메이커’ 이미지를 대내외에 각인 시키려 할 것이고 김정은은 비핵화 의제를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로 미국의 주요 무역 국가들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내년에 미국 경제에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트럼프의 레임덕이 시작되는 시점인지 아니면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가속화 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윤 : 2025년 국제 정치는 격변의 시기였다. 트럼프라는 질서 교란자가 등장이 핵심 요인이다. 19초기 나폴레옹이 유럽에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국제 정치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먼저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미래에 뭐가 일어날지 모르니 돈이 많이 드는 고비용의 정치와 자력구제(self help)에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직면하고 있다. 둘째, 현실주의의 귀환이다. 강대국들의 강압 외교가 국제규범과 질서를 대신하는, 즉 국제사회가 협력보다 힘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이 만연하게 되었다. 셋째, 안보 딜레마가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자력구제와 안보 딜레마는 국가 간 군비 증강을 자연스럽게 야기하고 있다. 이 3가지 특징은 한반도 정세에도 중대한 영향력을 미쳐 우리의 미래를 당분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정세를 결정짓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미북 관계다. 특히 북한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는지가 관건이다. 둘째, 러우 전쟁이 어떤 모습으로 언제 끝날 것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전략적 전환이다.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개최하면 8차 당 대회 때 약속했던 것을 대부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하면서 거시적이고 과감한 목표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에는 미북 정상간 만남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나 그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북 정상회담은 결론적으로 양측이 상대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하느냐, 정치적 사고를 하느냐에 결정될 것이다. 미북이 정치적 사고를 하면 회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전략적 사고를 하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전략적 사고는 국가가 더 중요한 일을 우선 처리하고 더 큰 이익을 원하는 합리적 행동이다. 북한은 러중과 협력이 잘 되고 있어 미국에게 양보를 하면서 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트럼프도 관세 전쟁과 11월 미국 중간선거, 대중국 문제 등 급한 일이 밀려있다. 양측이 이러한 전략적 사고와 환경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내년 겨울까지 미북 정상간 회동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양측이 정치적 사고를 해서 다시 한번 빅 이벤트가 열릴 수도 있으니 우리 정부는 이에 당연히 대비해야 한다. 이 만남이 상징적이고 국제적 이목을 끌겠지만, 우리 국익에는 좋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의제에서 비핵화가 논의되지 않는 미북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미치는 정치적 외교적 파장은 상당히 클 수 있다. 당장 우리 대북 정책 기조와 부딪친다.
박원곤 : 트럼프가 올해 보여줬던 허리케인적 행보는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더 이상 못한다’는 선언의 훨씬 빠른 방향 전환이다. 바이든이 사탕을 주면서 제조업을 살리려고 했다면, 트럼프는 채찍을 휘두르며 제조업을 살리는 미국 우선주의로 가고 있다. 내년 1월 미 대법원의 관세와 관련 판결과 함께 주목할 것이 환율이다. 미국은 중국과 환율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와 환율 경제 전쟁에 우리가 특히 연계가 되어있기 때문에 주목해서 봐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만난다고 해도 합의를 이루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9월 연설에서 ‘제재’라는 단어를 다섯 번 이야기 했다. 제재에 자신들은 끄떡없다고 했지만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난다면 제재 해결이 첫 번째 과제다. 2016년과 2017년 포괄적 제제가 부과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북한 대외 교역량은 1/4~1/5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북한은 자연스러운 핵 보유국 인정 즉 인도와 파키스탄 모델로 가려고 트럼프와 담판을 할 것이다. 트럼프도 분명 남아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미 본토 공격 능력 제한, 대륙간탄도 미사일 개발을 막는 경로까지 내 놓아야 일정수준 합의를 하고 제재를 해제할 것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만약 이를 수용하면 북핵 효용성은 굉장히 낮아진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핵 확장 억제를 확실히 보장해 주면 북핵은 사용할 수 없다. 미북 회담 협의가 시작되더라고 합의까지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김인한 : 2025년 트럼프 외교 패턴은 ‘강약약강’이다. 즉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대해 관세를 100% 올린다고 큰소리쳤지만 이것 이외에 강경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러시아도 마찬가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푸틴 너도 제재할 것이야 하지만 결국 하나도 이루어진 것은 없다. 힘을 가진 자들이 어떤 이익을 규정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하고 상대방이 강하면 조심해 대하는 패턴이 확실히 나타나는 것 같다. 이것이 ‘강대국 정치의 귀환’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트럼프 말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보인다. 중러는 트럼프가 요란하게 판을 흔들려고 할 때,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조금 내주고, 대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다라는 식으로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다.
경제 APEC 미중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미국산 대두수입재개를 받아내면서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자신이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낸 것으로 선전한다. 하지만 중국은 관세를 낮추는 것을 얻어냈으며, 동시에 언제든지 장기적인 목표, 예를 들어 대만문제 등이 의제로 올라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6년 강대국 간에도 이런 시나리오는 반복 될 것이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도 이런 트럼프의 약점과 패턴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북 합의가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까 우려가 된다.
정성윤 : 트럼프의 노벨상 이슈도 여전히 살아있다. 트럼프의 노벨상에 대한 개인적 동기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내년엔 복잡하고 힘든 일들이 많을 것이다. 트럼프는 올해 수상 실패의 원인을 다른 누군가의 훼방이 작용했다고 보지만, 2026년에는 아예 큰 업적으로 국제사회의 수상에 대한 반대 여론 조성을 극복하려 할 수 있다. 2026년 상반기에 가급적 러우 전쟁을 빨리 종전시켜 이를 과대포장할 수 있고, 국내 중간선거에 몰입하기 보다는 북한 이슈를 업적용으로 활용하고자 하는과 정치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상회담의 이슈로 핵이 빠지고 미북 경제협력이나 한반도 평화협정이 거론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우리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북한 비핵화가 정상 간 만남에서 논의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사실상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정치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할 것이다. 우리 대북정책인 END 이니셔티브가 비핵화를 목표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한다. 우리 정부는 일단 예방 외교 차원에서 미북이 만난다면 북한 핵 문제는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북한 비핵화 추진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원곤 : 한반도 문제를 좀 더 이야기 해보면 트럼프의 세계질서 운영은 19세기 유럽의 공조체제처럼 강대국 간의 공조를 통해 나머지 약소국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극히 개인화된 국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만 문제인데 미국 내에서 대만에 대해 중국을 견제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딱 한명 트럼프만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는 한 번도 대만 방어 공약으로 군사력을 사용하겠다고 동의 한 적이 없고 대만에 대해 ‘너희들 왜 방위비 열배로 안 올리느냐’는 이야기만 한다. 내년 미중이 무엇인가 합의를 이루기 매우 어려울 것 같고 양국이 갈등적 휴전이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붙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되어 있어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처럼 압박을 통해 무엇을 받아내기 어렵다. 양국이 일종의 안전대 안에서 대화를 나누느냐가 관건이다. 만일 안전대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경우 양국은 군사적인 것을 포함해서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이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러우 전쟁 종전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다. 먼저 현재 나온 28항 형태로 러시아의 승리로 갈 것인가. 그리고 한국 전쟁처럼 현재 상황에서 딱 멈추고 종전이 아닌 정전으로 휴전으로 갈 것이냐. 마지막으로 지리한 교전이 지속될 것이냐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지리한 교전 지속을 예상한다. 이럴 경우 북한의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확실한 뒷배 역할을 하고 경제 군사적 측면에서 결합도가 높아져 유리한 면이 있다.
김인한 : 지금의 국제정치질서가 어떻게 전환하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적어도 러시아가 떨어져 나갔기에 세 강대국이 활개 치는 다극체제는 아닌 것 같다. 현재 국제 정치 질서가 정말로 미중 양극 제체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미소양국체제를 경험했다, 하지만 예전과 지금의 양극 체제가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는 걸 우리가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과거에는 이념과 체제 전쟁이었고 우리는 동구권과는 교류가 없이 미국 위주로 생존과 번영을 꾀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 여러 나라와 함께 가야하는데 어떤 식으로 중국과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고 있다. 우리 외교팀의 지혜와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정성윤 : 한국은 기본적으로 외교와 안보, 생존까지 포함해서 국제 체제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때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그 가치에 도전하는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세상이 양분되었기 때문에 양극 체제 모습을 일시적으로 보였던 적이 있다. 지난 1~2년 트럼프 행보를 통해 전 세계 국제질서는 일극 패권 체제로 복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힘으로 동맹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의 선호와 이익을 조절하고 있다. 트럼프 이전 벌써 미국 정치가 변해왔고, 트럼프가 3년 뒤 물러나더라고 MAGA 중심의 미국 내 정치가 살아 있으면 일극 체제 리더십 강화 전략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의 미래는 멀티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 단계로 가는 중간에 일시적으로 미국의 낯선 일극 패권 체제의 모습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곤: 다시 한반도로 돌아와서 북한은 내년 초 9차 당대회가 열릴 것이다. 그 때 올 9월 21일 김정은 연설을 정리해서 추인하면서 전략적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김정은 연설을 보면 9차 당대회를 일정 수준 예상할 수 있다. 대외 및 대남 정책 역시 ‘적대적 두국가론’을 계속 강화하고 심지어 1년 전에 직접 지시를 했는데도 아직 확인이 안 되는 헌법에 이 조항을 집어넣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해상 국경선을 과연 밝힐 수 있느냐다. NLL 밑으로 국경선을 이야기 했고 이럴 경우 우리가 침범하게 되니까 남북 관계는 갈등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대미 관계는 ‘적대시 정책 선 철회해라’라고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반제국주의 반서방 진영 결집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북러 밀착을 정당화하고 정의로운 다극체제를 계속 밀어 붙일 것이다.
경제분야 에서는 8차 당대회서 뜬금없이 발표한 1.4배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선전하면서 새로운 것을 내세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사 전략적인 측면에서 핵 무력과 상용무력 병진 노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는 굉장한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유는 핵이 있으면 재래식 무기가 필요 없으며 그 비용으로 경제 개발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잠수함 등 재래식 전력 개발 사업을 강화하면서 군비경쟁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군비 경쟁은 경제력과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배제하고 미북 대화가 진행 되더라도 철저하게 ‘통미봉남’으로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성윤 : 2026년 한반도 정세는 ‘겨울 태풍’ 으로 요약 전망할 수 있다. 올해 국제 전략 환경들이 2026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 환경은 녹록하지 않고 냉정할 것이다. 이미 긴 겨울에 접어든 상황이다. 또한 북한 발 도전 요인이 상당히 거세질 것이다. 내년 초 9차 당대회에서 중기 전략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우리를 겨냥한 전술핵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기존 위협을 넘어서는, 상당히 거시적인 핵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가 국제정세의 격변 속에 북핵 문제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욕심을 내서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실점을 하지 않은 것이 필요하다. 특히 북핵과 관련 외교 여건이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미국의 협력은 불확실하다. 러시아는 돌아섰고 중국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미 동맹의 굳건한 비핵화 추진 원칙하에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우호적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역대 정부의 북핵 정책 기조가 사실상 달성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우리를 도와줄 협력 체제가 붕괴되고 있으며, 각자 닥친 문제에 신경쓰느라 북핵 문제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컨센서스를 마련해야 한다. 아직 정부 초기인 만큼 좀 더 공고화된 북한 비핵화 정책을 마련, 미국과 조기에 협력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김인한 : 미중, 중일 갈등과 경쟁에서 우리가 어떤 식의 외교적 공간을 마련할까가 큰 도전이다. 지금 중국은 우리정부에 실망을 하는 모습이다, 한중 관계를 회복한다고 했지만 행동하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면 굉장히 미국 쪽에 서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이 있고, 우리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가겠다’라는 말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과연 그것을 위해 대미 외교자산 또는 대중 외교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다. 또한 중국과 일본이 대립하면서 트럼프도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정론 외교를 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외교적 자산과 확실한 동맹과 파트너십의 기반 위에서 외교 정책을 취해야 한다.
박원곤 :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E.N.D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는 비핵화가 들어가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발음 때문에 북한을 END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공조다. 정부가 E,N,D 이니셔티브와 비핵화 3단계론 이야기를 하지만 미국과 공조가 된 것 같지 않다. 미국에 의해서 수용되고 동의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철저한 공조가 있어야 내년 미북 간 대화가 열리면 그 안에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생긴다. 자칫하면 ‘통미봉남’을 당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로 조바심을 내지 말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발표한 이상 아무리 김정은 이라 해도 이 노선을 위반하면서 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무엇을 제안 한다고 해도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없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지속하면서 상황을 기다려야 한다. 세 번째로 미중 갈등과 경쟁 속에서 한미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히토류의 경우 중국에 80~90%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간 갈등의 중장기적 측면을 보면 우린 어쩔 수 없이 중국과 관계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과의 관계로 늘 관리해야 한다. 현재는 이재명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지금처럼 셔틀 외교를 잘 관리해 가는 것이 중요한데 한일 관계는 지뢰밭과 같다. 만약 문재인 정부처럼 한다면 미국과의 관계도 완전히 틀어지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특히 관세 압박을 같이 받고 있어 일본과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이전보다는 훨씬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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