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잠 독자 건조 의지 강해
관세-안보 합의 문서에 포함 노력
구윤철 “경제 마무리, 안보 논의중”
美항모 조지워싱턴함, 부산 입항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CVN-73·10만3000t)이 5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조지워싱턴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C와 슈퍼호닛 전투기(F/A-18), 호크아이 조기경보기(E-2C) 등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부산=뉴시스
한미가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을 관세·안보합의 사항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에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문서화하는 것을 두고 한미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한 라디오에서 “(관세 협상 등) 경제 분야 팩트시트가 거의 마무리됐다”면서도 “안보 분야 팩트시트만 마무리되면 (한미가) 같이 팩트시트에 사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그 시기는 지금 안보 분야가 논의 중에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잠과 협정 문제들이 미국 내에서 조율이 필요해 시간이 좀 지체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한미는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 한국의 국방비 증액, 25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 구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등을 담는 데는 이미 합의했지만 원잠을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4일 오전까지만 해도 관세 분야와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한미가 추가 문안 협의를 진행했는데, 현재는 잘 해결됐다”며 “다만 원잠 관련 세부 문안 협의 과정에서 일부 이견이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원잠 건조와 관련해 구체적인 문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다음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힌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원잠 연료 공급에 대한 승인인 만큼 이를 안보 팩트시트에 담을 필요가 있다는 것.
반면 미국은 연료 공급 등 구체적인 문구를 포함시키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전쟁)장관은 4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 원잠 건조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은 내 소관을 벗어난다”면서 “국무부, 에너지부와 긴밀히 협력해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신중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 ‘원잠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문구까지는 들어가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이) 핵연료를 공급한다’는 문구는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4년 해군 조함단 내에 ‘362사업단’을 창설해 원잠 개발을 추진했고, 이후에도 비슷한 태스크포스(TF)를 해군이나 방위사업청 등에 구성해 원잠 핵심 기술 관련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등 제반 여건을 단계적으로 구축해왔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번 안보 팩트시트에 독자 건조라는 방향성을 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도 ‘독자 건조’를 재차 강조했다. 안 장관은 “원잠을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질의에 “우리가 30년 이상 기술 축적과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미국에서의 원잠 건조가 이미 확정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안 장관은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4일 헤그세스 장관과의 제57차 한미 SCM을 언급하며 “(원잠 건조라는) 대원칙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됐고 어디 조선소인지는 얘기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안 장관은 핵잠(핵 추진 잠수함) 대신 원잠으로 명칭을 통일하기로 했다면서 “핵잠이라고 하면 핵폭탄을 탑재했다고 연상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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