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대표 안모 씨(45)가 한 경제전문 방송에 출연시킨 직원은 세종시 일대 토지를 이렇게 홍보했다. 안 씨는 방송 외주 제작업체와 협찬 계약을 맺고, 이 직원을 ‘부동산 전문가’로 포장해 경제방송 6곳에 출연시켰다. 그러나 그는 부동산 관련 자격은커녕 기본 지식조차 없는 일반 직원이었고, 방송 내용도 모두 조작된 대본이었다.
가짜 부동산 전문가가 개발 불가 토지를 개발 가능 지역으로 속이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3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안 씨 등 33명을 사기 등 혐의로, 협력 방송 외주제작업체 대표 등 3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안 씨 일당은 방송에서 세종시 인근 토지를 ‘개발 예정지’라고 속였지만, 실제로는 개발이 불가능한 보전산지였다.
외주제작업체는 방송 상담 전화를 걸어온 시청자들의 개인정보를 안 씨 측에 넘겼고, 이들은 이를 이용해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1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전국 투자자 42명에게 약 22억 원 상당의 토지를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1평당 1만7000원에 산 땅을 93만 원에 되파는 등 최대 53배의 폭리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방 토지를 노린 기획부동산 사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적발된 부동산 불법 거래 2696건 중 기획부동산 관련이 1123건(42%)으로 가장 많았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어렵거나 경제 가치가 낮은 토지를 마치 개발될 것처럼 속여 수백, 수천 명에게 지분 형태로 쪼개 파는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지번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거나, ‘곧 개발된다’는 식의 과장 홍보를 하는 부동산 투자 제안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성용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발 공약과 연계한 기획부동산 사기가 늘 가능성이 있다”며 “지분 투자 형태의 토지는 재산권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부동산 거래 시 현지 공인중개사와 상담하고 토지 이용확인원과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